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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8) ‘ERA 0.32’ 마산용마고 이승헌-이채호, “원투펀치 나가신다”
뉴스| 2017-04-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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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용마고의 우완 원투펀치 이채호(왼쪽)와 이승헌. [사진=정아름 기자]


지난 24일 고교야구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인 ‘제71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대진이 결정됐다. 주말리그 경상B조에 속한 마산용마고는 5전 전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황금사자기 진출을 확정지었다. 팀 평균자책점 1.68, 팀 타율 0.294로 단연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특히 3학년 우완 원투펀치 이승헌(18)과 이채호(18)가 버티는 용마고의 마운드는 높았다. 둘은 28⅓이닝 3실점(1자책)을 합작했다. 경기당 평균 실점은 0.6점에 불과했다. 피안타 역시 단 8개. 사사구는 12개, 탈삼진은 41개였다. 더할 나위 없는 ‘짠물투구’였다.

이승헌, 에이스의 이름으로

누가 뭐래도 올 시즌 마산용마고의 에이스는 이승헌이다. 195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빠른 직구가 일품이다. 최고 구속은 148km. 연고 팀인 NC 다이노스는 울상이다. 이승헌이 고교 진학 후 1년 유급을 해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마산용마고 김민우(2015 신인 2차 전체 1순위 한화행)와 이정현(2017 신인 2차 전체 1순위 kt행)에 이어 또다시 지역 거물 유망주를 ‘유급’으로 다른 팀에 내줘야 할 위기다.

고교 진학 후 본격적으로 투수 전업에 들어간 이승헌의 입학 당시 키는 176cm에 불과했다. 투수치고 크지 않은 키다. 체격 역시 호리호리했던 그는 유급 후 1년간 몸을 만든 뒤 지난해 고교 진학 후 처음으로 공식전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백미였다. 이승헌은 덕수고와의 결승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치며 본인의 이름 세 글자를 야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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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우완 이승헌은 올 시즌 '슬라이더'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사진=정아름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의 우완 다르빗슈 유를 동경하는 이승헌. 다르빗슈의 주무기는 잘 알려진대로 슬라이더다. 이승헌 역시 동계 훈련 내내 슬라이더를 가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훔치는 슬라이더가 보다 날카로워지며 직구의 위력 또한 배가됐다. 그 결과 주말리그 전반기 13⅓이닝 동안 단 3안타만을 허용했다.

“슬라이더도 유용하게 쓰고 있지만 직구 위주로 바깥쪽 승부를 많이 펼쳤는데 그게 좋았던 것 같아요. 슬라이더는 100을 완성이라고 치면 지금은 한 80퍼센트 정도인 것 같아요. 충분히 효과를 보고 있지만 조금 더 다듬어야죠.”

‘굴러들어온 복덩이’ 이채호

이승헌과 함께 올 시즌 용마고의 마운드를 양분하고 있는 이채호. 경남 원동중 출신의 우완 사이드암인 그는 부경고로 진학한 후 지난해 마산용마고로 전학했다. 이채호는 “제가 지난해 승리 없이 5패만 기록했어요. 운동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전학을 선택하게 됐어요”라며 용마고로의 전학이 고교생활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밝혔다.

용마고에 새로이 둥지를 튼 이채호는 체격부터 달라졌다. 70kg였던 몸무게를 84kg까지 불렸다. 동계훈련을 거치며 4kg가 빠져 현재는 80kg를 유지하고 있다. 체중을 불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워낙 연습량이 많다 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한 단계 성장했다. ‘넌 잘하는 녀석이니까 하던 대로만 하라’는 정호진 마산용마고 수석 코치와 문남열 투수 코치의 아낌없는 격려에 자신감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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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중 시절 이채호. 이채호는 제44회 대통령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투타 고른 활약을 바탕으로 대회 최우수선수에 선정된 바 있다. [사진=정아름 기자]


전학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이채호는 현재 주말리그에서 15이닝 이상 소화한 고교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0.00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선수다. 지난해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그는 23일 울산공고와의 경기에 두 번째 투수로 나서 4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고교무대 첫 승을 신고했다.

“지금 평균자책점은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아직 15이닝밖에 안 던진 걸요. 전국대회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이번 주말리그 전반기를 돌아보면 직구 볼 끝이나 슬라이더 각은 좋았던 거 같아요. 물금고와의 경기에서 뭔가 감을 잡았어요. 그날 구원투수로 올라가서 5이닝을 잘 던지고 나니까 자신감이 확실히 더 붙더라구요(1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그 기세가 첫 승으로 이어진 거 같아요.”

올해로 창단 81주년을 맞은 마산용마고 야구부. 야구 명문이지만 그간 소위 메이저 대회라고 불리는 황금사자기, 청룡기, 봉황대기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승헌과 이채호는 미리 맞추기라도 한 듯 올 시즌 목표는 ‘용마고 우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말리그에서 예열을 마친 ‘짠물’ 원투펀치 이승헌과 이채호는 내달 4일 목동야구장에서 유신고와의 64강전 경기를 시작으로 지긋지긋한 준우승 징크스 끊어내기에 도전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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