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별이 떠났다' 채시라 "일상 속 일인다역, 엄마 역할 제일 힘들어"
기사입력 2018-08-10 07:09 작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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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노윤정 기자] “역시 채시라”

데뷔 35년 차 배우 채시라의 연기를 표현하는 데 굳이 다른 수식어가 필요할까. 채시라는 3년 만의 복귀작 MBC ‘이별이 떠났다’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채시라는 극 중 3년 간 홀로 집안에서 움츠리고 살아온 서영희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서영희는 능력을 인정받던 커리어 우먼이었으나 결혼과 출산을 하며 당연한 듯 오로지 남편 한상진(이성재)의 아내, 아들 한민수(이준영)의 엄마로서만 살아간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와 아들의 무심함에 상처 입어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이후 한민수의 아이를 임신한 채 찾아온 정효(조보아)와의 관계를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을 되찾아간다. 서영희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별이 떠났다’는 아내나 엄마의 이야기라기보다 한 여성의 성장기다. 이것이 바로 채시라가 '이별이 떠났다'를 선택한 이유다.

서영희는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여성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래서 서영희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시청자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깊이 공감했다. 그 안에서 채시라는 서영희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한 연기로 오롯이 표현했다. 또한 한편의 소설처럼 쓰인 대사는 극이 가진 먹먹한 감성을 배가시키는 바, 그 대사의 울림을 온전히 전한 것 역시 채시라의 힘이다. 이처럼 ‘이별이 떠났다’는 채시라의 진가를 새삼 다시 한 번 확인한 작품이다.
▲ 오랜만에 작품을 한 소감은 어떤가요

“우선 워낙 좋은 드라마였고 ‘힐링 드라마’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보람 있었어요. 싫은 소리 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들도 많잖아요. 그런데 우리 작품이 선한 영향을 주고 마음을 위로해주고 힐링을 느끼게 해줬다면 시청률을 떠나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아내나 엄마이기 전에 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봤거든요. 한 여성의 성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선택했고 그 부분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보람 있어요”

▲ 변화가 큰 캐릭터라서 표현하기 힘들진 않았나요?

“서영희는 워낙 독특한 상황에 처해있는 인물이에요. 남편이 바람피우고 아들이 무심한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행동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고 봐요. 3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든 걸 집안에서 해결하면서 결혼 생활은 거의 끊어졌지만 경제권을 전부 쥐고 이혼하지 않죠. 그렇게 자신이 살기 위해서 이혼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데 정효가 찾아와요. 그런 부분들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서영희가 정효를 대할 때 보면 날카롭고 냉정하고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말들을 해주는데 그러면서도 그 아이를 보호해주거든요. 이 여성의 그런 성격 자체가 매력 있게 다가왔고 각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점도 매력 있었어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내가 살고자하는 마인드, 겉은 날카롭지만 속은 부드러운 그 느낌은 계속 가지고 가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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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극 중 서영희는 세상과 단절된 캐릭터인데 대중과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 배우로서 그 간극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나 역시 아내이고 엄마이고 또 그 이전에 여성이기 때문에 평상시 느꼈던 부분들을 좀 더 극대화해서 서영희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도 작품을 안 할 땐 아내이고 엄마이고 주부에요. 서영희처럼 극단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가족들이 각자 일을 나가고 난 뒤엔 집에서 혼자 멍하게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울적하게 있을 수도 있죠. 사시사철 기분이 좋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일상의 경험들을 끄집어내서 극대화시킨 거죠. 여성이기 때문에 서영희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던 자양분이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 김민식 PD가 제작발표회 때 채시라의 오랜 팬이라고 고백했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색다른 재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어떤 배우에게 고등학생 시절부터 팬심을 갖고 있다가 방송국 취직 후 연출과 주인공으로서 드라마 작업을 함께 한다는 건 보통 인연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그런 연출과 작업하며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또 남자 후배분들의 사랑도 듬뿍 받아서 기억에 많이 남고 이런 작업을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죠”

▲ 대사가 일상 대화라는 느낌보다는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 점이 신선했어요.

