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상X일상의 진화] ①‘나혼자산다’·‘효리네민박’도? 일상 파고든 브이로그의 매력
뉴스| 2018-08-11 11:00

누군가가 나의 일기장을 들춘다면 우리는 그 행동을 두고 ‘훔쳐본다’라고 표현한다. 일기(日記)는 개인의 기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먼저 일기를 꺼내어 들추고, 대중은 그것을 보고 즐기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부하거나 일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수다, TV를 보는 모습 등까지 적나라한 생활상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때로는 노트에 자신의 상태를 써내려가듯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공개일기 ‘브이로그(VLOG)’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가 영상 기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카메라 업체들도 맞춤형 제품을 속속 내놓는 중이다. '브이로그'의 매력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가능성은 얼마나 큰지 미래의 시장을 점검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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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네이버는 지난 6월 개혁안을 발표한 행사 ‘2018 블로썸데이’에서 블로그에 브이로그의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브이로그 에디터’는 동영상 내 음성을 분석해 스틸 이미지나 짧은 영상으로 자동 추출해주는 방식으로 일상을 보다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브이로그’는 ‘비디오(vedi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해 만들어낸 콘텐츠다. 블로그가 일상적인 내용과 더불어 정보성 혹은 상업성을 띠고 있는 글 등을 기록하는 곳이라면, 브이로그는 블로그 콘텐츠 중 하나인 ‘일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형태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고집해온 사진과 긴 글이 더해진 포맷에서 변혁을 시도한다는 것, 그리고 그 변혁에는 브이로그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의 움직임은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행위가 한시적인 트렌드에 그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앞으로 자리 잡을 하나의 포맷임을 증명한다.

실제로 브이로그는 2010년 이후 동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도드라져왔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예전부터 성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16년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올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기세다. 즉 웹상 기록의 근간이 되는 플랫폼인 블로그로부터 시작된 브이로그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중 가장 트렌디하면서도 개인적이고 뿌리가 깊은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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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JTBC 화면 캡처)



■ 브이로그의 매력? 이미 TV에서 느끼고 있다

브이로그의 중심은 바로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고, 외출 준비를 하고,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하고, 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 주섬주섬 언박싱(Un-boxing)을 해보고, 책을 읽고 등 평소의 모습을 브이로그를 통해 고스란히 노출한다. ‘브이로거’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단지 자신의 생활패턴을 영상을 통해 기록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셈이다.

형식 측면에서는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나 리얼리티와 비슷하다. 다만 브이로그는 어떠한 개입 없이 자유롭다는 것이 차이점. 브이로그는 제작진의 질문 개입이 없는 KBS1 ‘인간극장’,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일상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리얼리티 MBC ‘나 혼자 산다’, JTBC ‘효리네 민박’은 브이로그의 확장판에 가깝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부스스한 머리로 기상해 손으로 김치를 집어 먹고 씨리얼을 박스 채 먹는 모습부터 친구를 만나러 가고 레슨을 받는 모습 등까지 적나라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효리네 민박’에서도 이효리가 “똥 싸는 것 빼고 다 보여주는 것 같아”라고 말했을 정도로 일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출연진에는 일반인도 있었기에 화면은 더욱 여행을 기록한 ‘방송용 브이로그’로 다가온다. 시청자들은 이런 일상의 서사를 지켜보며 ‘이 사람은 이렇게 사는구나’하는 공감과 호기심을 충족한다.

더 나아가 근본적으로 브이로그와 방송은 영상매체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지닌다. 방송콘텐츠 특성상 지니는 재미는 곧 브이로그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인 셈. 브이로그에는 이런 재미가 좀 더 소소하게 생활밀착형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브이로그 플랫폼인 어플리케이션 ‘브이로거(vlogr)’ 관계자는 “시청자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재미있는 브이로그를 보고 싶어 한다. 이 재미는 우리가 기존 TV 콘텐츠를 통해 느끼는 것과 유사하다”면서 “여행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볼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재미있는 말을 들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흥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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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니 코리아 제공)



■ 브이로그 시장이 꿈틀거린다

이처럼 낯설지 않은 브이로그의 매력은 많은 이들에게 통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한글로 브이로그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약 92만 개가 넘는 결과가 나온다. 올해 조회수 기준으로 정렬했을 때 상단에 잡힌 영상 뷰는 100만 회가 넘는다. 70만 뷰부터 30만 뷰 사이의 콘텐츠가 꽤 있는 편이며, 20만뷰에서 10만뷰 사이도 상당하다. 10만 이하 조회수가 가장 많은 현 상황은 브이로그 시장에 마니아층이 이미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 업계도 브이로그용 카메라를 너도나도 내놓으며 트렌드를 좇는 추세다. 브이로그용 카메라는 평소 들고 다니기 쉬운 휴대성과 가벼운 무게, 그러면서 고화질의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예 부피를 줄여 카메라 렌즈와 액정화면 정도만 있는 제품도 꽤 있다. 캐논, 니콘, 소니 등 카메라 업체들은 신제품에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전송, 곧바로 특정 플랫폼에 업로드가 가능한 기능을 내세우기도 한다. 또 타임랩스, 짧은 동영상을 한 편의 영상으로 이어주는 기능 등도 탑재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 브이로거 관계자는 “브이로그 제작과 시청의 니즈가 분명 물결을 형성하고 있고 이 물결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 아래, 해당 니즈에 맞는 제품으로 어플리케이션을 발전시키고만 있다. 사실상 마케팅에는 시간과 돈을 거의 안 쓰고 있다”면서 “그래도 한국과 해외에서 가입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브이로그 시장이 서서히 팽창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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