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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11) 한양대 이동희-건희 형제, ‘닮았지만 다르다’
뉴스| 2017-04-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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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이건희(좌)와 형 이동희(우)가 한양대에서 재회했다. [사진=정종훈 기자]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형제 축구선수들을 최근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상돈(32 은퇴)-상호(30 FC서울), 하대성(32 FC서울)-성민(29 교토상가), 홍정남(29 전북현대)-정호(28 장쑤쑤닝) 등이 있다. 눈을 돌려 해외를 살펴보면, 콜로 투레(36 셀틱)-야야 투레(34 맨체스터시티), 라스 벤더(28 바이엘 레버쿠젠)-스벤 벤더(28 도르트문트)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축구DNA’가 있는지 프로 입문 전인 U(대학)리그에서도 형제선수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양대의 이동희(21)-건희(19) 형제. 이동희는 대학 3년차인 올해에도 굳건히 팀 내 주전을 꿰차고 있고, 동생 이건희도 형을 따라 새내기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피치를 밟고 있다.

# 형님 먼저, 따라쟁이 아우

이동희는 이른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다. 창원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다. 동생 이건희는 다소 늦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에 입문했다. 당연히 그의 축구 시작은 형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형과 동생이 기억하는 과거는 달랐다. 이건희는 “형을 보면서 처음에 ‘왜 축구를 할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가 권유해서 시작했어요”고 회상했다.

이에 이동희는 다소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축구를 하면서 경제적인 지원을 많이 받았어요. 운동을 하지 않는 막내 동생은 막내 동생대로 이쁨을 받았어요. 그래서 건희가 중간에서 많이 힘들어했죠. 축구를 하면 저처럼 경제적 지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웃음).” 기억은 다르지만 형제는 긴 세월 축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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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이건희(가운데)는 지난해 왕중왕전 전반기 때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정종훈 기자]


형제는 중학교(마산중앙중)까지 함께 뛴 후 흩어졌다. 동희는 마산공고로, 건희는 진주고(경남FC U-18)로 향했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동희가 대학 진학을 한양대로, 이건희가 2학년 말에 서울보인고로 전학을 가면서 종종 연습상대로 만났다. 이동희는 “처음 주위에서 동생이 잘한다고 했는데 정작 저는 못 느꼈어요. 그런데 고등학생 동생과 실제로 붙어 보니 저보다 나은 부분이 있었고, 배울 점도 많이 발견했어요”라며 동생을 칭찬했다.

그리고 올해 두 선수는 한양대에서 재회했다. 오랜만에 발을 맞춘다는 이유로 남다른 기분을 느꼈을 터. 부모와 동행 이건희가 특히 기뻐했다. 이동희는 “저보다 건희가 여기 올 때 많이 좋아했어요. 축구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중학교 때는 약하다는 평가를 많이 들어서 그만두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요. 원하는 대학까지 왔으니, 좋은 결실을 맺어서 다행이죠”라며 설명을 더 했다.

사실 둘은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동계훈련 초반부터 서로의 축구 스타일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건희는 “형 성격이 이상해요”라며 투덜댔고, 이동희는 “축구 스타일이 달라서 그랬어요”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때마다 이건희가 골망을 흔들면 이동희는 그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가서 동생을 축하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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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이동희(6번)는 올 시즌 부주장을 맡았다. [사진=정종훈 기자]


# 닮은 듯 다른 형제

형 이동희는 1학년부터 올해까지 한양대 정재권 감독의 신뢰를 두둑이 받으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고 있다. 이동희의 장점은 강인한 체력. 강한 승부욕과 함께 90분 내내 피치 이곳저곳을 누빈다. 임찬울(23 강원FC), 윤용호(21 수원삼성), 김현욱(22 제주UTD) 등이 빠지며 전력이 약해진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더불어 올해는 ‘부주장’을 맡았다. 선배보다는 후배가 많아진 탓에 책임감이 가중됐다. 본인도 이를 인지했다. “운동장에서 말이 더 많아졌어요. 작년에는 기술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해도 다 같이 열심히 하는 팀을 이끌어가려고 합니다.”

동생 이건희는 주목받는 최전방 유망주 중 한 명이다. 성인무대에 발을 디딘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응기 없이 곧바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본인은 첫 대회 점수를 30점을 매겼지만, 지난 2월 춘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U리그 원광디지털대전에서도 멀티골을 뽑아냈다.

옆에서 이동희가 이건희의 장점을 덧붙였다. “건희는 1:1 상황에서 ‘때리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침착하게 접은 뒤 득점을 만들어내요. 저도 놀랍니다.” 골결정력이 부족한 자신에 비해 동생의 침착성과 득점력을 부러워했다.

두 형제는 얼굴과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어투가 쏙 닮았지만, 스타일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축구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희는 다소 어색한지 시종일관 짧은 말로 무뚝뚝함을 보였고, 반면 이동희는 줄곧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둘은 목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같이 태극마크를 꼭 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만큼은 형제가 꼭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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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의 형제선수 이동희(8번)와 건희(9번)가 피치 위에서 같이 뛰고 있다. [사진=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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