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공연 잇 수다] 사라져가는 경계, 무대와 객석 사이
뉴스| 2018-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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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사진=픽사베이)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김희윤 기자] 무대와 객석 사이가 좁아지고 있다. 공연 형식이 다양화 되면서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오늘날 무대예술은 보다 더 많은 관객 유입을 위해 자극적인 체험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관객들도 단순 관람을 넘어 좀 더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게 됐다. 과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관객들의 행보가 공연계 내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지 짚어본다.

■ 지금 공연계 화두는 ‘관객참여’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공연을 ‘관객 참여형 이머시브’라고 한다. 이는 전형적인 무대 상연의 틀을 깨고 관객과 배우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공연 방식이다. 때에 따라 관객이 직접 무대에 개입하기도 한다. 국내에선 주로 어린이극이나 이벤트성 장면에서 쓰여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연출이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자 무대에 확장 유입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난타’가 이머시브 공연을 주도해오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꽤 많은 공연에서 이 같은 시도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관객 참여 공연이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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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참여 공연이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교수는 “공연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며 “관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단순 관찰자가 아닌 이야기 안에 자신의 생각이나 결정 등을 관여하게끔 하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 이머시브 공연의 특징은 일회적인 즉흥성에 연유해 관객몰이를 주도한다. 그렇기에 당일 관객들의 대응방식에 따라 공연의 즐거움이 다르다. 관객의 반응이 곧 즐거움의 정도를 결정하기 때문. 또한 관객은 공연 참여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욱 감상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열린 형식이 감상하는 주체의 마음을 연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함으로써 극 설정에 주도권을 쥐어주고 능동적으로 개입하게 한다.

■ 쌍방향 소통 공연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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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포스터


관객 참여형 공연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난타’를 꼽을 수 있다. ‘난타’는 관객들을 무대 위로 초대해 함께 공감하는 무대를 보여준다. 특히 직접 놀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쌍방향 소통 공연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물론 관객참여의 정도 면에서 보다 적극적인 연극도 있다. 우선 ‘쉬어매드니스’는 매번 관객의 추리를 통해 범인이 바뀌거나, 형사 배우에게 제보를 할 수 있는 등 관객의 참여 폭이 넓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애초부터 관객 참여를 염두에 둔 극이라 관객이 참여하지 않으면 해당 장면 서사 진행이 이뤄지지 않는다.

뮤지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무한동력’에서는 배우가 관객에게 직접 찾아가 반응을 유도해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있다. ‘넌센스2’는 무대 속 무대라는 특성을 살려 관객들의 참여가 포인트라 할 정도로 역할이 많다. ‘프리즌’도 관객이 극의 흐름상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하며, 창작가무극 ‘굳빠이 이상’에서도 관객이 작품 속에 들어가 공연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관객 참여 비중이 높다.

이중 국내에서 이머시브 형태가 가장 크게 시도된 기획공연으로 1인극 ‘하얀 토끼 빨간 토끼’를 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배우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대본을 보지 못하고, 배우의 즉흥연기와 관객의 참여로 극이 완성되는 구조다. 리허설과 연출, 무대세트가 없이 배우와 관객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이머시브 형태의 공연이 이뤄진다.

■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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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DIMF 개막작 영국 스팸어랏 관객참여 공연컷(사진=DIMF 제공)


관객 참여극 전망은 밝다. 실제로 관객 참여형 공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연극양식 측면에서도 무대예술이 관객에게 특별한 순간을 체험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공연이 관객을 참여시키는 실험을 더욱 많이 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예술의 성취도 면에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머시브 공연 형식은 장면이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공연의 완성도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고정식 객석을 지닌 정형화된 극장 구조에서는 관객 참여 방식이 주로 소소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무대예술은 새로운 실험을 지속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트렌드나 사회 분위기에 따라 관객의 입맛에 맞는 공연을 찾아야 하기 때문. ‘난타’의 장기적인 성공을 미루어 본다면 이머시브 공연이 현 공연계를 기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맞다. 여기에 예술적 성취도를 어떻게 구현해내 차별화를 이룰지 더 깊은 고민을 할 필요성이 보인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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