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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18) 끈끈한 수비에서 엿본 강팀의 조건
뉴스| 2017-03-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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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S 여자야구단과의 합동 훈련.


올 시즌 첫 번째 합동훈련 파트너는 ‘CMS 여자야구단’이었다. 지난해 익산시장기 전국여자야구대회 4강에 오른 것을 비롯해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이 팀의 선수 겸 감독인 김주현 감독은 2008년, 2010년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출신으로 작년 세계여자야구월드컵 당시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다. 한 마디로 국가대표팀 코치가 이끄는 팀과 함께 하는 훈련인 것이다.

강팀이 강팀이라고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CMS와 합동훈련을 하며 가장 큰 차이를 느낀 부분은 바로 ‘훈련량’이었다. CMS 팀의 훈련량은 여자 야구선수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다. 몸 푸는 시간만 1~2시간에, 총 훈련량 역시 어마무시하다는 것. 직접 보니 왜 그런 말이 나오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먼저 몸 푸는 과정부터 남달랐다. 합동훈련 집합 시간은 정오였다. 10분 전에 도착한 우리 팀과는 달리 CMS 선수들은 이미 한 데 모여 몸 풀기에 한창이었다. 일반적으로 5~10여 분의 짧은 스트레칭과 운동장 러닝 정도로 몸을 데운 뒤 곧바로 캐치볼에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마치 프로 선수들을 보는 듯한 체계적인 워밍업이 돋보였다.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에서는 ‘훈련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양 팀이 함께 한 내외야 펑고훈련. CMS가 먼저 시범을 보인 후 우리팀 다이노스가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필자의 포지션은 3루. CMS 3루수에게 수비 위치부터 플레이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가르침을 받았다. 펑고 훈련 내내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CMS 야수들의 견고한 수비에 대한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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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서의 깨우침을 실전에서도 발휘하는 날이 올까.


펑고 훈련 후 잠시 휴식시간. 치명적인 약점인 ‘뜬공’을 극복하기 위해 팀 동료 언니에게 공을 높이 띄워달라고 부탁했다. 던지고 받고를 반복하던 중 묵묵히 지켜보시던 CMS 감독님이 날 불러세웠다. 그리고 시작된 일대일 레슨. 기본적인 글러브 위치부터 포구 자세, 스텝 등을 배웠다. 한 번 배워서 ‘뜬공의 지배자’가 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만으로도 소기의 성과가 아닐까.

이후 베이스러닝에 이어 토스 배팅이 이어졌다. CMS 감독님이 배팅 케이지 뒤에서 공을 띄워주고 타석에 선 타자들이 이를 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인당 15개의 공을 쳤는데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하나도 없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려는데 CMS 감독님께서 마지막이라며 나를 콕 집어 다시 타석으로 부르셨다. 원 포인트로 타격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주신 뒤 가장 잘 치는 공 2개로 훈련을 끝내기로 했다.

하나는 헛스윙, 또 하나는 파울. CMS 감독님께서는 마지막으로 공 하나를 잡으시며 ‘이거 치면 오늘 다이노스가 이기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훈련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상한 포인트에서 승부욕이 발동했다. 흩어져만 가던 집중의 끈을 다시 부여잡고 마지막 공에 집중했다. ‘캉’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문득 ‘매 타석 한 구, 한 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이랬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시즌 첫 합동훈련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자 깨달음이었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5월부터 서울 팀 W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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