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기자Pick] 홍갑·모트·방탄소년단, 깊고 깊은 저 내면속으로
뉴스| 2018-05-22 09:49
하루에도 수십 명의 가수가 최신 차트에 이름을 올립니다. 음악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정성이 담기지 않은 음악 하나 없다고 하지만요. 속도에 휩쓸려 스치는 것 중 마음을 사로잡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 - 편집자주 -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2018년 5월 셋째 주(5월 14일 월요일~5월 20일 일요일)의 앨범은 홍갑, 엔플라잉, 모트, 방탄소년단, 문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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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갑 싱글 ‘혼자가 편해 아님 둘’ | 2018.5.14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는 책이 있다. 표지에는 술자리에서 누군가가 화자에게 “재필 씨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라고 묻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책 속에서 저자(유재필)는 “보통 말이 없는 사람들은 고의로 입을 다문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 말이 많은 사람도 있고 말이 없는 사람도 있고 서툰 사람도 있다는 것. 이는 한 사람의 성향을 자신의 기준으로 이분법적인 판단을 하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를 보여준다. 홍갑은 이런 양상을 신곡 ‘혼자가 편해 아님 둘’로 풀어냈다. 노래에서 홍갑은 혼자 지내는 법, 둘이 지내는 법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저 아무 일 없는 날을 기다린다고 한다. 위트 넘치는 목소리와 조금은 활기찬 멜로디가 중요한 메시지를 아무렇지 않게 전한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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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플라잉 미니 ‘How are you?’ | 2018.5.16

‘뜨거운 감자’로 시도한 복고 콘셉트는 변화를 위한 과도기였나 보다. 엔플라잉은 이를 기점으로 강하고 유쾌한 곡에서 보다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하우 아 유 투데이’는 한층 청량해진 밴드 사운드와 그 안에 녹아 있는 차분함이 조화를 이루는 곡이다. 곡 초반부에서는 어쿠스틱 스타일의 연주로 깨끗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클라이맥스로 향하기 전 잠시 긴장감을 부여하더니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그 포텐셜을 폭발시킨다. 앞서 엔플라잉은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 당시 각자 자신만의 섹시를 강조할 수 있는 의상을 입고 나왔다. 이는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서정적인 후렴구와 함께 조화를 이뤄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엔플라잉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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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트 싱글 ‘깊은 잠’ | 2018.5.17

모트는 제목을 ‘깊은 잠’이라고 지었지만 가사 속 ‘딥 슬립(deep sleep)’이 일차원적으로 숙면을 뜻하는 건 아니다. 잠에서 깨어나서도 내가 지금 자고 있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될 때를 모트는 현실과 꿈의 경계로 표현했다. 그곳은 “무의식으로 가득 찬 곳”이자 “선과 악조차 친해질 수 있는 여기”다. 어느 것이든 경계가 불분명하고 흐릿하다는 것. 정신과 마음으로는 꿈을 좇는다. 몸도 그 길을 따르고자 열심히 허우적대지만, 알고 보니 “꿈은 허공을 달리고” 있었다. 결국엔 이러나 저러나 텅 빈 것들이다. 그러니 가사의 ‘deep’은 너무 어두운 곳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치 구렁텅이 같은 이미지를 지닌다. 노래에서 모트는 음을 하나하나 끌어내리며 무거운 소리를 내는 특유의 창법을 활용해 듣는 이들을 저 깊은 곳으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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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정규 ‘LOVE YOURSELF 轉 - Tear’ | 2018.5.18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시리즈인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에 해당하는 앨범이다. 지난 앨범인 ‘LOVE YOURSELF 承 - Her’에서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내용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가면을 쓴 사랑의 끝,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다. 타이틀곡 역시 진짜가 아닌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 러브(fake love)’다. 방탄소년단은 노래를 통해 뿜어내는 에너지의 방향을 사뭇 달리했다. 방탄소년단은 거짓인 사랑을 알게 된 슬픔을 노래 속 ‘절규’로 표현한다. 처절하게 외치는 보컬과 래핑, 그리고 전반적으로 톤 다운된 서정성은 화자의 상실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라는 마지막 가사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 노래 또한 역시 ‘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관통하는 셈. 하나의 주제를 두고 복잡한 미로를 헤매듯, 어려운 퍼즐을 맞추듯 직접 부딪히는 방탄소년단만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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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문 싱글 ‘아카시아’ | 2018.5.18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노래다. 미처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이들이 노래에 등장한다. 이들은 “아무 이름도 없는 사람” 혹은 “짓다만 시”라는 이름을 지닌 ‘별’이다. 그 별빛을 머금은 아카시아는 ‘오월’이라는 꽃으로 다시 태어난다. 문문은 편안하고 밝은 멜로디 안에서 마치 울음을 삼키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 울음에는 슬픔과 애도의 의미도 있지만 반성적인 어조도 있다. “되새기고 또 잊어버리고/남들이 남겨놓은 위로에/낱말만 주워다 입만 담은 어른이죠”라는 가사 많은 생각을 남긴다. 마지막 가사인 “남겨진 별들엔 아카시아 향이 나더라”의 공감각적인 표현은 그 짙은 향기처럼 마음 저릿한 여운을 남긴다. 부디 ‘아카시아’ 향기가 흩어져 널리 퍼지길, 그래서 잊히지 않길.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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