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훈의 빌드업] (4) 수원 은성수, ‘다이아몬드 멘탈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사입력 2017-02-27 22:40 작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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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는 지난 시즌 수원삼성에 입단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사진=수원삼성]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많은 아마추어 축구선수들의 꿈은 프로 진출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낙오하고, 소수만 선택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프로에 진출한들 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11명의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 경쟁 또 경쟁을 한다. 그 과정에서 또 몇 명은 떨어져 나간다. 모든 곳에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좁은 축구판에서는 더 심하다.

은성수(24 수원삼성)도 그 과정을 겪고 있다. 그는 매탄고(수원삼성 U-18)-숭실대를 거쳐 지난 시즌 수원삼성에 입단했다. 숭실대가 은성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전술을 계속해서 수정했을 정도로 그의 능력은 뛰어났다.

시즌 출발은 좋았다. 은성수는 시즌 첫 경기였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감바 오사카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교체 투입돼 홈그라운드의 잔디를 처음 밟았다. 꿈만 같았다. 프로 데뷔전이 예상보다 일찍 다가왔고, 고등학교 때 관중석에서만 지켜보던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에서 뛰었으니 벅찼다. 그는 “뛸 때는 정신이 없어서 별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지나고 보니 응원하는 소리와 밖에서 보기만 했던 운동장에서 뛰니 기분이 남다르네요”고 감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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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은성수는 시즌 첫 번째 경기에서 교체로 출전해 가능성을 알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어서 호주로 떠났다. 은성수는 ACL 조별리그 3차전 멜버른 빅토리와의 경기에서는 풀타임을 소화했다. 변화도 꾀했다. 자신의 수비력에 물음표가 따라 다녔기 때문. 다소 터프함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그는 적극적으로 태클까지 시도하며 피지컬이 한 수 위인 호주팀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축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난 원정길이 고되긴 했지만 이것 또한 경험인지라 마냥 기뻤다.

하지만 기회는 거기까지였다. 이후 빅버드에 서 있는 은성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원이 위기에 봉착하면서 신인에게 주어질 출전 기회가 더욱 움츠려졌다. 그는 주로 R리그(2군리그)에서 뛰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의 장점인 왼발은 여전했다. 세트피스를 담당하며 날카로운 킥력을 과시했다. 단, 여전히 수비 능력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은성수도 이를 인지하고 악착같이 갈고 닦았다.

결국 K리그 데뷔는 1년 뒤로 미뤄야 했다. 은성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성숙해졌다. 그는 “제가 부족했죠. 잘하면 제가 잘한 것이고, 못하면 제가 못한 것입니다. 기회를 언제까지 기다립니까? 제가 기회를 찾아가야죠”라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보통의 선수라면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이적을 고려할 법했지만 은성수는 고민하지 않았다. “임대 갈 생각은 없었어요. 시즌 끝난 뒤에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이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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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침을 겪은 은성수가 올 시즌 이를 꽉 물었다. [사진=수원삼성 홈페이지]


이런 기대와 달리 올시즌 은성수의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수원이 포메이션을 4-2-3-1에서 3-4-3으로 변경하면서 중앙에서 뛰는 미드필더 한 자리가 줄었다. 더불어 이번 시즌을 통해 들어온 신인들이 조금씩 그 자리를 엿봤다. 실제로 스페인 전지훈련 기간 내에 은성수는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은성수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오히려 수비에 대해서 눈을 뜬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시즌 끝날 때 즈음에 수비수를 보기 시작했는데 이제 조금은 수비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수비수 시선으로 보면서 미드필더들이 ‘어떻게 수비를 해줬으면 좋겠는지’를 알게 됐어요. R리그가 시작되면 ‘뛸 수 있는 자리에서 뛰고 싶다’고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은성수는 단 한 번도 남 탓을 하지 않았다. 주변 선수들이 은성수에 대해 “걔는 정말 다이아몬드 멘탈이예요. 절대 무너지지 않아요”라고 평할 정도. 매번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꿋꿋하게 훈련에 매진했다. 올시즌도 은성수에게 출전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쉽지 않아 보여요. 형들이 뜻하지 않게 쉴 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기다리고 잘 준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여전히 해볼 만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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