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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니즘] ②미디어, 먹거리로 눈을 돌리다
문화|2018-07-1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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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스틸컷


‘미닝아웃’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정치적ㆍ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기만의 의미를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채식’이다.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은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20~30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몸에 맞지 않아서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신념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달라진 채식 문화에 대해 짚어봤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열 마디 말보다 강렬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옥자’는 극장 사업계에도 센세이션한 돌풍을 일으켰지만 우리가 먹는 육식에 대한 생각할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슈퍼 돼지를 돈벌이에 이용하기 위해 무작위식 사육과 도축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행태는 관객들에게 충격을 줬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소세지를 먹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처럼 때론 열 마디 말 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더 크게 와 닿는 법이다. 미디어에서 채식, 동물권, 먹거리에 대해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한때 채식 열풍이 불던 시기가 있었다. 2002년 SBS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서구식으로 길들여진 음식문화를 조명했다. 방송 이후 마트에선 유기농 채소들이 빠른 속도로 팔려 나갔고 채식과 육식에 대한 깊은 논쟁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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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인 이효리 (사진=매직아이, 효리네민박 캡처)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식탁 위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면 채식주의자를 선언하는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연예계 대표적인 채식주의자로 꼽히는 이는 이효리다. 이효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각광을 받으면서 육류를 배제하고 생선은 먹는 그의 페스코 식단이 화제였다. 채식의 단계가 있다는 게 자연스럽게 알려졌고 이효리가 먹은 렌틸콩은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이하늬, 임수정, 유지태-김효진 부부, 김제동 등 채식에 대해 알리는 스타들의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기울여졌다.

올해 방영된 tvN ‘윤식당’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 스님 편은 채식에 대한 이해를 도운 미디어들이다. 스페인의 작은 섬마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리얼리티 모습을 담은 ‘윤식당’에선 채식 메뉴를 쉽게 볼 수 있다. 베지테리언이 많은 외국 손님들을 위한 배려다.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혜민 스님의 냉장고는 궁금증을 자아낸 만큼 화제를 모았다. 육류를 제외하고도 혜민 스님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채식 요리를 탄생 시킨 셰프들의 모습까지 더해져 채식주의자들에겐 반가운 방송이었다.

또 올해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고향으로 돌아간 혜원(김태리)가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며 그 안에서 혜원이 해먹는 음식들로 관객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하는 요리 중에서 육류는 없다. 채식주의자인 임순례 감독의 성향이 담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채식 요리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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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뜯어먹는 소리, 식량일기 포스터(사진=cj e&m)



■ 예능, 먹거리로 눈을 돌리다

먹방, 쿡방, 여행 예능 등의 열풍이 브라운관을 휩쓸었다. 이어서 욜로, 힐링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서 먹고 사는 것, 그 재료가 되는 것들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힐링을 위해 시골로, 농촌으로 떠났던 예능들이 이젠 그 안에서 직접 먹거리를 키우고 만든다.

힐링 예능의 대표급이었던 tvN ‘삼시세끼’의 진화 단계다. ‘삼시세끼’가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해서 자급자족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최근엔 그 재료가 어떻게 수확하는지 과정까지 보여준다.

지난 5월 방송된 KBS2 파일럿 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는 안정환, 추성훈, 김준현, 최자, 샘 오취리가 시골에 내려가 나물로 밥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이 나물의 이름도 몰라 헤매면서도 배워나가며 그 안에서의 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월 첫 방송된 tvN ‘풀 뜯어먹는 소리’는 중딩 농부 한태웅 군을 따라 농촌 생활을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종을 심고 생일선물로 받은 염소, 닭 등을 키우며 리얼한 농촌 생활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수확의 결실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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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일기 한 장면(사진=tvn)



지난 5월 첫 방송된 tvN ‘식량일기’는 더 깊은 문제를 건드린다. 채취를 넘어 직접 키운 동물을 식량으로 잡아먹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쉽게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서 먹거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육식과 채식에 대한 다른 접근이다. ‘식량일기’ 이근찬 PD는 “우리 입에 들어오는 재료들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제로 식재료를 생산하는 데 도전함으로써 평소 잊고 있던 식량의 소중함을 조명하고자 한다”는 기획의도를 밝혔다.

하지만 첫 방송 전부터 동물권 단체들은 프로그램 폐지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동물권 단체들은 살아있는 닭을 식재료 및 오락거리로 착취하고 공장식 축산을 가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그간 tvN 예능에 간간히 등장했던 동물들을 문제 삼기도 했다. 살아있는 동물을 ‘감초’ 역할로 취급, 볼거리로 전락했다는 입장이다.

‘식량일기’는 이들의 목소리를 방송을 통해서도 전파했다. 지난달 20일 방송에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대표는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건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성장했다고 본다. 어쨌든 먹어 없애는 동물이니까 이 동물도 먹어야 한다고 귀결할 필요는 없다”며 “사람들이 다시 한번 우리의 육식을 소비하는 문화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전했다.

미디어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한국채식연합 관계자는 “아무래도 방송, 연예인들의 채식 문화가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외국에 비해선 채식을 밝히는 이들이 아직은 부족하다. 또 방송과 미디어에서 올바른 채식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방송에 나오는 먹거리 대부분이 육류 위주다. 사회에서도 주위를 보면 다 고기집인데 방송도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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