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소희의 B레이더] 오핑, 단순한 것들로 만드는 단순하지 않은 재미
뉴스| 2018-07-19 11:22
저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토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막상 다가서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음악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낯선 가수였는데 그들에게 다가설수록 오히려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죠. [B레이더]는 놓치기 아까운 이들과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갑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39. 금주의 가수는 오핑입니다.

이미지중앙


■ 100m 앞, 독보적인 개성의 신인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 소속된 오핑은 2017년 7월 싱글 ‘벌스데이 할렘(Birthday Harlem)’으로 데뷔했다. 오핑은 노래를 통해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지난해 7월25일 생일날 겪은 일상을 묘사했다. 이후로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뱉어낸 ‘스테이 인 더 서클(Stay in the circle)’ ‘사이먼 새드(Simon said)’ ‘머시룸 웨이브(Mushroom wave)’ 등을 발표했다.

■ 70m 앞, 대표곡 ‘머시룸 웨이브’

데뷔곡을 두고 ‘머시룸 웨이브’를 오핑의 대표곡으로 꼽은 이유는 이 곡이 다듬어지지 않은 오핑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머시룸 웨이브’는 오핑이 2016년 사운드클라우드에 처음으로 업로드한 곡 중 하나다. 암스테르담에서 머물렀던 당시, 숙소에서 만취한 채 아름답게 펄럭이는 커튼을 넋 놓고 바라보던 경험을 멜로디로 담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가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은 “울렁울렁”이다. 이 표현 하나만으로도 오핑은 듣는 이들을 그때 그 숙소로 단숨에 소환한다. 듣고 있는 사람마저 속이 울렁거릴 것 같은 멜로디는 그때의 감정과 공간을 동시에 구현해낸다. 단순한 것들로 단순하지 않은 재미를 만드는 오핑이다.

이미지중앙


■ 40m 앞, 마음 밑바닥 날 것의 감정을 꺼내는 방법

오핑의 노래는 재미있다. 유달리 쾌활하거나 톡톡 튀는 음악을 내놔서가 아니다. 무심하게, 그러나 예리하게 자신의 감정을 파고드는 노래에는 오핑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묻어난다. 누구든 생각했지만 너무 날 것의 감정이라서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던 것들을 오핑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다. 그래서 대충 그림을 그려낸 듯한 B급 감성이 들기도 하지만 그 솔직한 표현들은 결코 어설프지 않다. 오히려 ‘자유로워서 더 날카롭다’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데뷔곡인 ‘벌스데이 할렘’에서는 이런 오핑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오핑은 앨범 소개글에 “방구석을 지나가는 새끼 바퀴벌레와 냄새 나는 에어컨 바람” “배달냉면을 시켜 먹었다” “네 캔에 만 원 맥주” 등 표현을 적었다. 이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우리집 멍멍이랑 둘이/조난당해서 살고 싶다고” “아 맞다 난 성격도 더러우면서/착한 척 하느라 바빠” 등 가사와 오버랩 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주는 느낌을 끌어 올린다.

또 오핑은 “내게 내게 내게 음/네가 네가 네가 음” “다만/그건/어떤/만약/눈을/아래로” “그래 그래 그래 음”(파도) “우아아아아 알고 있어/우아아아아 알고 있지만”(스테이) 등 반복을 통해 자신만의 리듬도 만들어낸다. 이런 부분에서는 어린 아이 같은 감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핑은 이런 무기력한 가사들을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는 보컬로 풀어낸다. 음을 끌어 내리는 듯한 창법은 오핑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더 나아가 곡 내용과 달리 발랄하고 위트 있는 앨범 커버는 노래가 너무 무거워지지 않게 밸런스를 맞춘다. 이미지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노래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만나 비로소 오핑의 무드를 완성하는 셈이다.

이미지중앙


■ 드디어 오핑 “동굴 속 명상가의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봐요”

▲ 오핑의 노래를 들으면 오핑만의 재미있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오핑의 분위기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그 동안 만들었던 노래들을 떠올려보면 세상을 관조적이면서도 태평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고 느긋하게 감정을 서술해내고자 하는 동굴 속의 명상가 같은 느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펍 안에 위치한 동굴이요”

▲ 특유의 무심한 창법이 눈에 띄는데요. 본인만의 음색이나 창법이 지닌 개성은 무엇인 것 같나요

“딱히 이렇다 할 기교는 없지만 수수하고 무던한 모습으로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감정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멜로디나 무드도 중요하지만 저는 가사를 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노래는 멜로디가 붙여진 형태의 시라고 생각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담백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곡을 구성하여 가사를 잘 와 닿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생각할 때 어떤 순간 혹은 감정에 자극을 받나요

“주로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나 감정에서 자극을 받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감정의 변화를 겪을 때 그게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그 순간에 느꼈던 것들이나 분위기를 기록해 두었다 노래로 만드는 편입니다. 단순하게 더운 날 아이스크림을 먹었을 때 느끼는 상쾌함에서부터 삶의 성찰 같은 조금 더 깊은 감정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