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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백일의 낭군님’ tvN 월화극 ‘신의 한 수’된 사연
뉴스| 2018-10-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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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백일의 낭군님’(극본 노지설, 연출 이종재)이 tvN 월화극 ‘신의 한 수’가 됐다.

‘백일의 낭군님’은 기억을 잃은 왕세자 원득(본명 이율, 도경수)과 조선 최고령 원녀 홍심(남지현)의 이야기를 그린다. 원득과 홍심의 풋풋한 로맨스와 왕세자 실종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촘촘히 맞물려 빈틈없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 9일 방송한 10회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3%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유료플랫폼 기준, 이하 동일)

이로써 2주 연속 지상파를 포함해 전 채널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의 기염을 토한 ‘백일의 낭군님’이다. 5.0%의 시청률로 출발했던 ‘백일의 낭군님’이 10회 만에 약 2배의 성장을 이뤄낸 결과라 뜻깊다. 이에 더해 ‘백일의 낭군님’ 흥행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백일의 낭군님’ 전작은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이하 식샤3)’였다. ‘식샤3’는 tvN 인기 시즌제 드라마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으나 부실한 전개와 주연 배우 윤두준(하이라이트)의 갑작스러운 군 입대로 악재를 겪었다. 이에 방영 내내 2%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식샤3’ 앞서 방송된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최고 시청률 2.1%) ‘시를 잊은 그대에게’(최고 시청률 1.4%) ‘크로스’(최고 시청률 4.7%) 등 tvN 월화극 대다수가 저조한 시청률을 냈다.

수목극에서는 ‘나의 아저씨’ ‘김비서가 왜 그럴까’ ‘아는 와이프’가 연속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토일드라마에서는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Live)’ 김진민 PD의 ‘무법 변호사’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 등 스타 제작진의 작품이 줄지었던 것과 비교하면 tvN 월화극의 성적표는 분명 암담했다.

모든 드라마는 시청률에 있어 전작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전작의 애청자들이 새 드라마를 이어서 시청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일의 낭군님’은 출발부터 불리했다. 이른바 ‘전작 버프’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

그런데다 작품에 대한 기대치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백일의 낭군님’이 내세운 메인 스토리가 신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족과 일반 백성의 사랑 이야기는 그간 여러 사극에서 숱하게 다뤄졌던 소재다. 기억을 잃은 왕족을 둘러싼 궁중 내 대립도 새로울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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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여기서 ‘백일의 낭군님’의 재치가 빛난다. 이 드라마는 클리셰를 고루하지 않게 활용한다. 기억을 잃고도 왕족으로서의 교양과 체면은 몸에 배어있는 원득의 이중성이나, 양반의 첩실이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이 선택한 원득과 혼인하는 홍심의 당당한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또 원득과 홍심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미소짓게 하다가도, 궁궐의 암투를 균형있게 그려내며 긴장의 끈 역시 놓지 못하게 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앞서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영화 ‘카트’(2014) ‘순정’ ‘형’(2016) ‘신과 함께-죄와 벌’(2017)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경수는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미니시리즈 주인공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 속 도경수는 그가 인기 아이돌 엑소의 메인보컬 디오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특유의 강단있는 눈빛과 진중한 목소리는 왕세자 이율에 꼭 어울리며, 때때로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쓸모 없는 남자’ 원득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덕이다.

도경수와 남지현과의 호흡도 기대 이상이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20대 배우 기근’의 상황 속에서 도경수와 남지현이라는 두 20대 배우의 어울림이 남다른 것. 특히 아역 출신의 남지현은 노련한 기술이 빛을 발한다. 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마음을 울리는 감정 연기까지 제대로 표현하며 감탄을 자아낸다. 이로써 남지현은 MBC ‘쇼핑왕 루이’(2016)부터 지난해 SBS ‘수상한 파트너’를 거쳐 ‘백일의 낭군님’까지 연달아 흥행시키며 ‘아역 출신’의 꼬리표를 떼고 ‘로코퀸’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모양새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조연들의 활약이다. 이른바 ‘조선 뇌섹남’ 정제윤 역의 김선호는 홍심을 향한 ‘멜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반면 연적(戀敵) 원득과는 의외의 브로맨스 케미스트리를 형성하며 웃음을 안길 전망. 그런가 하면 ‘백일의 낭군님’ 최고의 신 스틸러는 김기두다. 원득과 티격태격하면서도 그의 곁을 살뜰히 지키는 구돌은 등장마다 안방극장을 웃음으로 물들인다. 또 구둘의 아내이자 홍심의 친구 끝녀 역의 이민지도 유쾌한 에너지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 여기에 김차언 역의 조성하·왕 역의 조한철·세자빈 역의 한소희 등 궁중인물을 맡은 배우들도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TV를 넘어 충무로와 대학로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을 모아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

이러한 요소들이 ‘백일의 낭군님’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흔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창의력과 실력 출중한 배우들로 드라마를 빈틈 없이 채워냈다. 과연 ‘백일의 낭군님’이 이 기세에 힘입어 또 다시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수 있을지, ‘백일의 낭군님’으로 하여금 tvN 월화극이 침체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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