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빅매치] ‘검은사제들’ VS ‘사바하’, 공통 유전자가 있을 뿐…
뉴스| 2019-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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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장재현 감독이 고유의 색을 지키면서 새로운 세계로 확장시켰다.

데뷔작부터 화제를 모은 장재현 감독이다. 그의 신작 ‘사바하’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종교적 색채가 가득한 작품이기 때문에 ‘사바하’를 보면 자연스럽게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검은 사제들’이 떠오른다. 한 배에서 태어나 닮은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길을 가는 형제의 모습이다. 4년 사이 장재현 감독의 세계관은 더 깊어 넓어졌다.

■ 종교 빠지면 서운하다?

2015년 개봉했던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게 된 영신(박소담)과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 사제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검은 사제들’의 등장인물만 보더라도 어떤 종교를 그리는지 알 수 있다. 장재현 감독은 천주교 사제들이 구마 의식을 진행한다는 설정을 넣어 한국에서 보기 드문 오컬트 영화를 완성했다. 시작부터 천주교 용어를 설명해주고 성수, 몰약, 유향 등의 소품으로 종교적 색채를 더했다. 여러차례 등장하는 성경 말씀도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반면 신흥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의 박목사(이정재)가 사슴동산이라는 종교단체를 조사하면서 의문의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사바하’에선 기독교와 불교를 결합시켰다. 박목사와 해안스님(진선규)가 사슴동산을 추적하기 위해서 힘을 합치며 종교 대통합을 보여주기도 한다. 불교에선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데 이 세계관이 ‘사바하’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자신이 색을 뚝심있게 밀고간 장재현 감독의 스타일이 돋보인다.

캐릭터 구성도 비슷하다. 남자 두 명의 소녀 한 명. ‘검은 사제들’에선 김신부(김윤석)과 최부제(강동원)이 악령에 씌인 영신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사바하’에선 사슴동산을 찾다가 우연히 영월터널살인사건을 알게 된 박목사가 진실을 찾아 헤맨다. 정나한(박정민)은 영월터널살인사건 용의자와 깊은 관계가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점에 있는 쌍둥이 금화(이재인) 자매의 이야기와도 두 인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장재현 감독의 작품 속 종교인은 마냥 정의롭고 선한 이미지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검은 사제들’ 김신부는 술과 담배를 달고 살고 말로 여럿을 때린다. 여럿 돌발행동으로 이미 교단의 눈밖에 난 사람이다. ‘사바하’ 속 박목사는 속물이다. 외제차에 버버리 코트를 챙겨 입고 말씀 끝에 후원계좌를 오픈하는 인물이다. 완전무결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련의 사건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해놨다.

무엇보다 두 작품 모두 신인 여배우를 기용했는데 어디서 이런 샛별을 찾아오는가 싶을 정도로 영화에서 제 몫을 해낸다. ‘검은 사제들’에서 박소담은 악령에 휩싸인 여고생 역을 맡아 삭발에 각종 외국어를 소화한다. 후반부 하이라이트에선 1인 다역 연기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는다. ‘사바하’에선 신예 이재인이 그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재인은 쌍둥이로 1인2역에 도전해 믿기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도 있다. 바로 동물들이다. ‘검은 사제들’에선 구마예식에 돼지가 사용되는데 최부제가 이를 위해 항상 반려견처럼 데리고 다닌다. 귀여운 외모지만 후반부엔 강렬함을 남긴다. ‘사바하’에도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금화의 집엔 개들이 넘쳐나고 뱀, 사슴 등 다양하다. 특히 후반부엔 불교의 상징적 동물이 코끼리까지 등장한다. 동물만으로도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 오컬트와 스릴러의 차이

‘검은 사제들’은 한국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구마예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적 오컬트 장르라는 평을 얻었다.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공포 분위기가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사바하’는 오컬트 영화라기엔 공포감이 덜하고 사건을 풀어가는 게 중심이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가득한 스릴러에 더 가깝다. 공포감을 덜어낸 대신에 메시지는 짙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영화적 이야기다. ‘검은 사제들’은 강렬한 캐릭터들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간다. 사제복을 입어도 빛이 나는 강동원이 연기한 최부제는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고 김신부는 초반부터 강한 성격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후반부 구마예식에선 박소담이 아예 화면을 잡아 먹을 정도로 시선을 빼앗는다.

반면 ‘사바하’는 배경도 배우들의 연기도 크게 튀지 않고 톤다운을 시켰다. 캐릭터보단 서사의 힘이 크다. 박목사, 정나한, 재인은 물론 분량은 많지 않지만 형사인 황반장(정진영)까지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영화에 계속 흘려진 떡밥을 주워서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온전히 이야기에 힘을 기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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