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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 ‘82년생 김지영’, 공감하며 따라가면 느껴지는 위로
뉴스| 2019-10-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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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장수정 기자] ‘82년생 김지영’은 한 인물의 인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의 상처까지 함께 보듬는다. 김지영이 겪은 일련의 작고, 큰 상처들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듣거나, 보고 겪었을 일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지영을 향한 위로는 여성 전체를 향한 응원이 되기도 한다.

23일 개봉하는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소설이 그랬듯이 82년생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인물의 일상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뒤,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을 크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김지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이자 언니, 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외양부터 표정, 행동까지 완벽하게 현실 속에 자리한 지영 역의 정유미가 선보이는 사실감 넘치는 연기가 공감대를 넓히기도 한다.

그러나 보편적인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내던 인물에 균열이 생기면서 평범한 일상의 외피를 쓰고 있던 상처와 아픔들도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아무 문제 없어보이던 일상이 사실을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김지영이 가끔 다른 사람이 되는, ‘빙의’ 현상을 겪으며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신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진짜 빙의인지 헷갈리며 힘들어하는 남편 대현처럼 지영의 병명이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쌓이는 지영의 경험과 감정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빙의라는 것이 만들어진 지영의 속내가 자연스럽게 짐작된다.

어릴 때부터 직접 목격하고, 겪은 부조리한 상황들이 무의식중에 재현되는 지영을 보고 있으면 차곡차곡 쌓인 그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체감돼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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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가끔씩만 튀어나오는 지영의 아픔처럼 여성을 향한 차별들도 사회에 만연해 있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압축된 김지영의 일상을 깊이 파고들수록 그를 꾸준히 괴롭혀 온 편견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여성스럽지 않다’는 말을 들어본 이들이라면, 우는 아이를 안고 주변의 눈치를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이들이라면 내용에 몰입하고, 지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2시간 안에 한 인물의 생애를 압축하다 보니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이 한 번씩 경험해봤을 일들을 모아서 보여주기 때문에 한쪽으로 쏠렸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 내에 만연했던 문제들을 한 번에 보여주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지영의 곁을 지키는 남편 대현의 존재를 비롯해 든든하게 지영의 아픔을 감싸는 가족들의 면면도 두루 다루며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강화하기도 한다. 엄마와 언니는 항상 지영을 공감하며 응원하고, 막내아들을 더 예뻐하며 자식들을 키웠지만 그럼에도 지영의 아픔을 적어도 비난하지는 않는 아버지는 그래도 평균 이상이다.

지영의 삶을 차곡차곡 담아내기 때문에 직접 목격한 것처럼 공감이 깊게 된다. 또 경험치나 생각이 달라 차별에는 공감을 하지 못하더라도, ‘빙의’를 둘러싸고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높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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