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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슈] 레전드를 보내는 한국과 영국의 상반된 방식
뉴스| 2017-04-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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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캡틴 존 테리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첼시를 떠난다. [사진=첼시FC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김유미 기자] 지난 17일 첼시와 수원삼성이 각각 소속 레전드와의 이별을 발표했다. 먼저 첼시는 22년 동안 팀에 몸 담으며 지난 13년 간 주장을 맡았던 존 테리(37)를 이번 시즌을 끝으로 떠나보낸다고 공식 발표했다. 존 테리는 “올해가 첼시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첼시에서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고 지금이 새로운 도전을 할 시기”라고 말했다. 첼시도 그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그의 앞날에 행운을 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수원은 이정수(37)의 은퇴선언 보도로 곤욕을 치렀다. 이정수는 구단의 공식 발표 대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의사를 내비쳤다. 구단 측은 진상 파악에 나섰고, 이후 이루어진 구단 및 코칭스태프와의 미팅, 주위 선수들의 만류와 설득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21일 구단의 공식 발표를 통해 시즌 도중 은퇴를 알렸다. 그는 “팀에 많은 보탬이 되지 못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팬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 어디서든 팬들과 함께 수원을 응원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동갑내기 두 선수의 이별은 닮은 듯 다르다. 많은 나이에, 경기력 저하로 출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존 테리는 본인의 미래를 위해 오랜 시간 함께한 팀과 상의한 끝에 이별을 택했고, 이정수의 은퇴 발표는 일부 서포터와의 마찰과 그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감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첼시와 존 테리의 이별 소식을 들은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유소년 시절부터 한 팀에서 활약한 ‘원클럽맨’이자 지금까지도 주장을 맡고 있는 그를 떠나보내기 아쉽다는 반응과, 그럼에도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것이 팬들의 주된 의견이었다. 존 테리는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개인 SNS 계정을 통해 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하며 “언젠가 첼시로 돌아오겠다”는 말로 마지막까지 훈훈한 이별 무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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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수원삼성은 이정수와의 계약 만료를 발표했다. [사진=수원삼성 공식 홈페이지]


한편 이정수의 은퇴 소식을 접한 수원 팬들의 반응은 여럿으로 갈렸다. 직·간접적으로 그의 은퇴 결심에 영향을 미친 서포터들의 무례한 언행과 행동에 일침을 가하는 쪽, 부상자가 속출하고 팀 성적이 부진한 와중에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갑작스런 은퇴를 비판하는 쪽, 그리고 친정팀을 위해 선수생활 막바지 한국으로 돌아와 헌신해 준 레전드 선수가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만든 데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는 쪽 등이 있었다. 구단을 맹비난하는 반응도 다수였다. 구단과 선수단, 서포터 간 불신이 커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레전드를 떠나보내는 양국의 문화차는 이미 전례가 많다. 영국의 많은 구단들은 선수와의 이별에서 성숙한 축구문화를 보여줬다. 대표적으로 201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게리 네빌의 은퇴를 기념해 유벤투스와 각 팀의 레전드 선수들을 모아 친선 경기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과거 맨유의 황금기를 이끈 데이비드 베컴을 비롯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수원은 2010년 이관우와의 이별 과정에서 팬들의 원성을 샀다. 제대로 된 은퇴 선언도, 이적 소식도 전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 선수 생활을 끝낸 것이다. 그는 사업가의 삶을 살던 중 “선수로서 제대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던 소원을 이루기 위해 2013년 싱가포르 1부 리그에서 복귀했고 2년 동안 맹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결국 K리그, 특히 수원에서의 은퇴를 꿈꾸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첼시와 수원의 이별 공식은 정반대였다. 선수는 팬, 구단과의 충분한 소통을, 팬과 구단은 레전드에 대한 대우와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모든 끝이 좋을 수만은 없다. 그것이 연인이 됐든, 선수와 구단, 선수와 팬이 됐든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해와 아쉬움을 줄일 수 있다면 조금 더 아름다운 이별이 될 것이다. 축구실력이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좋은 축구문화를 빨리 배우지는 못하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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