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황홀한 색채, 그 이상의 藝 '마리 로랑생'
뉴스| 2018-01-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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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휘경 기자] 예술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의 굴곡진 삶, 그 역사적 풍랑을 타고 화려한 색채 가득했던 그의 삶을 따라가 본다.

지적인 관념의 대입을 거부했던 마리 로랑생. 남성 화가들이 범람하던 그 시대, 그의 본능이 빚어낸 독창적인 세계관은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탈피한 새로운 환상에 가까웠다. 특히 마리 로랑생의 섬세한 손 끝에서 표현되는 파리의 '여성'은 평화와 번영, 시대의 흐름을 주도하는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마크 샤갈과 함께 세계 미술사의 손꼽히는 작가 마리 로랑생의 160여 점의 작품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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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청춘, 열애, 망명, 열정, 성숙 등 여섯 주제로 마리 로랑생의 시대적 발자취를 밟는다. 스무살 무명작가 마리 로랑생이 무명작가 피카소를 만나며 태동한 예술적 영감부터 프랑스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와의 짧고 강렬했던 사랑, 세계 1·2차 대전으로 인한 망명과 그 속에서 피어난 또다른 사랑까지 그가 74세로 붓을 놓기 전까지의 전대기가 물 흐르듯 전개된다.

마리 로랑생의 작품에는 '여성', '동물', 그리고 '감정'이 있다. 평화와 번영의 상징에서 기쁨과 슬픔을 담는 요소 모두 이 상징적인 인물들로 채워진다.

초기 마리 로랑생은 핑크와 옅은 블루, 청록색, 우수가 감도는 회색 등을 사용해 과감한 터치, 경계가 뚜렷한 선, 그리고 꿈틀대는 생명력을 그려냈다. 여성의 '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과장도, 노골적인 묘사도 과감히 배제한다.

기욤 아폴리네르와 사랑에 빠진 5년 간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환희와 열정으로 가득찼다. 보다 희미해진 선의 경계는 더욱 섬세한 색채로 채워졌고, 두 사람이 사랑을 노래하던 '미라보 다리' 밑 센강은 노래하듯 흐른다.

파국으로 결말을 맺은 기욤과의 이별 이후 마리 로랑생은 새 남편 오토 폰 바예첸 남작과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결혼 1개 월만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련을 겪게 된다. 독일과 프랑스 그 어느 곳도 터전이 될 수 없었던 이들 부부의 도피처는 스페인. 그러나 망명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오로지 그림과 문학에 매달리게 된 그의 작품에선 어두운 회색으로 점철된 절망, 희망의 상반된 이질감이 작품을 휘감는다.

마리 로랑생은 1920년대 프랑스 예술가들의 탄원으로 국적을 회복하고 드디어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10년간 그의 예술 세계는 꽃을 피우게 된다. 매혹적인 색감과 세밀한 묘사가 경지에 다다르며 수채화는 물론 명사들의 초상화부터 의상, 무대 디자인 등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우뚝 선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은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그의 작품은 정형화되기 시작했다. "나를 열광시키는 것은 오직 그림이며, 그림만이 영원히 나를 괴롭히는 진정한 가치이다"는 그의 예술 혼은 1956년 6월 8일 심장마비로 숨을 거둔 마지막까지 작품에 투영돼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선사했다.

예술인들이 사랑한 예술인, '벨 에포크' 시대를 상징하는 몽마르뜨의 뮤즈, 그 이야기를 따라갈 '마리 로랑생전-색채의 황홀'은 오는 3월 11일까지 이어진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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