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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3) '이제는 전국무대다' 부산고 이원빈-김원준
뉴스| 2017-03-23 05:31
부산고 동갑내기 이원빈(투수)과 김원준(이상 18, 포수)이 전국무대를 향해 당찬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부산고의 마운드는 3학년들의 차지였다. 실질적 에이스였던 최지광(삼성)을 필두로 슈퍼루키 윤성빈(롯데), 김승민(동아대)까지 세 선수가 도합 134⅔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를 굳건히 지켰다. 이들의 공백을 크게 가늠한 탓인지 예년에 비해 올 시즌 부산고 투수진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한 편이다. 그래서 에이스로 거듭나야 할 우완 이원빈과 포수 김원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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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배터리' 부산고 투수 이원빈(왼쪽)과 김원준은 접점이 참 많다. 만 18세의 나이는 물론, 출신중학교, 심지어 키까지 184cm로 같다. [사진=정아름 기자]


배터리 호흡만큼은 최고

개성중 출신인 이원빈과 김원준은 2014년의 추억을 떠올렸다. 둘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그해 본격적으로 배터리를 이뤘다. 성적 역시 좋았다.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 4강에 이어 제3회 KBO총재배 전국중학야구대회(영일만리그) 준우승까지. 특히 총재배 대회에서 이원빈-김원준 배터리는 4경기 13⅔이닝 연속 무실점(4피안타 8볼넷 23탈삼진)을 합작하며 개성중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대구 경상중을 상대로 패하며 우승은 좌절됐지만 둘의 호흡은 이 대회를 통해 무르익었다.

나란히 부산고로 진학하며 서로 함께 보낸 시간은 6년째. 포수 김원준이 가장 잘 아는 투수가 이원빈이고, 투수 이원빈이 가장 믿고 던질 수 있는 포수 역시 김원준이다. 이원빈은 “중학교 때 전국대회 4강 및 준우승을 경험했으니 이번에는 우승이면 좋겠다. 특히 부산고가 유독 황금사자기 대회(5월 3일 개막)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부산고의 사상 첫 황금사자기 우승을 원준이와 함께 해내고 싶다”라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150km’ 이원빈, 올해는 투수 전업

이원빈은 고교 진학 후 주로 유격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의 강한 어깨는 마운드에서도 빛났다. 지난해 최고 구속은 149km. 주로 야수로 경기를 뛰다보니 투구 폼에서도 투구보단 송구의 느낌이 강했다. 올 시즌 이원빈은 투수로 전업한다. 수비 부담을 줄여 ‘투수로서 성장’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계 훈련 역시 투구 밸런스를 잡기 위해 투구 폼을 수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올해 드래프트에 나오는 고교 투수들은 파이어볼러형 선수들이 많다. 휘문고 안우진을 비롯해 박신지(경기고), 성동현(장충고), 강백호(서울고), 양창섭(덕수고), 이승헌(마산용마고) 등이 150km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기로 유명하다. 이원빈 역시 지난 10일 열린 명문고 야구열전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최고 150km를 찍는 빠른 공을 선보였다. 연고 팀인 롯데 자이언츠가 1차 지명 대상자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이유 역시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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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중학교 3학년 시절 이원빈의 모습. 당시 유격수와 투수를 겸하며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사진=정아름 기자]


‘스피드’의 매력은 배가됐지만, 여전한 숙제는 역시 제구일 터. 이에 대해 이원빈은 "이번 동계훈련을 거치며 1,2학년 때 비해 볼넷도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투구 수를 조절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일단 제구에 중점을 두고, 제구가 된다면 유리한 카운트에 바로 승부할 수 있는 공격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싶다"며 코앞으로 다가 온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새 시즌만큼이나 이원빈을 설레게 한 소식은 이대호(35)의 롯데 복귀다. 이원빈은 “가고 싶은 팀은 롯데다. 이대호 선수 때문에 롯데를 좋아하게 됐는데 지금도 여전히 롯데에 가고 싶다”며 연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원빈은 ‘이도류’ 오오타니 료헤이를 롤모델로 꼽았다. 시속 160km가 넘는 직구를 던지면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고, 제구력 역시 뛰어난 점을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수가 키워낸 포수' 김원준

김원준은 지도자 복이 많은 선수다. 중학교는 물론 고교 야구부 역시 전체적으로 코치 수가 적은 탓에 전문적인 포수 교육은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다. 본래 왜소한 체격의 내야수였던 그는 포수 출신 감독들의 지도 아래서 '포수' 김원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다. 지난 시즌 롯데의 백업 포수로 활약한 김준태(현 상무)의 성공적인 포지션 전환을 이뤄낸 바 있는 개성중 한진수 감독은 김원준에게서도 포수의 향기를 맡았다. 김원준은 '나를 믿고 포수 한 번 해보자'는 한 감독의 권유로 ‘1년 유급’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며 포수의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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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중 시절 호리호리했던 김원준(왼쪽에서 두 번째).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현재 184cm 80kg의 건장한 체격으로 거듭났다. [사진=정아름 기자]


포수라는 포지션은 김원준에게 딱 맞는 옷이었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는 김원준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지난해 전국 대회에서 김원준의 도루저지율은 0.333(도루 시도 15, 도루 저지 5)였다. 이는 2017 2차 신인지명회의에서 5라운드 이내에 지명된 포수들의 평균치(0.312)와 비교했을 때도 뒤지지 않는 기록이다. 이원빈 역시 “원준이의 도루저지율이 좋아 주자가 있을 때 아무래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라며 김원준의 강견에 신뢰를 보냈다.

김원준은 또 한 명의 귀인과 함께 2017 시즌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부산고에 부임한 김성현 감독은 부산고-연세대를 거쳐 롯데와 삼성에서 포수로 활약했던 프로 출신 지도자다. 김원준은 "감독님이 오신 후 새벽은 물론 팀 훈련을 마치고도 따로 시간을 내서 훈련 중이다. 특훈 덕에 블로킹과 프레이밍에서 많이 발전한 것 같다"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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