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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잇 수다] ‘은주의 방’ VS ‘톱스타 유백이’… 주1회 편성 드라마의 반전
뉴스| 2018-12-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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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은주의 방' tvN '톱스타 유백이' 포스터(사진=CJ ENM)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주1회 편성 드라마들이 반전을 보여주고 있다.

올리브 화요 드라마 ‘은주의 방’(연출 장정도 소재현, 극본 박상문 김현철)과 tvN 불금시리즈 ‘톱스타 유백이’(연출 유학찬, 극본 이소정 이시은)가 마니아를 단단히 사로잡았다.

동명 웹툰을 각색한 ‘은주의 방’은 첫 방송 이후 CPI(콘텐츠 영향력 지수) 관심 높은 프로그램 1위로 진입하며 화제성을 증명했다. 또 방영 첫 주 기준 온라인에 공개된 클립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454만 건을 나타내며 채널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톱스타 유백이’도 동 시간대 방송하는 MBC ‘나 혼자 산다’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방송 3회 만에 최고 시청률 3.1%를 돌파했는데 이는 전작 ‘빅 포레스트’가 평균 시청률 1%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두 작품 모두 주 1회, 그것도 오후 11시 심야 시간대 방송한다는 특수성 속에서 얻은 성과라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불리한 편성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은주의 방’과 ‘톱스타 유백이’의 매력을 비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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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주의 방' 스틸컷)



■ 공감 VS 유쾌

‘은주의 방’은 공감의 저력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1인 가구 시대에 발맞춘 트렌디 드라마로, 셀프 인테리어에 빠진 싱글 여성 은주(류혜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인도 없고 직장도 없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자취생의 설정은 비슷한 처지의 시청자들을 대변한다.

은주를 둘러싼 인간 관계도 현실적이다. 우선 은주의 19년 지기 민석(김재영)을 빼놓을 수 없다. 극 중 민석은 잘생기고 착한 데다 은주를 남몰래 짝사랑하는 순애보까지 갖췄다. 설정만 놓고 보면 현실에서 보기 드문 ‘사기캐’이지만 은주와 민석이 아웅다웅하며 보여주는 절친 케미스트리가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 고등학교 재학 시절 불거진 오해로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린 동창 혜진(박지현) 역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관계라 몰입하게 된다.

‘은주의 방’이 회마다 공개되는 셀프 인테리어 정보도 인기 요소 중 하나다. ‘은주의 방’은 여태 은주를 통해 방의 전등을 교체하거나 부식돼 무너진 세면대를 갈아끼우는 법, 싱크대의 시트지와 기름에 쩐 주방 타일을 바꾸는 생활의 팁을 공유했다. 이로써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정보 전달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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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주의 방' 스틸컷)



‘톱스타 유백이’는 대형 사고를 치고 외딴 섬 여즉도에 유배된 톱스타 유백(김지석)의 이야기를 그린다. 도시의 삶에 최적화된 유백이 강순(전소민)을 비롯해 순수함의 극치를 달리는 섬 사람들과 만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이다.

그 속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향연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유백과 깡순 외에도 ‘여즉도 아이돌’로 통하는 참치잡이 배 선장 최마돌(이상엽), 유백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전직 아이돌 남조(허정민), 촌스러운 보건소 의사 아서라(이아현) 등 코믹 만화에 등장할 법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무엇보다 유백과 강순의 로맨스에 빠진 시청자가 많다. 정반대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설렘을 자아낸다는 반응이다. 또한 ‘톱스타 유백이’에서 보여주는 여즉도의 자연 경관과 마을 사람들의 슬로 라이프가 바쁜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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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주의 방' 에필로그 방송화면)



■ 영상미 VS 먹방 연출

‘은주의 방’ 제작진이 가장 신경쓴 것은 영상미다. 인테리어를 주요 소재로 다룬 만큼 벽지나 타일 등의 소품이 갖고 있는 색감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고가의 애너모픽 렌즈(Anamorphic Lens)를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색감은 1회부터 돋보였다. 첫 방송 당시 민석이 컬러 테라피를 소개는 장면에서 색색의 물건을 조명하며 전달 효과를 극대화한 것. 뿐만 아니라 ‘은주의 방’이 대다수 장면을 가을에 촬영한 만큼, 계절 특유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내 감탄을 자아냈다.

그런가 하면 ‘톱스타 유백이’는 맛깔스러운 먹방 연출이 특징이다. 현재까지 해물 된장 뚝배기·우럭찜·문어숙회·꽃게 고추장찌개·회국수·해신탕·홍합찜·전복장·소라튀김 등의 음식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야식 욕구를 자극했다.

‘톱스타 유백이’의 메뉴를 담당하는 최은주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드라마에 어울리는 음식 맛과 세팅에 신경쓴다”며 실제 슬로 라이프 콘셉트에 맞추기 위해 재래시장을 애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마을 이장님께 남도 음식에 대해 여쭙거나 문헌과 사진 조사를 거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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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톱스타 유백이' 방송화면)



■ 주1회 편성이 불러온 나비효과

이런 가운데 ‘은주의 방’과 ‘톱스타 유백이’의 시청자들은 주1회 편성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주2회 70분 편성이 일반적인 국내 드라마 계에서 ‘은주의 방’과 ‘톱스타 유백이’를 더 자주 볼 수 없다는 게 다소 답답하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주의 방’과 ‘톱스타 유백이’를 시작으로 주1회 편성 드라마들이 꾸준히 탄생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 편성에 여유가 생기면서 제작 환경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 덕분이다. 특히 앞서 여러 드라마가 스태프에 대한 부당한 처우 문제로 논란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은주의 방’과 ‘톱스타 유백이’가 갖는 가치가 남다르다.

이에 대해 ‘은주의 방’ 공동 연출자 소재현 PD는 “우리 드라마는 (근로) 규정 시간을 최대한 맞추도록 노력했다. 아침 8시에 촬영을 시작해 밤 10시쯤 끝내고 주 2회 휴일을 지켰다. 덕분에 스태프들 체력도 안배가 되고 배우들도 대본 보고 생각할 시간이 늘었다”고 주1회 편성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70분짜리 드라마를 일주일에 두 번 내보내는 일은 현재의 제작 환경과 규정에 비해 너무 길다”며 드라마 업계의 변화를 희망하기도 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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