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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다영의 읽다가] '파리의 아파트' 2배의 재미, 2%의 아쉬움
뉴스| 2018-03-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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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리의 아파트' 책표지)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문다영 기자] 기욤 뮈소의 ‘파리의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출간 이후 줄곧 도서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기욤 뮈소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 중 한명이기도 하다. 기욤 뮈소의 신작은 그간 주 소재로 다뤄졌던 남녀 간의 사랑보다 부성애, 모성애에 집중하며 더욱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전직형사 매들린과 극작가 가스파르는 임대회사의 실수로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원치 않는 동거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이 머무르는 집은 천재화가 숀 로렌츠가 살았던 곳. 매들린과 가스파르는 그 집의 법적상속인을 통해 숀 로렌츠 가족의 비극을 알게 된다. 숀 로렌츠가 죽기 직전까지 파헤치려 했던 진실을 담은 마지막 그림을 찾아나서는 두 사람. 숀의 비밀을 파헤쳐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눈앞으로 다가서는 연쇄살인마의 그림자와 대면하게 된다.

기욤 뮈소 특유의 속도감과 스릴러적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다. 기욤 뮈소는 기술적으로나 흡인력으로나 더욱 성장한 느낌을 준다. 천재 화가 숀 로렌츠의 열정적인 사랑에서 비롯된 비극, 매들린과 가스파르가 간직한 아픔은 작품을 끌어가는 힘이 된다. 종반부에 치달을수록 결말이 궁금해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된다. 작품의 완성도 역시 종전의 작품들에 비하면 월등하다.

여기에 더해 가스파르와 숀 로렌츠, 그리고 매들린을 통한 부성애, 모성애의 강조는 기욤 뮈소의 색채를 더욱 다채롭게 한다. 어린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의 기욤 뮈소의 마음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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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리의 아파트' 프랑스 에디션)


그러나 여전히 작위적이고 과하게 극적이다. 매들린과 가스파르의 만남부터 두 사람이 숀 로렌츠의 사건을 맡으며 거치는 과정은 자연스럽기보다 결말을 향한 장치에 가깝다. 더욱이 기욤 뮈소의 힘있는 문장력은 속도감 있게 독자들을 끌고 가지만 결국 뻔한 결말에 당도한다. 가스파르와 매들린의 관계도 그렇다. 둘은 앙숙이면서도 공명하며 사건의 전개에 있어선 흥미로운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둘 사이에 허술하게 얽힌 얼개는 결말과 닿았을 때 허무한 기분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속도감은 기욤뮈소표 스릴러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이 때문에 촘촘한 구성과 꽉 채운 만족도는 느낄 수 없다. 장르소설 마니아들에게 어정쩡한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욤 뮈소의 작품은 여전히 재미있다. 주인공들과 함께 움직이는 듯한 문체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전개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한편의 영화를 보듯 진행되는 작품의 매력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오히려 영화화를 노린 듯한 이 속도감이 독자에겐 아쉬움을 남긴다. 책은 책만의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인물에 대한 보다 섬세한 터치, 구성, 짜임새가 더해진다면 기욤 뮈소는 지금까지의 2% 부족한 헛헛함을 털어내고 꽉찬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대감과 동시에 아쉬움이 더욱 짙어지는 이유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책표지도 아쉬움을 더한다. '파리의 아파트' 프랑스 에디션은 극중 숀 로렌츠의 화풍을 담으려 애썼다. 작품에서 모든 비극의 시작이자 숀 로렌츠의 뮤즈였고 아내였던 페넬로페의 이미지는 숀 로렌츠의 화려하고 생생한 색채로 살아숨쉰다. 프랑스 에디션은 그 이미지를 담아내려 노력했고 더없이 화려한 컬러의 조합으로 여성의 실루엣을 채웠다. 페이퍼북 이미지는 흑백의 실루엣으로 독자의 상상에 여지를 준다. 그러나 한국판 표지는 더없이 조신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여성이 자리하고 있다. 페넬로페라기에도, 전직형사 매들린이라기에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책 중간에 삽입된 표지 삽화는 페넬로페를 떠올리는 독자 개개인의 상상을 깨부순다.

408쪽의 책은 술술 읽힌다. 반전있는 영화같은 책을 읽고 싶다면 주저없이 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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