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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12) 광운대 최범경, ‘한방맨의 부활’
뉴스| 2017-04-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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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운대 최범경은 팀이 어려운 순간 결정적인 한방으로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사진=광운대 축구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팀이 어려운 순간, 결정적인 한방으로 팀을 구원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의 존재는 감독에게 큰 힘이 된다. 당연히 이 선수는 감독이 경기 전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 때 ‘믿고 쓰는 카드’로 가장 먼저 꺼내 든다. 이번 빌드업의 주인공 최범경(20 광운대)이 꼭 그렇다.

최범경의 골결정력을 본 어른들은 ‘어라, 이놈 봐라?’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대표적인 경기가 숭실대, 연세대와의 맞대결. 지난해 U리그 숭실대 전에서 늘 골을 뽑아내며 ‘숭실대 킬러’로 도약했고, 추계대학축구연맹전 연세대와의 예선전에는 호쾌한 중거리 슈팅으로 팀을 토너먼트 진출시켰다(춘계대학축구연맹전 우승팀인 연세대가 예선 탈락하는 데 한몫했다).

1학년 선수가 팀을 이렇게 승리로 이끌었으니 화제가 됐다. 최범경은 “운이 좋았죠”라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고등학교 때에도 가끔 한방이 있었어요”라며 슬쩍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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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경은 대건고 시절 주로 중앙 미드필더로 팀을 이끌었다. [사진=K리그 에디터 최동혁]


최범경은 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 U-18팀인 대건고를 비롯해, 인천 U-12팀, 광성중(인천 U-15)를 거친 인천 토박이다. 지금이야 스트라이커 아래에서 활약하지만, 고교시절에는 한 단계 더 아래에 위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중앙 미드필더로 피치에 나섰다. 공격적인 성향보다는 뒤쪽에서 볼 배급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주로 맡은 것이다.

실제 고등학교 시절 기록이 꽤 괜찮았다. 고교 3학년인 지난 2015년 금석배 준우승을 시작으로, K리그 주니어 전·후반기 우승 그리고 왕중왕전 준우승까지. 본인은 “준우승이 두 번이나 있어서 아쉬움이 커요”라고 토로했지만, 대건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뿐 아니라 중요한 개인 타이틀도 챙겼다. 우수선수상(2015 대교눈높이 후기 왕중왕전), 최우수선수상(2015 K리그 주니어 후기리그)으로 또래 선두주자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최범경은 대표팀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5년 파주로 한번 소집됐지만, 이후로는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에 최범경은 절치부심했다. 광운대에 진학한 후 체중만 약 7~8kg을 찌우면서 약점으로 평가받던 힘을 붙였다. 스피드가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기우였다. 최범경은 “치고 나가는 힘과 스피드가 더 좋아졌어요”라고 자신했다.

광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8월 강릉 소집훈련에 안익수 전 감독이 불러들인 것. 하지만 이번에도 마지막 순간에 낙방했다. 최범경은 “자신감이 부족했어요.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많았던 것이죠”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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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경은 올시즌 2학년으로 팀의 주축이다. [사진=광운대 축구부]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최범경은 후반기에 부진했다. 전반기에 보여주던 퍼포먼스는 온데간데 없었다. 본인도 이에 동의했다. “찬스를 많이 살리지 못했어요. (전반기보다) 경기 뛸 때 나태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U-20 대표팀 새 사령탑 신태용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에 최범경을 점검 차 콜업했다. 최범경은 이 기회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그는 “소속팀과는 전술이 조금 달랐어요. 최전방에서 많이 뛰었는데 능력이 부족했죠”라며 설명했다.

지난해 부침이 심했던 최범경은 올 시즌 등 번호까지 변경하며 새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마음처럼 대학 2년차가 녹록치 않았다. 허리디스크 부상으로 춘계연맹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U리그 초반에는 팀의 패배를 경기장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재활의 굵은 땀방울을 흐린 끝에 최범경은 지난 U리그 3라운드 아주대전에 교체 투입되며 예열을 마쳤다. 이어진 지난 21일 5라운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뽑아냈다. 정작 본인은 “체력이 안 올라와서 걱정”이라고 말했지만, 지난해 초반에 보여줬던 움직임을 확실히 되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작년에는 (정)동수 형이 최전방에서 많이 가르쳐 줬지만, 올해는 (변)수호가 1학년이기 때문에 제가 이끌어야 돼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네요”라는 각오처럼 책임감도 더해졌다.

다가오는 5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의 출전은 사실상 무산됐다. 아쉬울 법도 하지만 최범경은 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아무래도 제가 인천 유소년 시스템의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애착이 많이 가고, 얼른 (프로에)가고 싶어요. 기복이 없는 선수로 꾸준히 활약하고 싶어요.” 최범경의 ‘한방’을 프로에서도 볼 수 있을까? 꿈은 도전하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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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경이 지난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경기에서 2골을 뽑아냈다. [사진=광운대 축구부]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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