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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①채식,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되다
문화|2018-07-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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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미닝아웃’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정치적ㆍ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채식’이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신념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달라진 채식 문화에 대해 짚어봤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기꺼이 소수자가 되길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시장조사기관인 민텔은 푸드 트렌드로 ‘비건과 채식주의자의 확대’를 꼽았다. 국제채식인연맹(IVU)에 따르면 전 세계 채식 인구는 1억8,000만명, 이 중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 인구는 약 30%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도 채식 인구는 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 자체 조사 결과 따르면 한국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 약 100~15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니 채식은 더 이상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식문화가 됐다. 베지테리언을 대상으로 한 식품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외식업계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의 이동이 많은 서울의 홍대, 이태원 등에 채식 식당이나 디저트 가게를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채소(vegetable)과 경제(economics)을 합성한 ‘베지노믹스(vegenomics)’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채식주의자는 먹는 식품에 따라 나뉜다. 채소와 과일만을 섭취하는 비건(vegan)은 완전 채식으로 불리며 달걀은 먹는 오보(ovo), 우유, 유제품은 허용하는 락토(lacto), 달걀과 유제품까진 먹는 락토-오보, 육류를 제외하고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pesco) 등으로 세분화된다. 붉은 살코기만 허용하지 않는 폴로(Pollo), 평소엔 비건이나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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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등 핫한 동네에서 이제 샐러드 전문 가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비건을 비롯해 락토, 페스코 등까지 배려한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구비하고 있다. 채식 뷔페도 수도권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육식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햄버거도 채식으로 변화를 맞았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2월 스웨덴과 핀란드 매장에 한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버거 판매를 시작했다. 육류 대체제로 만든 인조고기 회사인 임파서블 푸드는 미국내 1000여개의 레스토랑에 공급될 정도로 인기다. 올해 이베이코리아가 선정한 먹거리 상품으로 콩고기가 꼽히기도 했다.

국내 브랜드인 오뚜기는 지난 3월부터 인도 수출을 위한 채식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종교 등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많은 인도를 겨냥한 제품으로 완전히 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다. 올해 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채식주의자가 많은 외국 선수들을 위해 영국채식협회에서 비건(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한 완전 채식) 인증을 받은 빵을 공급한 신세계푸드는 자사가 운영하는 스무디킹에 비건 베이커리를 지난해 9월부터 판매중이다. 스타벅스도 완전 비건 푸드인 바나나 피칸 파운드, 애플 시나몬 크럼블을 처음엔 프리미어 푸드 서비스 매장에서만 제공했지만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폴바셋, 엔제리너스 등에서도 우유 대신 두유, 아몬드 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심지어 채식주의자를 위한 여행 상품까지 개발됐다. 2017년 운영을 시작한 한 여행사는 유럽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비건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관광 며오를 돌면서 채식 식당을 방문하는 코스다.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본지에 “10년 전 자체 조사를 했을 당시에 채식 인구가 1%였지만 현재 2~3% 정도로 증가했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페스코인 분들이 많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니 채식인구도 비례해서 늘어갈 것으로 본다. 자체 추정이나 채식을 선호하고 지향하는 잠제적 채식인구는 20~30%는 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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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비건페스티벌 포스터


■ ‘비거니즘’, 먹는 것 넘어서…

채식주의가 한 순간에 등장한 움직임은 아니다. 90년대 PC통신이 번창할 당시 채식동호회가 있었고 2000년대에도 세계 채식인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MBC ‘100분 토론’,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등장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을 만큼 채식주의는 우리에게 낮선 주제가 아니다.

다만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서 채식을 선택했던 과거와 달리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는 채식 문화에는 ‘가치관’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종교, 환경보호, 동물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먹는 것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육식 뿐만 아니라 동물이 사용된 옷, 액세서리, 화장품 등도 사용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비거니즘’(Veganism)이다.

비거니즘을 하나의 생활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동물의 털이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 인조 모피가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던 상황과 맞물린다.

지난 5월엔 국내 최대 채식문화축제 ‘비건페스티벌’이 개최됐다. 벌써 다섯 번째다. 다양한 비건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물론 체질 상담, 펫타로 등 다양한 행사도 진행됐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텀블러, 식기류가 지참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방문객은 1만여명에 셀러 부스는 80개였다. 1회 방문자가 1500명, 60부스였던 것과 비교하면 발빠른 성장이다.

비건페스티벌을 주최한 비건 패션 비건타이거 양윤아 대표는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은 똑같지만 1회에 비해 셀러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비건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있고 입소문을 타고 오신 분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채식을 하는 친구 3명과 우리끼리 즐기기 위해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졌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정도가 최대 80부스라고 생각해 그걸 유지하려고 한다. 올해엔 부스 모집 때 120업체가 신청을 했다. 최대한 채식에 대한 이해가 높고 스스로 실천하면서 알리고 싶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선별했다. 품목이 겹치지 않게 하고 지원하는 분들의 성향도 다양하게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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