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소희의 B레이더] 빌리, 이 촉촉한 중독성
뉴스| 2018-06-14 11:01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34. 금주의 가수는 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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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영상=빌리 제공)



■ 100m 앞, 빌리의 노래에서 찾을 수 있는 재미

빌리는 2016년 5월 ‘친구와 연인사이’로 데뷔했다. 2년간, 싱글을 발표하고 이를 모아 신곡과 함께 미니앨범을 내는 형태로 활동해왔다. 재미있는 점은 각 싱글들이 지니고 있는 스토리가 마치 하나처럼 이어진다는 것이다.

‘친구와 연인 사이’는 말 그대로 친구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내용이다. 이후 ‘너의 남자친구’로 사랑에 빠진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싶어 했지만, ‘얼마나 좋을까’라는 곡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는 ‘반으로 접은 종이처럼 Ver.2’ ‘네가 없었다면’으로 계속해서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러다가 ‘집에 가자, 이제...’ ‘한순간이야’를 통해 권태기와 이별을, ‘또 또’에서 헤어짐의 후유증을 겪는다. 그리고 올해 발표한 첫 곡 ‘이어줘’에서는 다시 한 번 사랑을 느낀다.

■ 70m 앞, 대표곡 ‘친구와 연인사이’

경계선에 서 있는 관계를 그리는 곡은 참 많다. ‘썸’뿐만 아니라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 연인의 감정을 느끼는 내용도 포함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고 노래로서 공감을 한다는 뜻. 다만 이런 노래들은 대개 비슷한 장르로 흘러가기 때문에 특색이 없다면 금세 질릴 수도 있다. ‘친구와 연인사이’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멜로디, 그에 맞는 부드러운 음색, 사이사이 들어간 리드미컬한 박자로 매력을 두루 갖췄다. 후렴구에 들어서는 부분에서는 기존 어쿠스틱 곡들에서 볼 수 있는 기조로 흘러가나 싶은데, 이내 자신만의 변주로 자꾸만 듣고 싶은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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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 제공)


■ 40m 앞, 부드럽고 오래 남는 소리의 맛이란

대중이 가수를 평가할 때 흔히들 ‘음색’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음색은 전문적인 음악지식이 없어도, 노래를 많이 들어본 귀가 아니어도 직관적으로 눈에 띄는 요소이기 때문일 터다. 그래서 가수에게 음색이 어떤지, 그 음색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기본적이고 중요한 바탕이 된다. 장르도, 트렌드도, 신선함도 중요하지만 말이다.

빌리의 음악을 듣고 가장 먼저 드는 두 가지 생각은 ‘목소리가 부드럽다’와 ‘그 목소리와 잘 맞는 소리들로 구성했다’다. 그의 목소리는 베이직한 소리를 내는 피아노 같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다가오는 부드러운 소리와 안정적이고도 풍성한 울림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자칫하면 단조로울 수 있는 점을 보완하는 게 바로 멜로디다. 중심이 되는 목소리를 두고 주변의 음들과 리듬은 적절히 변화한다. 이런 노래들은 때로는 한없이 차분하고 때로는 아련하며 때로는 기분 좋은 설렘을 선사한다.

이렇게 담백한 목소리와 그를 받쳐주는 멜로디의 적절한 조화는 시너지를 낸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정사각형으로 생겨서 커피에 찍어먹는 고소한 과자와 과자의 맛을 극대화하는 믹스커피처럼 말이다. 목소리는 과자이고, 멜로디는 이를 촉촉하게 물들이는 커피다. 각자 먹어도 맛있지만 이 조합을 한 번 맛본다면 자꾸만 찾게 된다. 심심한 듯 그렇지 않은 빌리의 노래도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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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빌리 제공)



■ 드디어 빌리, “매력이요? 편하게 듣기 좋아서인 것 같아요”

▲ 지난 12월 ‘또 또’ 이후로 약 6개월 만에 신곡을 낸다. 어떤 곡인가

“그동안 여행도 다녀오고 쉬면서 생각 정리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발전의 시간을 가지다 보니 조금 오래 걸렸어요. 오랜만에 발매하는 앨범인 만큼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번 신곡 ‘이어줘’는 상대에 호감을 가지게 됐을 때 누군가가 나와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이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곡이에요. 다들 마음 한편으로 공감할 만한 노래에요. 음악적인 스타일로도 빌리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어요. 데뷔곡 ‘친구와 연인 사이’처럼, 초심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요(웃음)”

▲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멜로디들이 많은 편이다. 본인의 성격 혹은 취향은 노래와 얼마나 닮아있나

“어쩔 수 없이 노래가 성격을 닮아가는 듯해요. 성격도 좀 유한 편이고, 마음이 여린 편인 것 같아요”

▲ 곡을 만들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요소는

“곡 작업을 할 당시 팀원들과의 소통에 정말 많은 영향을 받는 거 같아요. 소통이 잘 안되면 결과물도 좋지 않더라고요”

▲ 빌리의 노래가 지닌 매력을 설명한다면

“아무래도 편하게 듣기 좋아서인 것 같아요. 또 일상적인 내용 안에서 만들어진 노래들이 많다보니 쉽게 더 공감하고 매력을 느끼지 않으실까 싶어요”

▲ 요즘 즐겨 듣는 장르 혹은 음악은

“어쿠스틱한 음악을 주로 하다 보니 막상 음악을 감상할 때는 아주 신나는 곡이나 조금 더 트렌디한 팝을 듣는 것 같아요. 요새는 나와 이름이 비슷한 ‘빌리 에일리시(Billie Eilish)’라는 팝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겨 듣고 있어요. 트렌디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사운드가 좋더라고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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