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처받는 아이들] ② ‘스카이캐슬’ 영재母, 학대가해자일까?
뉴스| 2019-01-20 09:00
2019년, 정부가 ‘아동이 안전한 나라’ 실현을 위해 조직 개편에 나섰다. 바꿔 말하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아동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8월 사망한 학대 아동은 20명이었으며, 2017년에는 38명의 아동이 학대 끝에 이른 생을 마감하는 비극을 맞았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아동 감소 현상이 지속되는 반면 학대 피해 아동은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분명 아이러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아동학대의 실태를 조명하고 더는 상처받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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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나 7살 때부터 365일 공부했어. 1등 못하면 밥먹을 자격도 없다고, 성적 떨어지면 나가죽으라고 했어, 안했어? 엄마, 아빠 아들로 살고싶지 않아. 당신 아들로 사는 건 지옥이었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에서 부모의 교육욕심에 시달리다 결국 가출까지 하게 된 영재(송건희)는 어머니(김정난)에게 이렇게 말한다.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영재는 부모에게 극도의 증오심을 느끼는 인물이다. 원인은 학대였다. 서울대 출신의 의사 아버지(유성주)와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동네 주부들의 롤 모델로 꼽히는 어머니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화목한 가정으로 포장된 영재의 집안에서는 실상 폭력과 폭언이 난무했다. 부모는 외동 아들의 성적이 떨어질 때마다 잠을 재우지 않거나 흉기로 위협을 가하는 등 무자비한 태도를 보였다.

영재의 에피소드가 방송된 이후 파장이 상당했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아동학대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반대의 반응도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영재의 고통을 ‘배부른 소리’로 치부했다. 부모가 제공해준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일부 폭력과 폭언은 ‘훈육’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부 의견은 아동학대에 대해 여전히 둔감한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학대’의 범위는 실로 다양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난해 아동학대사례의 유형을 분석한 결과, 중복학대(48.6%) 정서학대(21.1%) 방임(12.5%) 신체학대(14.7%) 성학대(3.1%)의 순으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적인 학대는 신체 폭력에만 머물지 않음을 뜻한다.

이에 과연 어디까지 아동학대에 해당하며, 아동학대가 의심될 시 어떤 법적 처벌을 요구할 수 있는지 지난해 미디어에서 그려진 아동학대 사례들을 통해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봤다. 여기에는 현재 KBS Joy ‘코인법률방’을 통해 공감형 법률 조언을 더해주고 있는 오수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이스트)가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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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방송화면)



■ JTBC ‘SKY 캐슬’의 사연: 영재는 아들의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부모에 의해 시달리는 아이입니다. 극 중에서 영재는 중학생 때부터 시험 성적이 떨어지면 어머니에 의해 잠을 자지 못하고 밤새워 공부했고,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로부터 ‘나약해 빠졌다’는 폭언을 듣습니다. ‘SKY 캐슬’에는 영재 외에도 부모에 의해 원치 않는 방식으로 공부를 강요받는 아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런 경우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나요? 이런 경우 학대 피해 당사자 외에 이를 인지한 타인이 대신 신고할 수도 있나요?

정신적 폭력에 해당할 수 있고 강요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아동복지법 제17호 제5호에서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지만 ‘아동학대범죄’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규정된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서 형법상의 상해, 특수상해, 폭행, 특수폭행, 유기, 체포, 감금, 협박,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명시된 범죄행위에 해당하여야 합니다. 밤샘 공부를 강요하여 거부할 수 없이 혹사당하는 정도로서 강요죄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한다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할 수 있겠지만 정도에 따라서 부모의 훈육이나 지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여지도 있습니다. 다만 아동학대 범죄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수준일 경우에는 그 부모가 아동학대 행위자이므로 피해아동(만18세 미만) 본인이나 친족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아동학대 행위자를 고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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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방송화면)



■ MBC ‘붉은 달 푸른 해’의 사연: 극 중 인물 은호(차학연)는 아기 때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아동센터에서 지내게 됩니다. 은호는 이때 센터 원장에게 성폭력을 당합니다. 당시 은호는 ‘사랑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가해자의 세뇌 때문에 학대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고 살인으로 복수를 하지요.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신고와 법적 처벌이 이뤄질 수 있나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아동이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아동센터 원장 사례처럼 성폭력을 포함한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그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법적 책임을 추궁하여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동학대범죄의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에도 불구하고 해당 아동학대범죄의 피해아동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4조(공소시효의 정지와 효력)에 근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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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미쓰백' 스틸컷)



■ 영화 ‘미쓰백’(2018)의 사연: 영화에서 아동학대 피해자로 그려진 주인공 백상아(한지민)는 성장 과정에서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전과자가 됩니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 어릴 적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김지은(김시아)에게 연민과 연대를 느끼며 보호자를 자처하는데요. 실제로 아동학대는 가해자가 성인이고, 피해자가 어린 아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신고나 도움 요청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구할 수 있으며, 또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법적 조치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본인이나 친족, 그 외에 그 누구라도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이러한 신고를 접수한 수사기관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지체없이 사건현장에 출동하여 즉시 응급조치를 취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응급조치 내용은 이하와 같습니다.
1. 아동학대범죄 행위의 제지
2.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으로부터 격리
3. 피해아동을 아동학대 관련 보호시설로 인도
4. 긴급치료가 필요한 피해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
그밖에 국가에서는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아동학대정보를 관리하고 사후관리도 하여야 하며 피해아동과 가족에 대한 지원제도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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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화면)



■ KBS2 ‘오늘의 탐정’의 사연: 드라마 속 악귀로 등장하는 우혜(이지아)는 아버지에 의해 ‘동반 자살’ 당한 인물입니다. 우혜처럼 ‘동반 자살’이라는 명목 하에 부모에게 살해 시도되는 아이들이 적잖습니다. 이러한 경우 만일 부모와 자녀가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부모에게서 자녀를 격리시킨다거나 자녀가 다른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조치가 마련되어 있나요?

“그렇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행위자를 피해아동의 주거지 등으로부터 격리할 수 있고 친권행사를 정지하거나 제한할 수도 있으며 피해아동을 다른 연고자 등에게 가정위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가정법원의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명령)에 따르면 판사는 직권 또는 피해아동, 그 법정대리인, 변호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의 청구에 따라 결정으로 피해아동의 보호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개정 2017.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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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2 방송화면)



■ KBS2 ‘안녕하세요’의 사연: 최근 스킨십이 과한 가장의 사연이 소개됐습니다. 이 가장은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게 결박한 뒤 몸에 뽀뽀를 하거나, 친가나 외가에 가서는 아들을 자랑한다며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보여주는 행동을 일삼는다고 합니다. 가장 본인에게는 ‘장난’이었다고 하나 아이 당사자가 수치심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면 이 역시 아동학대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합니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또한,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원치 않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결박한 상태에서 뽀뽀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보여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동복지법 상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 행위일 뿐만 아니라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 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상기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에서 금지하도록 정한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학대행위에 해당하여 아동복지법에 의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1의2). 이러한 행위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여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상처받는 아이들] ① 아동이 위험한 대한민국, 반복되는 학대 왜 못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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