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실버세대의 역습] ②유튜브에서 방송까지…실버 유튜버 대세
뉴스| 2019-01-13 09:00
나이가 많다고 뒷방 늙은이로 보지 말라. 인생은 2막부터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이다. 어느덧 트렌드에 익숙하고 따라가는 실버 세대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트렌드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실버’라는 단어와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서퍼’라는 단어가 결합된 실버 서퍼(silver surfer)라는 용어까지 나왔다. 변화하고 있는 실버 시장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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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할머니, 김영원 할머니(사진=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20대 대학생 김민지 씨의 취미는 유튜브 영상 보기다. 통학할 때 짧은 시간 내에 즐기기에 이만한 게 없다. 그 중에서 요즘 즐겨보는 채널은 김영원 할머니의 ‘TV영원씨’다. 영상 속 할머니는 젊은층이 즐겨먹는 떡볶이를 먹고 머랭쿠키 ASMR을 들려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할머니들이 해서 더 재미있다.

젊은 세대의 표현대로면 그야말로 ‘힙’하다. 할머니들이 10대와 2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실버 세대가 콘텐츠의 소비층은 물론 그 주인공의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 온라인은 물론 대중문화에서도 이제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 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바로 6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박막례 할머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손녀와 함께 찍은 영상들이 대박을 쳤다. 친근한 사투리와 솔직한 매력이 젊은 층을 끌어당겼다. 그가 올린 유튜브 조회수는 누적 8000만을 넘어섰다.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도 21만명 이상이다. 웬만한 연예인 부럽지 않다. 작년 5월엔 구글 본사까지 방문하며 글로벌한 스타로 등극했다.

김영원 할머니는 최고령 먹방 크리에이터로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불량식품부터 편의점 음식을 먹기도 하고 젊은 층이 좋아하는 ASMR까지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조성자 할머니는 쿡방을 선보이고 있다. ‘심방골주부’라는 타이틀로 자연친화적이고 푸근한 매력으로 구독자들을 공략했다. 그리고 방송까지 진출했다. 크리에이터의 삶을 관찰하는 예능인 JTBC ‘랜선라이프’를 통해서 일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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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우리새끼 (사진=sbs)



예능에서 시니어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것은 최근 일만은 아니다. 이미 2013년부터 시작된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황혼의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려 4편의 시리즈가 나왔고 그 스핀오프 격인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등이 나왔다는 것만 보더라도 방송가에서 이드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준다.

현재 방영중인 예능에서도 실버 세대들의 활약을 볼 수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수년째 SBS의 효자 프로그램이다. 꾸준한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하고 있고 함께 출연하는 어머니들은 연예대상 대상을 거머쥘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tvN ‘수미네 반찬’도 여전히 방영 중이다. 요리솜씨 좋기로 유명한 배우 김수미에게 셰프들도 요리를 배운다는 콘셉트가 제대로 먹혔다. 김수미 특유의 입담과 자유분방한 계량이 웃음을 선사한다.

극장가에도 작지만 매운 노년 파워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고령의 부부의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 ‘인생 후르츠’가 그 주인공이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츠바타 부부의 삶은 깊은 울림을 줬고 그 결과 적은 개봉관 속에서도 4만 관객을 돌파했다. 다양성 영화 박스오피스 상위권도 유지하고 있다. 오는 2월에는 한글을 배우는 칠곡의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칠곡 가시나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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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담은 영화 '인생후르츠'와 '칠곡 가시나들' (사진=각 영화 포스터)



지난해 교보문고가 2018 종합 결산에 따르면 주요 독자가 30대 여성에서 40대 여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니어 독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년에 대해 다룬 책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작년 1월 출간된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은 아흔살이지만 누구보다 젊게 살아가는 모모요의 삶을 조명해 주목을 받았다. 이미 1995년 일본에서 발간됐던 책이었지만 국내 독자들도 사로잡았다. 76세에 취미 삼아 그렸던 그림을 통해서 화가로 인정을 받은 모지스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는 작년 특별 한정판과 엽서책까지 나올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시니어들의 독서 생활을 위한 작은 움직임도 있다. 작은 글씨를 보기 어려워하는 노년층을 위해서 한국도서관협회는 2009년부터 꾸준히 큰활자본 도서를 도서관에 보급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출판사 열린책들은 자사 책들 중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6종의 도서를 큰활자본으로 발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열린책들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도서관협회 큰활자본 사업 도서로 선정됐었는데 나머지 5종은 자체적으로 제작하게 됐다”며 “일반 책들과 판매 수치를 비교하기엔 어렵다. 독자 층이 전혀 다르다. 다만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책들이 큰활자본으로 출판됐기 때문에 판매수치가 나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출판계에서 큰활자본 시장이 활발하진 않다. 아직은 시작 단계 정도”라며 “도서관협회 사업 일환이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자발적으로 내놓긴 힘들 것 같다. 그렇지만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이런 사업을 통해 시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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