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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상식 백과사전 96] 챔피언을 만드는 골프 심리학
뉴스| 2018-01-27 05:53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 선수를 우승으로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어떤 선수는 왜 마지막 순간까지 선두 경쟁을 펼쳐서 결국 트로피를 쟁취하고 마는가? 낙관적인 마음, 신중한 연습, 그리고 성장 지향적인 태도, 마지막으로는 승부 근성이 가능성 있는 선수를 챔피언의 길로 이끄는 데는 네 가지 심리 요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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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2007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그의 성격이 영향력을 주었다.


낙관적인 성격: 회복력이 빠르다
마틴 셀리그먼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는 <학습된 낙관주의>에서 ‘낙관적인 사람들이 비관적인 사람보다 더 성공적인 삶을 산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관적인 사람들이 낙관적인 사람들보다 정확할 때가 더 많지만, 성공은 낙관적인 사람들이 더 누린다’고 덧붙였다.

낙관성이 어떻게 성공을 보장할까? 셀리그먼은 그 근거를 회복력에서 찾았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무기력함에서 즉시 회복한다. 실패를 하자마자 자신을 추스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시도한다. 그들에게는 패배가 곧 도전이며, 승리의 길에서 겪은 약간의 차질일 뿐이다. 그들은 패배를 일시적이고 특정한 사안으로 여긴다. 하지만 비관적인 사람들은 패배가 영원히 계속되고 그 여파가 가시지 않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거기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지난 2007년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즈는 14번 홀에서 스리퍼팅을 하며 보기를 기록했고 그를 바짝 뒤따르던 우디 오스틴은 세 홀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 다섯 타의 격차가 한 타로 좁혀졌다. 나중에 기자들이 우즈에게 당시에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었을 때 우즈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속으로 말했죠. 네가 이런 혼란을 자처했으니까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해.” 우즈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고,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고 2타 차 우승했다.

셀리그먼은 긍정적인 태도가 성공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낙관적인 시각은 타고나는 것이지만 낙관주의자의 습관을 배울 수는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트리플 보기를 했을 때 ‘또 시작이네, 라운드를 또 망쳤어!’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지만 재빨리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냥 홀 하나일 뿐이지. 지금 플레이를 잘하고 있어’라고 말이다. 아놀드 파머는 형편없는 라운드를 하고나면 그걸 클럽 탓으로 돌리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그걸 교체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곤 했다. 이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이전 경기로 치명타를 받지 않으려는 고도의 심리 전략이다.

심리학자 밥 로텔라는 조지아공대 골프팀의 한 행사에 참가했던 잭 니클라우스의 에피소드를 즐겨한다. 니클라우스는 연설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대회 마지막 홀에서 스리퍼팅을 한 적이 없고, 마지막 홀의 1.5m 이내에서 퍼팅은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최근 시니어 대회 마지막 홀에서 90cm 퍼팅을 실패하지 않았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선생님, 그렇지 않습니다.” 니클라우스는 말했다. 남자는 자신이 그 장면을 녹화해뒀으니 그걸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마지막 그린에서 스리퍼팅을 하거나 1.5m 이내에서 퍼팅을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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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로즈 등을 가르친 교습가 닉 브래들리는 선수와의 장기 계획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중한 연습: 코치와 목표를 공유하라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뭔가를 완전히 연마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1만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유행시켰다. 하지만 그 말을 처음 제시한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칼 앤더스 에릭슨이다.

에릭슨은 1만 시간 법칙 ‘탁월함에 이르는 신중한 연습 과정’으로 풀어 설명하면서 골프에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골프에서 중요한 사실은 재현 가능한 방식으로 정확한 샷을 반복하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드라이버 샷이나 퍼팅을 위해 고안된 기계조차 완벽하게 일관된 샷은 구사하지 못한다. 이는 최고의 선수들도 똑같다. 옆에서 계속 살피는 조언자가 필요하다.”

에릭슨의 연구로 짐작컨대 혼자서 연습하기 보다는 코치와 함께 계획을 수립하는 연습이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좀처럼 그런 사람을 찾기 힘들다. 골프 교습가 닉 브래들리는 저스틴 로즈를 비롯한 여러 투어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요즘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다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브래들리는 교습가의 지도를 받아도 장기 계획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젊은 선수를 지도한 적이 있는데, 재능이 탁월했다. 함께 계획을 수립해서 퍼팅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대회 첫날 그 선수가 갑자기 집게발 그립으로 퍼팅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이렇게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단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그걸 이루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하려는 의지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스포츠 심리학자인 딕 쿱은 “교습가 없이는 연습 습관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코치가 자리를 뜨면 선수가 완전히 집중해서 하는 샷은 극소수다. 샷을 하는 건 엄밀히 말해 연습이다. 그 연습은 목적의식을 갖고 해야 한다.”

쿱은 빌 하스가 2011년에 페덱스컵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 연장전에서 그린 옆 워터해저드에서 했던 샷을 예로 들었다. 당시 하스는 플레이오프 두 번째 홀에서 워터해저드에 빠졌다가 업-앤-다운을 성공했다. “그 어려운 트러블 샷을 연습한 사람이 있는지 투어 선수들에게 물어보았다. 개리 플레이어가 해봤고, 톰 카이트도 연습을 했지만 대부분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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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매리엇(왼쪽)과 피아 닐슨은 비전54를 통해 소렌스탐, 패터슨을 가르쳤다.


