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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2) 스트라이커 기근? 우리 삼총사를 기대해!
뉴스| 2017-02-15 04:57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지난 2년간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은 토종 공격수가 차지했다(2015년 김신욱, 2016년 정조국). 특히 지난해 정조국(33 강원FC)은 광주FC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이러한 토종 공격수의 활약에도 여전히 국가대표팀의 최전방을 이끌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가대표에 소집된 황의조(25 성남FC), 김신욱(29 전북현대), 석현준(26 FC포르투) 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기량을 보였다. 물론 이들도 여전히 성장을 기대할 만한 젊은 공격수들이지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들 외에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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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김건희. [사진=뉴시스]


“쌤, 등번호 받고 이쁨 받고 싶습니다!” 수원삼성 김건희

김건희(22)는 지난 시즌 우여곡절 끝에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팬들의 기대감도 부풀었다. 수원의 미래는 물론이고, 대표팀을 이끌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대학시절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1학년 때부터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달고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김건희의 첫 시즌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수원은 마땅한 스트라이커 자원을 찾지 못하자 시즌 첫 경기부터 김건희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렇다 할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수원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서정원 감독은 꾸준히 신뢰를 보냈다. 결국 김건희는 16경기 만에 리그 데뷔 골을 넣었다. 그 순간 주저앉아 눈물을 왈칵 쏟은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김건희는 “어떻게 보면 조금 건방진 소리인데, 공격수의 골에 따라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승패에 대한 책임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축구하면서 그래 왔다”라며 팀 부진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렇게 조금씩 김건희가 프로에서의 감을 찾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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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는 고려대 시절 1학년 때부터 등번호 10번을 받아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했다. [사진=정종훈]


하지만 후반기에는 김건희의 출전을 보기 힘들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조나탄이 경이로운 득점포를 가동하며 수원의 반등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기회를 잃어버린 김건희는 자책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힘, 체력적인 부분이 부족해서 골문 앞에서 큰 인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부족했다.” 김건희는 지난 스페인 말라가 전지훈련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아침 이를 악물고 뛰며 체력을 보완했다.

김건희는 올 시즌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수원이 2016시즌 상주상무 소속으로 9골 8도움을 기록한 박기동을 영입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지훈련에서도 김건희는 조나탄-박기동에 이은 제3옵션으로 전락했다. 최근 말라가에서 진행된 연습 경기에서도 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건희는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뒤에서 있었던 적이 거의 없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경기를 뛰지 못하는 게 많이 힘들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등번호까지 바꾸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3번을 달았지만, 올시즌은 14번으로 변경한 것. 김건희는 “이쁨을 받으려고 서정원 감독님의 현역 시절 번호(14번)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팬들은 김건희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올시즌 수원에서 잠재력이 터질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김건희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건희는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작년에는 운이 좋아서 많이 뛰었다. 올해는 출장 기회를 잡으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건희는 다가오는 올시즌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다소 냉정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분명 갖추고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기 때문에 몇 경기에서 자신감만 얻는다면 성장의 폭은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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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영은 지난해 데뷔전에서 5분 만에 골을 작렬시키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사진=광주FC]


정조국의 그림자에 벗어난다!, ‘광주의 아들’ 조주영

조주영(24 광주FC)은 광주 유소년 팀인 금호고를 졸업한 뒤 아주대로 진학했다. 4년 내내 등번호 9번을 달을 정도로 아주대에서 신뢰가 높았다. 폭 넓은 움직임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아주대의 기동력 축구에 힘을 실었다. 골문 앞에서의 날카로운 감아차기 슈팅은 황의조(25 성남FC)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에게 대학 무대 좁았다. 1, 2학년 대회 득점상(2013),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득점상(2013), U리그 권역 득점왕(2013, 2014) 등이 그의 능력을 증명했다. 조주영은 자연스럽게 아주대를 졸업하고 광주로 향했다.

지난 시즌 정조국이 광주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는 대단했다. 이 때문에 조주영에게 기회가 쉽사리 오지 않았다. 하지만 조주영은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에서 큰 임팩트를 남겼다. 꿈만 같은 프로 데뷔전이었다. 데뷔골이 결승골로 연결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투입 5분 만에 골맛을 본 것. 팀의 3연패까지 끊었으니 각종 언론은 그를 집중했다.

시즌이 끝난 뒤 몇몇 구단에서 조주영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만큼 그가 1년차에 보여준 무한한 가능성을 프로 무대가 인정했다고 할 수 있다. 조주영은 “광주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광주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올시즌에는 정조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주전 공격수를 꿈꾼다. 정조국이 떠난 광주FC는 외인 킬러를 찾아 발품을 팔고 있지만 의지처럼 결과로 맺지 못하고 있다(2월 13일 기준). 결국 해답은 팀 자원 내에서 찾아야 하는데 조주영이 그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주영은 전지훈련에서 오스트리아 빈(오스트리아), 데브레첸(헝가리)을 상대로 골을 집어넣으며 자신감을 끌어 올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진출팀을 상대로 넣은 골이라 다가오는 의미는 더 크다. 대학 무대에서 보여준 능력에 경험만 더해진다면 조주영은 광주FC를 이끌어 가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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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주 이현일(맨 오른쪽)은 성남FC에 입단했다. [사진=성남FC]


‘헤비메탈’ 축구의 최전방 선두 주자, 성남FC 이현일

성남FC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박경훈 신임 감독 아래 성남FC는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전 공격수 황의조는 지난 시즌의 부진을 떨치고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묵묵하게 기회를 노리고 있는 자가 한 명 있다. 이번 시즌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될 이현일(23)이다.

사실 이현일은 고교 시절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축구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용인대에서다. 이장관 감독의 지휘 아래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현일이 직접 “이장관 감독님을 만난 것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말할 정도다. 용인대에서 2015년 U리그 왕중왕전 우승까지 경험했고, 지난 시즌에는 실력이 더 무르익어 권역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자연스럽게 몇 구단들이 이현일에게 접촉했고 그의 선택은 성남이었다. 성남에 주포 공격수 황의조가 있음에도 이현일은 왜 주전 경쟁이 험난한 성남을 택했을까? 이현일은 “성남을 원래부터 눈여겨 봤다. 어느 팀을 가든 좋은 공격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황의조 선수 밑으로 가서 배우고 싶었다. 한 번 부딪혀 보고 싶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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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 시절, 이현일은 많은 수비수들에게 집중견제를 받을 만큼 존재감이 컸다. [사진=정종훈]


이현일은 이제는 학교 울타리에서 벗어나 냉정한 프로 무대에 발을 딛는다. 앞서서 소개한 김건희와 조주영도 대학 무대에서 S급으로 평가받으며 당당하게 프로에 입성했지만 쉽지 않은 1년를 보냈다. 이현일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 첫 시즌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게다가 경쟁자는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황의조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현일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사실 얼마 전까지 많이 힘들었다. 제니트와 경기를 하기 전부터 코칭스태프 선생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75분에 교체 투입되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팀 적응은 지금까지 수월했다. 박경훈 감독은 얼마 전 올시즌 성남 축구를 ‘헤비메탈’이라 표현했다.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클롭 감독처럼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하여서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의미다. 이현일의 입장에서는 반가웠다. 그가 있었던 용인대와 스타일이 비슷했기 때문. 활동량, 수비 가담에서의 장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올시즌 김건희 조주영 이현일, 세 선수에게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단 앞으로 경험만 축적된다면 얼마든지 팬들을 열광시킬 능력은 충분하다. 조금씩 성장하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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