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SNS작가 시대] ① “당신을 작가로 모십니다” 또 다른 시장이 열리다
뉴스| 2018-09-15 11:00

‘SNS 작가’라는 말이 탄생하고 그들의 콘텐츠가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까지 오르는 요즘, ‘나도 작가’라는 말은 이미 낯설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진짜와 가짜’의 기준이 세워지고 있다. SNS 작가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 그곳의 실상은 마냥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범람하는 SNS 작가의 콘텐츠 속 이면에는 어떤 실상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뜨겁게 끓어오르는 이상과 냉정하기만 한 현실, 그 간극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미지중앙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혹시 MBC ‘책책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제목부터 노골적인 이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3년 간 대국민 독서 열풍을 이끌었다. 한 달마다 지정된 도서들은 판매량 1위를 달성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지금, 해당 프로그램 덕을 보던 베스트셀러 순위는 책 예능이 아닌 SNS 영향을 받고 있다. 교양 형식의 프로그램보다 SNS의 파급력이 더 세졌기 때문이다. 개인 브랜드가 높은 평가를 받는 시대 속 SNS의 글은 더 이상 인스턴트 메시지로만 남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을 작가로 만들고, 더 많은 이들의 책을 다방면으로 노출시킨다.

■ 상상 초월하는 SNS 작가의 파워

지난 2월 출간된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SNS 작가가 지닌 파워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다. 이 책은 지난 3월 교보문고와 인터파크, 예스24, 영풍문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모든 서점에서 5개월 연속 베스트셀러 10위권 자리를 지켰다. 책 출간 7개월이 지난 9월 2주 주간 베스트셀러에서도 16위(인터파크도서 집계)에 머무르는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책은 최근 방영한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도 등장했다. 주인공 김미소(박민영)와 이영준(박서준)의 연애 세포를 깨우는 데 중요한 역할이었다. 책은 방송 등장 이후 전주보다 14계단 상승해 1위에 재등극했다. 더 나아가 ‘저스툰’에서는 정하 작가를 거쳐 책을 새롭게 웹툰으로 만들어 독점 공개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중앙

드라마에 나온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사진=tvN 화면 캡처)



하태완 작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9만 명이, 페이스북 팔로워는 21만 명이 넘는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를 비롯해 그 전에 낸 ‘#너에게(너에게 보내는 편지.완글)’ 등 모두 SNS에서 연재한 글로부터 시작됐다. 홍보 마케팅이나 방송 노출로 인해 유명세를 얻어 책을 출간한 게 아니라 먼저 독자들에게 지지를 받아 ‘책’이라는 실질적인 구현까지 이룬 셈이다.

하태완 외에도 SNS에 올린 글로 책을 출간한 이들은 상당하다. SNS에 시를 올리며 인기를 얻은 최대호 작가도 알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인물이다. 최대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3만 명 이상, 페이스북 팔로워 34만 명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읽어보시집1, 2’ ‘이 시 봐라’ 등을 냈다. 최근에는 에세이집 ‘너의 하루를 안아줄게’를 내고 여전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쓰세영’을 낸 김세영 작가는 교보문고 종합 연간 2017년 시 베스트셀러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나온 글배우 ‘아무것도 아닌 지금은 없다’, 조유미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김수민 ‘너라는 위로’, 유귀선·지민석 ‘너의 안부를 묻는 밤’ 등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지중앙


■ 일반인 작가의 등장 예견됐다? “더 늘어나는 추세”

SNS 작가의 활약은 말 그대로 SNS부터 시작됐다. 자기표현 욕구를 지닌 사람들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통해 생각과 정보를 드러내왔다. 그렇게 점점 콘텐츠가 범람할수록 그 사이에서 더 나은 퀄리티를 내보여 주목 받기 위한 노력 역시 높아졌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이미 2012년부터 이 변화를 짚었다. 한기호 소장은 그 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퍼블리싱(Publishing)’에서 더 나아가 ‘퍼블리킹(PUBLICing)’이라는 새로운 프로세스가 구축됐음을 설명했다.

방송에서 한기호 소장은 “과거의 출판은 ‘선 여과 후 출판’ 형태였다. 좋은 원고가 있으면 출판사의 개입을 통해 출판되는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누구든 볼 수 있는 글(이미 출판이 된 글)을 출판사가 보고 그것을 다시 책으로서 낸다. ‘선 출판 후 여과’ 시스템이다”라고 밝혔다.

이미지중앙

(사진=브런치 메인 캡처)



실제로 작가 양성을 위한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낸 플랫폼들도 등장했다.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브런치’가 가장 대표적이다. 브런치는 일반인 작가의 출판을 도모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 일련의 심사를 통과해야 글을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는 2만여 명, 브런치를 통해 출간된 책은 900여 권. 최근에는 플랫폼 내 ‘제안하기’ 기능을 만들어 일반인 작가와 출판업계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출판사와 서점 관계자들도 SNS작가의 파급력을 관심 깊게 지켜보며 활용하고 있다. 김세영 작가의 ‘시쓰세영’ 책띠에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매주 500만 명이 읽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서점가에 SNS 작가의 책들만 모아놓은 매대도 생겼을 정도다. 경향비피는 ‘SNS 스타 작가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세트’를 내놓았다. 쌤앤파커스는 영풍문고를 통해 SNS 베스트셀러를 소개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역시 SNS가 작가를 양성하는 현상을 낯설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장은수 대표는 “이미 SNS 글쓰기가 이뤄지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었다. 특히 요즘 도드라지는 인스타그램 작가들은 2015, 2016년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과 최근의 SNS 글쓰기가 지닌 차이에 대해 “예전에는 웹툰이나 웹소설이 주로 책으로 출간됐다면, 요즘에는 짧은 글이나 에세이, 그림과 결합된 글과 같은 내용이 뜨고 있다. 그에 따라 일반인 작가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SNS작가 시대] ① “당신을 작가로 모십니다” 또 다른 시장이 열리다
[SNS작가 시대] ② 작가·출판업계·독자 니즈 통했다
[SNS작가 시대] ③ 화려한 등용문, 이면의 그늘

cultur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