[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①“소통 노력하지만...” 펫방 속 가려진 그늘
기사입력 2018-01-10 17:20 작게 크게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논쟁이 있다. 가령 동물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들. 동물원의 가혹성과 동물실험부터 시작해 개고기 섭취, 길고양이 밥 주기, 덩치 큰 동물의 산책 등 파생된 갑론을박은 셀 수 없다. 그런데 이 중 답을 내릴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 이와 함께 넓어지지 말아야 할 시장인 유기동물의 세계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찬반이 없다. 처절한 민낯과 차가운 외면, 그리고 이를 감싸 안으려는 희미한 온기뿐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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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사진=SBS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일요일에는 짜장라면이 제격이라는 광고 멘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대중의 뇌리에 박혀있다. SBS ‘동물농장’ 역시 20년 가까이 시청자들의 일요일 오전을 책임져왔다. 일명 ‘동물농장 아저씨’라 불리는 신동엽은 “이것만큼은 하차하면 안돼”라는 장난을 칠 정도로 프로그램에 애정을 갖고 있다.
그럴 만하다. ‘동물농장’은 오랜 시간 시청자의 곁을 지켜왔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에 두꺼운 시간의 겹을 쌓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친숙한 개나 고양이를 넘어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비추며 ‘반려동물’의 정의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재미난 이야기와 눈물을 부르는 사연까지, 동물의 삶을 골고루 조명한다. 즉 교양과 예능요소부터 현실직시, 해결책 촉구 등 동물을 소재로 삼는 방송에 필요한 요소를 모두 갖췄다.

‘동물농장’이 꽂은 ‘펫방’이라는 기원의 깃발,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지금의 미디어는 어떤 이정표를 세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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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랜드, 개밥주는 남자(사진=MBC, 채널A 제공)



■ ‘펫방’ 트렌드 톺아보기

최근 1~2년 사이에 생긴 펫방은 약 5개다. 3부작 TV조선 예능 ‘파트라슈’부터 파일럿에서 정규편성된 MBC ‘하하랜드’, tvN ‘대화가 필요한 개냥’ 등이다.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채널A ‘개밥 주는 남자’는 시즌2를 시작했다.

관찰프로그램이 새롭게 부활하면서 펫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언급된 프로그램들은 모두 관찰예능 형식을 띠고 있다. ‘개밥 주는 남자’는 스타와 반려견의 동거를 지켜보는, 다소 1차원적인 포맷이다. ‘하하랜드’는 동물에 얽힌 사연 등을 소개한다. 이 외에는 모두 반려동물 훈육과 행동수정에 대한 내용으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관점이 사람에서 동물로 향했다는 점이다. 요즘의 펫방은 단순한 관찰에서 ‘소통’으로 넘어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이 사례에 따라 전문적인 조언을 해준다. 제목처럼 사람의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에 반려견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깨달음을 주는 게 목적이다.

‘대화가 필요한 개냥’ 역시 전문가가 함께한다. 그간 알 수 없던 반려동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마음을 맞춰가자는 의도다. 동물의 시점에서 느끼는 진짜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시작됐다. 프로그램의 김수현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반려동물을 마냥 귀엽고 예쁘게만 그리지 않았다. 인간과 동물이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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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한 개냥(사진=tvN 제공)



■ 소통에도 불구하고 갖는 펫방의 이면

펫방은 방송과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모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반려동물을 예뻐하며 “얘 이름이 뭐에요?”라고 쉽게 말을 거는 경우 같은 맥락이다. 한 마디로 시청자들은 브라우관 속 동물을 어렵게 느끼지 않고, ‘나도 한 번 키워볼까’라는 생각을 가지기 쉬운 환경에 놓인다.

문제는 방송은 아무리 솔직한들 제한된 시간 안에 정제된 그림을 보여주는 곳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요구되는 과정이나 현실적으로 겪는 어려움 등을 모두 알려주기는 무리다. 그 때문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환경에 환상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기동물의 수를 늘리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막상 키워보니 신경 쓸 게 많고 비용도 많이 들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수순이다. 반려동물을 잘 키우는 법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정작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준비나 마음가짐 등은 생략되어 있다.

동물이 처한 환경으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 방송에 출연하는 반려동물은 대부분 다 자라지 않아 작고 귀엽거나 미용이 잘 되어있어 깔끔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스타가 반려동물에게 비싼 유기농 사료를 먹이고 스파에 고급 장난감까지 마련해준다고 치자. 잘못된 행동은 결코 아니다. 아끼는 가족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를 본 시청자들이 처한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게 박탈감의 시발점이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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