“작가님이 일부러 문어체를 많이 썼다고 이야기하셨는데 나도 정말 신선했어요. 일상적인 대화체가 아니라 그런 문어체를 소화하는 게 재미도 있었어요.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대사량은 점점 많아지고 나중엔 정말 안 외워지더라고요. 8페이지 정도를 혼자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사 암기가 정말 안 되더라고요. 결국 외우긴 했지만 진짜 힘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입에 익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도 자연스럽게 돼요. 어설프게 하는 건 스스로도 용납이 안 되고요. 대사를 완벽히 살려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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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서영희는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분노가 깔려있는 캐릭터인데 채시라와 서영희를 오가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비교적 개인으로서의 나와 극 중 역할을 잘 분리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식구들이 영희처럼 말한다고 할 때는 있었어요. 나는 그냥 말한 건데 식구들은 영희처럼 말한다고 한 적이 있어서 역할에 빠져있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웬만해서는 집에 딱 신발 벗고 들어가는 순간 원래 채시라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물론 영희의 잔재가 남아있긴 하겠지만 일상생활을 할 때도 캐릭터에서 못 빠져나오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어떤 캐릭터에서 못 벗어나서 괴로웠던 적은 별로 없어요. 물론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다고 하면 감정의 여운이 더 오래 갈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남편이며 아이며 일상에서 신경 쓸 게 너무 많고 내 역할도 너무 많아요. 캐릭터의 감정이 남아 있을 틈이 없어요”(웃음)

▲ 실제로도 딸이자 아내이자 며느리이자 엄마로 일인다역을 하고 있죠. 어떤 역할이 제일 힘든가요?

“엄마 역할이 제일 힘들어요. 어떻게 하는 게 엄마로서 잘하는 건지, 어떤 게 정말 아이를 위하는 건지, 나는 위한다고 했는데 이게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됐는지 늘 고민이에요.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고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데 그게 정말 어려워요”

▲ 자녀들도 ‘이별이 떠났다’를 봤나요?

“첫째 아이는 고등학생이라 많이 못 봤어요. 둘째 아이는 촬영 초반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나와 같이 보기도 하고 내가 없을 땐 아빠와 보기도 했는데 어느새 열렬한 시청자가 됐더라고요. '이 장면은 너무 슬펐다, 엄마 너무 예쁘다, 잘했다' 이렇게 말해주고 표현을 확실하게 해줘요. 둘째 아이는 엄마를 볼 때 눈이 무조건 하트예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엄마가 제일 예쁘고 제일 잘했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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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데뷔 35년차인데 연기할 때 지키고자 하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다면


“항상 정도(正道)로 가고 싶어요. 고리타분한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기본이 되는 길이요. 내가 함께 하는 배우가 어리든 연세가 있으시든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거죠. 또 나는 내 신이 끝났다고 해서 대충하거나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아요. 그 신이 끝나기 전까진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고 해요. 현장에서 상대방과 함께 호흡을 맞춰주는 게 배우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서 어릴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나와 함께 한 후배들이 그런 부분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보아가 입원실에서 촬영할 때 본인 순서가 끝나고 다른 배우가 촬영을 하는데 본인 촬영 때처럼 호흡기를 다시 썼대요. 그래서 이성재 씨가 ‘시라 누나랑 작업하더니 기본이 됐다’고 했다고 보아가 말하더라고요. 알게 모르게 내 모습이 영향을 준 거라면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배려해주고 조금 더 신경 써주는 것만으로 현장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서영희 캐릭터도 어쩌면 도전이었겠단 생각이 들어요. 다음 작품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평소에 생각은 많이 하는데 막상 대답하려니까 딱 떠오르진 않네요. 어쨌든 전작과는 다른 작품, 다른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나는 시대극, 사극, 현대극을 모두 경험해봐서 장르를 가리진 않아요. 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 ‘왕과 비’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로 인수대비 역을 소화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애착이 가는 캐릭터 중 하나에요. 뭔가에 쓰인 것 같은 느낌으로 연기했어요. 할머니 역할을 꼭 하고 싶기도 했거든요. 나중에 나이가 든 뒤에 할머니 역할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더 어릴 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남들이 해보지 않은 걸 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미망’에서도 잠깐 할머니 모습을 나왔는데 그때도 ‘할머니 역할을 맡는다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왕과 비’를 쓰신 정하연 선생님도 작품 준비를 하면서 ‘인수대비는 채시라다’고 생각하셨대요. ‘미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왕과 비’의 인수대비는 나한테도 정말 멋진 캐릭터로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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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작품 안에서 망가지거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것 같아요.

“전혀 없어요. ‘여명의 눈동자’ 때도 후반부에 OSS 요원이 된 뒤 드레스를 입고 립을 바르고 나오는 몇 장면 빼곤 화장도 하지 않고 넝마를 입고 검댕을 묻히고 있었어요. 그때 처연한 아름다움이 얼마나 예쁜지를 느꼈어요. 물론 당시 나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어림이 주는 예쁨은 물론이고 나 자신을 내려놓은 느낌에서 오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정말 예쁘게 보였어요. 배우가 배우로서 빛나는 때는 그런 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쁘게 보이려고만 하는 게 배우는 아니거든요. 서영희 역할을 하면서 점점 예뻐진다는 말을 들었을 땐 물론 기분 좋았어요. 하지만 나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있고 화장을 하지 않고 있던 초반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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