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新라이프스타일] ①휘게·라곰·오캄 등 일상 속 행복을 찾아서
뉴스| 2018-05-10 10:00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열풍과 함께 각종 미니멀라이프 바람이 분 것이다. 이 같은 삶과 연관된 휘게(덴마크), 라곰(스웨덴), 오캄(프랑스)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다. 휘게와 같은 삶의 방식에 우리가 왜 열광하는지 짚어보고,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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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얼마 전부터 휘게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어요.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냥 잠깐이라도 내가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죠. 어두운 방에서 뽀뽀(반려견)을 안고 캔들을 켠 채 커피 한 모금 마시는 정도?”

직장인 최정은(30.여) 씨는 얼마 전부터 휘게 라이프를 실천 중이다. 그래픽디자이너인 그는 매일 야근에 치여 산다. 그렇다 보니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얻었다. 그런 그가 조금이나마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간구해낸 방법이 바로 ‘휘게’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일상 속 행복을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그리 거창하지 않은 평범한 행위로 일상에서 자신만의 여유와 행복을 찾는 것이다. 휘게, 라곰, 오캄이 바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 해당한다.

휘게(hygge)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을 뜻하는 덴마크 유래 용어다. 이 외에도 소박하고 균형 잡힌 생활을 뜻하는 스웨덴의 라곰(lagom),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일컫는 프랑스의 오캄(au calme)이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휘게, 오캄, 라곰을 검색해보니 수만 개의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사진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아낸 것들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 독서하는 모습, 어두운 방에서 조명을 켜고 있는 모습 등이다. 언뜻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일상 모습들을 나열해 놓았다.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전체적 분위기가 따뜻했다. 조명부터 구도까지 안락함이 느껴졌다. 평범한 일상에서 찾는 안락함, 그로 인해 얻은 행복감이 근래 젊은 세대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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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행복지수 높은 덴마크에선 ‘휘게’가 일상화

덴마크는 항상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다. 올해 유엔 자문기구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8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3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2위, 2016년엔 1위였다. 반면 올해 한국은 57위다. 덴마크가 수년간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밝혀진 만큼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높아졌다.

덴마크인에게 휘게는 일상이다. “만나서 정말 휘게합니다” “정말 휘겔리한 집이군요”와 같이 일상 속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다. 휘게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이 행복을 느끼게 하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휘게는 사물을 지칭하기 보단 분위기와 밀접해 있다. 예를 들면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안락한 집에서 소박하게 직접 해먹는 음식 등이 휘게한 것으로 불린다.

휘게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지난 2016년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이 발간한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가 출간되면서다. 당시 BBC를 비롯한 서구 언론이 휘게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다. 국내에서도 같은 해 휘게 관련 서적 10여 개가 출간됐다. 지난해부터는 라곰이 들어간 책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관광업계에서도 지난해 휘겔리케이션(휘겔리(hyggeligt)+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 바람이 불었다. 휘게와 관련된 각종 여행 패키지가 쏟아졌다. 미디어 속에도 이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TV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JTBC ‘효리네 민박’이나 tvN ‘숲 속의 작은 집’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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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 일상 속 행복 찾기, 보상 심리서 출발

현대인들이 이 같은 삶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보상 심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탠저블(tangible) 즉 만질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는 거다. 과거엔 좋은 직장을 갖고 그로 인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꿈꾸는 게 삶의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계층 간의 이동도 쉽지 않고 자기 집 마련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데 일상 속에서 이러한 불안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거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조직의 이익을 우선시 하며 발전을 이뤘던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로 넘어가면서 일종의 권리 찾기에 나선 상태로도 보면 된다. 이 교수는 “예전엔 집단을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게 당연시 됐지만 지금은 꼰대 취급한다. 일종의 권리 찾기 운동이다. 삶에 균형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과거 집단의 희생으로 빠른 현대화를 이뤘다. 그 희생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지만 공정성에 대한 예민함을 가진 이들도 다수 늘었다. 유럽 등 외국의 성공적 라이프스타일을 들여오면서 공정성 회복을 시도하려는 흐름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욜로가 젊은 세대를 휩쓴 것이 일례다. 실현 가능한 행복, 각박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 건강을 보여주고 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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