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지금 이곳은 웜홀이에요. 각자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공연 초반 김조한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솔리드 공연을 표현하는 한 마디였다. 쌓인 시간만큼, 솔리드와 팬들이 갈 곳은 무궁무진했다. 그들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따라간 빛 한 줄기, 그 끝에는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솔리드의 단독 콘서트 ‘인투 더 라이트(Into the light)’를 마주한 건 지난 18일,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쳐 다소 흐린 날이었다. 이들의 노래를 만나기에는 제격인 날씨였다. 공연장인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는 아이와 함께 온 엄마, 커플, 퇴근 후 왔을 정장차림의 남성 등 들뜬 팬들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빠들’의 모습에, 혹은 추억 속 자리한 ‘내 가수’를 보기 위해 모였기에 나올 수 있는 진실한 설렘으로 느껴졌다.

솔리드는 웅장한 레이저쇼로 공연의 막을 올리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철창 사이로 세 명의 멤버들이 등장하자 팬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모두 객석에 앉아 있는 상태였지만, 흥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몸을 들썩였다. 멤버들 역시 ‘인투 더 라이트’ ‘데이스타(daystar)’ ‘히어 라잇 나우(Here right now)’을 부르는 내내 리듬을 온몸으로 즐겼다.


무대를 마친 멤버들은 오랜만의 공연에 감격을 드러냈다. 이들의 입에서 “21년 만”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 순간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깊은 공감, 믿기지 않는 감동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그 감동은 ‘기억 속 가려진 너의 모습’ ‘왜 why’ ‘해피엔딩(Happy ending)’ ‘나만의 친구’까지 이어졌다. 특히 ‘나만의 친구’는 힙합 댄스를 추는 댄서들과 우렁찬 밴드 사운드에 이어 귀를 찌르는 정재윤의 기타소리로 화룡정점을 이뤘다. 공연장 전체로 퍼지는 화려한 그의 연주에 팬들은 울컥한 반응을 보였다.

솔리드의 무대는 ‘힙’했다. 공연 중간 등장한 비트박스 챔피언 KRNFX의 퍼포먼스마저 완벽했다. 그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입으로는 절대 낼 수 없을 것 같은 비트박스를 쏟아냈다. 이어 등장한 이준이 빈틈없는 디제잉을 선보였다.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손짓과 몸짓으로 맞추는 호흡은 ‘멋있다’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환상이었다. 그 뒤 흘러나온 ‘널 위해서라면’의 매끄러운 연결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솔리드의 내공. 공연 말미 열린 솔리드만의 클럽 또한 마찬가지였다.


진정한 힙스터라면 화려함과 감성을 모두 쥐고 가야 하는 법이다. 솔리드는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끝이 아니기를’ ‘이제 그만 화 풀어요’ ‘이 밤의 끝을 잡고’부터 그간 공연에서 볼 수 없던 ‘쓸쓸한 모습’ ‘어둠이 잊혀지기 전에’ ‘아끼지 못 했던 사랑’ 등으로 단숨에 공연장을 아련한 분위기로 물들였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공간. 노래하는 솔리드와 그들을 바라보는 팬들은 영락없이 ‘저마다의 그때’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멤버들 얼굴엔 시종일관 흐뭇하고 반가운 미소가 입가에 걸려 있었다. 무대 구성은 빠른 속도로 도심 속 야경과 우주를 달려가는 듯한 영상 그리고 빛의 활용 등 독보적 세련미로 채워졌다. 군더더기 없는 흐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솔리드의 공연은 깨달음을 남겼다. 좋은 음악은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그 어떤 모습으로도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음악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이를 보여주는 솔리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충격적으로 멋지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