성장지향적 태도: 배움의 자세를 가져라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선수의 태도를 중시한다. 드웩은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를 배움의 과정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그걸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로 여기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소질에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사고가 고착된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을 유한하게 여긴다. 드웩은 ‘스스로를 제한할 경우에 실수나 실패는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드웩은 성장지향성을 골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퍼팅 실력을 타고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퍼팅 실력을 타고난 것 같은 사람 중에는 그렇게 보이기까지 굉장히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많다.”

인정받는 대표 여자 교습가이자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의 코치이자 ‘비전54’를 주창했던 린 매리엇과 피아 닐슨이 제자인 LPGA투어 프로 수잔 페터슨(노르웨이)과 가졌던 경험이 하나의 사례다. 2007년 4월에 열린 크라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페터슨은 네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도 4타 차 선두였다. 그런데 15, 16번 홀에서 더블보기가 나왔고, 17번 홀에서는 보기를 하더니, 18번 홀에서는 버디도 가능한 상황에서 파를 하는 바람에 1타 차로 패했다. 상심한 패터슨은 두 코치와 얘기를 나눴다.

첫 LPGA투어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중압감에 무릎을 꿇었다. 닐슨은 “그녀가 막판에 평소와 다르게 한 행동이 10가지 정도는 된다”고 지적했다. 연습 스윙, 셋업부터 샷까지의 시간, 스윙 템포 등 모든 게 달랐다. 두 코치는 패터슨에게 ‘중압감 속에서 우승을 하려면 플레이가 잘 풀릴 때의 행동을 일관되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깨달음을 얻은 패터슨은 이어진 메이저 대회인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배 카리 웹과 역시 마지막날 동반 라운드를 하더니 결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패터슨은 축하하는 코치들에게 만족스럽지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선생님들은 모르실 거예요. 막판에 제가 한 샷들은 형편없었어요.” 그러자 닐슨이 깨우쳐주었다. “아니다. 메이저 대회 마지막날 엄청난 선수와 겨루는 중압감 넘치는 상황에서 그런 것들을 알았다는 자체가 이미 평소의 루틴을 찾았던 것이고, 그래서 우승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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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골프 근성을 가졌던 대표적인 선수로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가 꼽힌다.


승부 근성: 목표를 위한 열정과 끈기
안젤라 덕워스 펜실베이니아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TED 강의에서 시카고 공립학교 어린이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성공하는 인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이들 중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도 있었다. 중요한 건 재능이나 머리가 아니었다. 외모가 아니고 건강도 아니고 바로 근성이었다.” 덕워스는 근성을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라고 정의했다. 근성은 인생을 단거리가 아닌 마라톤으로 여기는 삶의 태도다. 반면 어중간한 실력과 패배에 익숙한 아이들은 쉽게 포기한다.

골프의 근성도 키워야 강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도 극복하고 결국 우승할 수 있는 근성을 개발하면 골프 실력은 저절로 향상된다. 특히 중압감이 배가되는 골프 대회에서는 근성이 중요한 승부처가 된다. 골프 선수 중에 챔피언의 근성을 가졌던 선수는 메이저 18승을 거둔 잭 니클라우스이고 메이저 14승의 타이거 우즈다. 전문가들은 근성도 키울 수 있는 습관이라고 말한다. 밥 카니 골프 칼럼니스트는 근성을 키우는 7가지 비결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첫째, 모든 샷을 즐겨라. 근성은 ‘중요한’ 샷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다. 모든 샷을 중요시하는 태도이다. 샷을 할 때마다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 자신이 눈앞의 샷에 충실하고 완전히 집중했는지를 점수로 매겨보자. 이 스코어가 실제 골프 스코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줄 것이다.

둘째, 상황을 주도하라. 형편없는 플레이를 했을 때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게 더 근성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좋은 플레이를 인식하고 실수를 인정하되, 칭찬이나 비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곤란하다.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라운드를 마친 후 되돌아보라.

셋째, 멘토를 찾아라. 멘토가 있으면 코스에서의 태도와 더불어 스윙을 개선하기가 한결 쉽다. 멘토는 계획 수립을 도와주고 진행 과정을 검토해줄 것이다.

넷째, 원대한 목표를 세워라. 이 문제는 코치와 진지하게 의논해본다. 90타의 벽을 돌파하는 것? 클럽챔피언십 우승? 무엇이든 목표가 있어야 발전이 있다.

다섯째, 목표를 세분하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소한 한 가지씩 실행한다. 스코어를 낮출 방법이 3퍼팅을 피하는 거라면,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래그 퍼팅과 90cm 퍼팅을 연습하고, 그렇게 연마한 것을 코스에서 실행에 옮긴다.

여섯째, 계획을 세워라. 연습은 언제 하고, 혼자서 하는지 코치와 함께 하는지, 연습을 할 때마다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기록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도전 과제를 할당해보자. 예를 들면, 칩샷이 세 번 연속 90cm 이내에 멈추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다. 프리샷 루틴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면 뭘 포함해야 할까? 샷을 할 때마다 반복했는지도 확인한다.

일곱째, 자신의 습관을 분석하라. 연습할 때나 코스에 나갔을 때 흐름을 끊는 건 뭔가? 좌절감? 지루함? 중간에 목표를 변경하는 것? 혹시 자신이 잘하는 것만 연습하고 있지는 않나? 이게 스스로를 탓하는 게 아니라 뇌를 재설정하는 작업이라는 걸 잊지 말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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