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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여자야구 도전기] (25) '원 팀'으로 엿보는 첫 승
뉴스| 2017-06-24 05:54
“개인이 아닌 우리가 있어 승리가 가능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얻은 승리다.”

개개인의 실력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하나의 팀(One team)으로 뭉쳤을 때 큰 시너지가 나온다. 그리고 이 시너지는 승리로 가는 디딤돌이 된다. 팀 스포츠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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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기자' 경기 전 한 데 모여서 파이팅하고 있는 다이노스 여자야구단 선수들.


지난 2월 팀을 재정비한 후 과반수의 팀원이 야구 미경험자였다. 동계훈련 시기가 지난 후 팀이 꾸려졌기에 시즌 전 기본기를 다질 시간이 부족했다. 기본적인 캐치볼조차 상대의 가슴은커녕 저 멀리 허공을 향해 날아가거나, 땅에 내리꽂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른 팀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자극을 받고, 팀 훈련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과정이 계속됐다.

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실전이라고. 야구 역시 경기 경험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분명 있다. 4월 15일 전국대회 경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2017시즌이 시작됐다. 안양 산타즈를 맞아 기록적인 27점차 대패를 당했다. 경기 후 단체사진을 찍을 여유조차 없었다. 공식전 첫 패배는 우리에게 실전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리그 및 친선경기를 치르며 팀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전 경기 경험으로 포지션 간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쯤 병살 플레이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우리도 병살 플레이가 가능하다’라는 확신으로 변했다. 더불어 지고 있어도 무기력하게 지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 최근 리그 2경기에서 1~2점차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끝까지 따라 붙는 ‘뒷심’이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1일 익산에서 열린 ‘제7회 익산시장기 전국여자야구대회’. 토너먼트 형식으로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첫 상대는 공교롭게도 같은 리그 소속인 평택 탑클래스였다. 상대 전적은 1패로 열세. 지난 경기 콜드패(5-18, 4회 콜드)의 수모를 갚기 위해 팀원들은 단단히 이를 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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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 비록 졌지만 잘 싸운 경기였다.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는 웃을 수 있었다.


경기는 우리 팀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낸 후 1회말 수비에 들어갔다. 선발로 나섰던 투수가 보크를 두 번 지적 받으며 흔들렸다. 9번 타자와의 승부를 앞두고 두 번째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무사 주자 만루에서 투수 앞 땅볼 상황. 투수는 침착하게 포수에게 공을 던졌다. 포수는 홈플레이트를 밟아 3루 주자를 포스 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해 타자 주자까지 단번에 잡아냈다. 팀의 역사적인 첫 '1-2-3 병살 플레이'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공격에서도 달라진 집중력이 돋보였다. 12타자와의 승부 이후 맞은 2회초 공격. 수비 시간은 길었지만 팀원들에게선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결정적인 한방은 올 시즌 무안타였던 감독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스코어는 6-7, 2사 만루 상황에서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3루타가 터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중요한 한 방으로 ‘역전의 기쁨’을 맛봤다. 지고 있어도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믿음 역시 생겼다.

경기 결과는 9-15 패배.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인 크리스티 매튜슨은 말했다. 승리를 통해서는 작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패배로부터는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비록 아쉽게 패하고 말았지만 우리 팀의 ‘공식전 첫 승’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정아름 기자는 눈으로 보고, 글로만 쓰던 야구를 좀 더 심도 깊게 알고 싶어 여자야구단을 물색했다. 지난 2016년 5월부터 서울 다이노스 여자야구단의 팀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금 큰 키를 제외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야구와 친해지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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