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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안녕, 나의 소녀’ 신선하지 않은 어른동화
뉴스| 2018-05-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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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그저 그런 청춘 로맨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안녕, 나의 소녀’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특히 꿈과 현실 사이의 괴리로 괴로워하는 이들에겐 묵직한 쐐기포를 날린다.

‘안녕, 나의 소녀’는 출장으로 일본을 간 정샹(류이호)이 자신의 첫사랑이자 일본에서 가수로 데뷔한 은페이(송운화)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학창시절 학교의 스타였던 은페이지만 일본에서 그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무명 가수일 뿐이다. 그리고 3년 후 은페이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타지에서 외롭고 힘들게 살아갔던 은페이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정샹은 그의 꿈을 부추겼던 자신을 탓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노파를 통해 1997년으로 돌아간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더라도 ‘안녕, 나의 소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만 청춘물을 떠올리게 한다. 첫사랑과 복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쉽게 실패하기 힘든 조합이다. ‘안녕, 나의 소녀’는 로맨스물의 공식대로 과거로 돌아간 정샹과 은페이의 풋풋한 학창시절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다마고치, 아무로 나미에, 휴대용 카세트 등의 소재를 통해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관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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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샹과 은페이는 교내 밴드부에 소속돼 있는데 영화에서 음악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더 아름답게 그려내는 매개체다. 특히 대만 가수 故장위성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샹과 은페이를 이어주는 장치이며 메인 테마곡인 ‘대아거월구’(달에 데려가줘)를 비롯한 장위성의 곡들의 가사는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안녕, 나의 소녀’는 타임슬립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거로 돌아간 정샹은 현재의 은페이를 살리기 위해 모든 걸 한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놓는 정샹의 모습은 현대인들에게 낯설지만 뭉클하다. 그 존재가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대입해 볼 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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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이루려는 이야기인줄 알았던 ‘안녕, 나의 소녀’는 꿈과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학창시절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이들의 현실은 냉혹하다. 셰프라는 꿈을 이루지 못해 샐러리맨으로 사는 정샹이나 꿈을 이뤘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은페이는 현실에서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해 본 이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현재의 은페이를 구하기 위해 과거를 바꾸려던 정샹이 오히려 과거를 통해 자신의 현재를 변화시키다는 점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로 다가온다.

다만 타임슬립이라는 설정은 ‘말할 수 없는 비밀’, 첫사랑과 학창시절이라는 설정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안녕, 나의 소녀’만의 신선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판타지적 요소가 유치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16일 개봉.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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