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손호영, 무대라는 긴장과 열정 사이
뉴스| 2018-03-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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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손호영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곧 god 20주년인데 아직도 팬 분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해요(웃음)”

손호영은 올해가 뮤지컬 데뷔 10주년이고 내년이면 god 데뷔 20주년이다. 최정상 아이돌가수로 출발해 지금은 어엿한 뮤지컬배우가 됐다. 그는 오랜 시간을 가수로 달려왔지만, 연기를 펼칠 때만큼은 자기만의 색이 여실히 드러나는 배우다.

■ 30대 ‘손타냥’의 매력

“이번 시즌 ‘삼총사’는 개막 10주년 기념 공연이에요.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큰 의미를 두고 있죠. 함께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그만큼 무게감을 짊어지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죠. 어쩌다보니 뮤지컬 데뷔한 지도 10주년인데 좋은 작품을 하게 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요. 지금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뿐이죠”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산드로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손호영은 17세기 프랑스 왕실 총사가 되기를 꿈꾸는 청년 달타냥을 연기한다.

“‘올슉업’의 엘비스처럼 이번에도 달타냥이라는 밝은 캐릭터를 맡았어요. 그러나 전작과는 무게감이 좀 다르죠. 정의라는 걸 믿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의미 전달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해석하며 연기하고 있어요. 검술이나 군무장면이 많아 어려움도 있었죠. 특히 검술 액션은 자칫 잘못하면 사고가 나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해요. 즐거우면서도 무게감 있는 감정들이 필요한 공연이란 걸 많이 느끼죠”

이번 시즌 달타냥을 맡은 배우는 손호영을 비롯해 서은광과 엄기준이 있다. 세 명의 달타냥은 우스갯소리로 각각 20대, 30대, 40대를 맡고 있어 저마다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20대를 맡고 있는 서은광 배우의 달타냥은 평소 성격처럼 귀엽고 착하고 통통 튀는 게 매력적이에요. 40대를 대표하는 엄기준 배우의 달타냥은 두말할 나위 없이 능수능란하고 능글능글한 면모를 지녔죠. 반면 30대 ‘손타냥’은 두 배우의 중간 지점에 있으면서도 힘 있는 에너지를 내뿜는 캐릭터라 생각해요. 그래서 각각 달타냥을 보는 매력이 다르죠”

물론 ‘삼총사’에는 달타냥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역이 등장한다. 초호화 캐스팅 가운데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이 그에겐 새로운 힘이자 도전으로 다가온다.

“선배들이 많은 작품을 함께하면서 다들 너무 베테랑이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요. 특히 유준상 선배를 보면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느끼는 점도 많죠. 매일 새로운 건전지로 바꿔오는 듯한 느낌이에요. 항상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열정이 느껴지죠. 선배가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도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에요. 그런 에너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죠. 내 스스로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부끄러워지거든요. 뭐든 최선을 다해야만 자신 있게 할 수 있죠. 그래서 선배처럼 에너지를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세월이 많이 흘러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는 ‘삼총사’를 계기로 스스로가 훨씬 더 발전돼 있을 거라 믿는다. 그에게 있어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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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손호영


■ 벌써 10년, 그리고 20주년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10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죠. 뮤지컬배우로서 마음가짐이나 지금껏 배워온 것들 모두 성장하고 변했다고 느껴요.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나지만 훨씬 성장해있죠. 물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을 더 느끼기도 하고, 성장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서글서글한 모습과 달리 그는 끝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기질이 있다. 무엇을 하든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몰두하기에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대기만성형 배우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많아요. 완벽한 건 없지만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임하면 뭐든 발전할 거라 생각하죠. 이 생각은 끝까지 변할 것 같지 않아요. 노래부터 연기, 해석, 발음, 무대 위 노하우 등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갈고 닦아나가죠. 다른 배우 분들이나 연출님을 통해서도 불필요한 버릇들을 많이 고치기도 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른 방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무엇보다 성장할 수 있는 지점들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의 발전욕구는 다작을 하지 않는 작품 활동에서 드러난다. 한 가지에 깊이 파고들어 완전한 캐릭터를 창조해려는 그의 마음이 다른 작품과의 겹치기 출연을 지양토록 만든다.

“다른 걸 함께 하면 둘 다 완전하게 집중하기가 어려워 겹치기 출연을 피하는 편이에요. 하나에 더 집중하고 노력하자는 의미죠. 사실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작품이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이 거절한 적도 있어요. 되도록 다른 활동과 분산시키지 않으려 했죠. 이번에 처음으로 전작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삼총사’ 연습에 들어갔는데 어수선한 마음이 들었어요. 두 가지를 병행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이걸 해내는 다른 배우들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지죠”

그는 금년도 전반기는 ‘삼총사’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후반기에는 내년에 있을 god 20주년 앨범과 콘서트에 집중하려 한다.

“올해는 ‘삼총사’와 god 20주년 준비를 잘하는 게 목표에요. 세세한 계획들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지만 늘 여유를 두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길 원하죠. 아직도 얼마 안 왔다는 생각을 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가수로선 최고의 지점에 서보기도 했지만, 20년이 되도록 이렇게 꾸준히 공연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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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배우 손호영


■ “뮤지컬,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손호영은 오랜 가수생활로 무대경험을 쌓았고, 뮤지컬 ‘싱글즈’로 시작해 ‘페임’ ‘페스트’ ‘금강, 1894’ ‘올슉업’ 등 굵직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대 직전엔 긴장감에 휩싸인다.

“생각이 많고 조금 예민한 편이에요. 그걸 1년 전에 깨달았죠. 어렸을 때부터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살았고 화도 없어서 예민하지 않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떤 일이 있다거나 공연을 앞두면 신경이 쓰여서 잠이 잘 안 왔죠. 이게 예민한 거라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활동을 20년 가까이 했는데도 무대를 앞두고 여전히 긴장하죠”

그렇지만 그는 긴장한 자기 자신보다 남들을 먼저 챙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모두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뮤지컬 작업은 항상 즐겁고 좋은 일이에요. 동료들이 많이 생겼죠. 어떤 작품에 들어가면 늘 동료들과 얘기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요. 그래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타격이 컸죠. 여럿이 있다 혼자 쑥 나오면 적응이 되질 않잖아요. 항상 동료들에 대한 애틋함이 마음에 남아있고 왠지 미안하면서도 신경 쓰였죠. 작품이 끝나도 혼자 단체카톡방에서 안 나가고 남겨놔요(웃음)”

그만큼 그는 뮤지컬이란 세계에 애정이 깊다. 10년 전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계기로 뮤지컬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임해왔다.

“뮤지컬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무대를 굉장히 좋아하죠. 물론 처음엔 부끄럼도 많이 타고 자신이 없어 연습조차 어려웠어요. 상대 배우를 배역으로 봐야 하는데, 그 사람으로 보여서 연기가 잘 안됐죠. 이걸 벗어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연출님이나 배우 분들과 캐릭터에 대해 분석도 하고 함께 만들어가니까 도움이 많이 됐죠. 결국 뮤지컬은 당당하게 나 자신을 뽐낼 수 있잖아요. 관객 분들 앞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하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쏟게 되니까 힘들긴 하죠. 그렇지만 뒤에 오는 희열감이 훨씬 커서 매번 해낼 수 있어요. 뮤지컬은 계속 하고 싶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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