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음악읽기] ‘정진철’이 사이먼 도미닉 자신일 가능성
뉴스| 2018-06-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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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 ‘다크룸 : 룸메이츠 온리’ 앨범 커버(사진=AOMG)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한수진 기자] “정진철이라는 인물, 사이먼 도미닉 스스로와 전혀 관련 없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없다”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디자이너’ 웅얼거리듯 반복되는 훅과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멜로디. 괴이하지만 어딘가 묘한 끌림이 있다. 사이먼 도미닉은 지난 15일 정규앨범 ‘다크룸 : 룸메이츠 온리’(DARKROOM : roommates only)을 발매했다. 8년만의 정규이면서 소속사 AOMG에서 발매한 첫 정규앨범이다.

총 8곡으로 구성된 ‘다크룸’은 제목 그대로 어둡고 탁한 기운마저 감돈다. 앨범의 가지를 잇는 타이틀곡 ‘정진철’ ‘데몰리션 맨’ ‘귀가본능’도 각자 다른 어둠이 내리깔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진철’은 압도적인 음산함을 자랑한다. 도입부터 시작되는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디자이너’는 9번이나 반복된다. 이게 뭔가 싶다가도 계속 듣게 되는 이유는 ‘정진철’의 정체 때문이다. 대체 왜 사이먼 도미닉이 오랜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 그것도 타이틀곡에서 삼촌의 이름을 부르짖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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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도미닉(사진=AOMG)


■ "'다크룸', 대중 기대와 본인 음악 사이서 괴리가 심해서 나온 결과"

이에 대해 흑인음악 웹매거진 힙합엘이 멜로(김정원) 편집장은 정진철이라는 주체가 사이먼 도미닉 스스로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정진철’과 가장 가까웠던 특정 대상에 자신을 이입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삼촌이자 패션 디자이너였던 정진철 씨가 그 대상인데, 자신과 완전히 다른 타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야기의 결이 유명인 혹은 소위 잘나갔던 사람의 삶이라 사이먼 도미닉 스스로와 전혀 관련 없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정진철’의 가사엔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 사이먼 도미닉은 정진철의 화려한 삶을 부러워한다. 좋은 집과 성공한 사회생활, 자신에게 메이커 옷을 사주는 재력까지 세세히 언급한다. 하지만 그런 삼촌이 돌연 사라졌다. 이러한 가사를 뒤집어 보면 사이먼 도미닉의 현재 삶과도 맞물려 있다. 사이먼 도미닉은 성공한 래퍼다. 재력, 인기, 영향력까지 두루 갖춘 몇 안 되는 힙합 아티스트다. 그런 그도 어느 순간부터 활동이 뜸했다. 방송은 그렇다 쳐도 음악 활동까지 그랬다. 최근 몇 년 간 일부러 종적을 감추기라도 한 듯했다.

멜로 편집장은 “이번 앨범은 지난 2년간 우울하고 힘들었던 과거를 정리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사이먼 도미닉 자신을 그려낸 듯하다. 실제로 그는 지난 2년간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며 “그렇기에 랍티미스트와 함께한 정규 1집 ‘SNL LEAGUE BEGINS’나 슈프림팀 앨범보다 더 사이먼 도미닉, 정기석 개인의 이야기가 짙게 담겨 있다. 또 최근 미국 힙합 씬에서 유행하는 갈래 중 하나인 이모(Emo) 힙합에 가까운 결을 소화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이먼 도미닉의 음울한 뉘앙스가 더해졌기에 최종적으로 그렇게 들렸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긴 한다”고 설명한다.

그 어느 때보다 속 깊은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다크룸' 속 사이먼 도미닉. 하지만 힙합 커뮤니티 내에선 부정적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전에 보여준 화려하고 파워풀한 랩 구사력을 이번 앨범에서 볼 수 없기 때문. 멜로 편집장은 "기본적으로 사이먼 도미닉의 현재 상태와 대중들이 기대하는 사이먼 도미닉의 음악 사이에 괴리가 심한 결과라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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