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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키칼럼] 코스 설계가 송호가 말하는 샷가치와 심미성
뉴스| 2017-08-2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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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마주하는 페블비치 7번 홀은 심미성이 뛰어난 홀이다. [일러스트= 송호]


골프는 ‘멀리, 정확하게 치는(Far & Sure)’ 명제 아래 14세기 이후 현재까지 인간이 고안해 낸 운동 중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다. 전 세계에 약 3만5000개의 골프 코스에서 라운드가 이뤄지고 있다.

골프란 보통 ‘2번 띄우고 2번 굴리는 게임’이다. 볼을 띄우는 것은 신체 활동 능력, 굴리는 것은 상상력을 테스트하는 것이다. 따라서 골프는 신체의 운동성과 두뇌의 공간 지각 능력을 함께 발달시키는 운동이다. 그리고 14개의 클럽을 각각의 역할에 맞춰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복잡한 기억력을 요구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골프 코스는 한 홀이 차지하는 면적이 약 1만평 정도로 평지에 건설할 경우는 클럽하우스를 포함해 18홀에 약 20만평 정도가 소요되고, 구릉지는 25만평, 산지는 30만평 정도가 소요되므로, 자연 지형의 형상이 골프 코스의 품질, 성격, 가치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명제나 기준에 맞춰 지구상의 자연 위에 설계되고 조성된 골프 코스는 모두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별한 설계 의도나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나 아름다운 게임의 도전에 대한 보답이나, 플레이 하고 난 후에 머리에 남는 여운 등등이 우리들에게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시 가 보고 싶은 골프장은 그것이 지닌 특별함이 있기에 유명한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곳을 찾아내기 위해 코스를 평가하는 것이다. 샷가치를 비롯해, 심미성, 디자인 다양성, 기억성, 난이도, 코스 관리는 베스트 코스를 가리는 대표적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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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가치는 다음샷을 위한 얼마나 좋은 장소로 보냈느냐로 결정된다. 설계가는 잘못한 샷도 구제(레이업)할 길을 동시에 모색해두는 사람이다. [일러스트=송호]


샷 가치(Shot Value) : 14개의 클럽을 쓸 수 있는가?
샷 가치는 골퍼가 친 볼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코스인가를 판단하는 부분으로 볼이 놓인 위치에 따라 각각의 가치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굿 샷’과 ‘낫 베드 샷(Not bad Shot)’은 염연히 다르다. 티에서 친 굿 샷의 볼이 놓인 곳을 가봤을 때 트러블 샷을 해야 한다든지, 보이지 않는 해저드에 빠져 있다면 그건 샷 가치가 낮은 코스다.

골프 게임은 14개의 클럽을 모두 테스트 하는 것으로 잘 된 골프 코스는 14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업, 다운을 생각해서 거리를 다르게 설계한 곳이다. 샷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해야 되는 곳은 그린이다. 그린은 전체 샷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으로 ‘골프는 곧 퍼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계방송을 보면 프로의 퍼팅 장면을 많이 비춰주고 카메라 스탠드가 그린 뒤에 설치된 것도 퍼팅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고 스코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린에서의 샷 가치도 퍼팅 라인을 읽기 쉽고 읽은 라인대로 볼이 진행되면 가치가 높은 코스다. 골프는 자연에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많은 상황이 연출된다. 설계자는 이러한 갖가지 상황이 모든 플레이어에게 균등한 기회나 가치를 부여하는 코스로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페어웨이의 가장 좋은 위치에 정확히 안착한 볼과 페어웨이에는 있지만 그렇지 않은 볼, 러프에 들어간 볼, 벙커에 빠진 볼의 샷 가치는 분명히 다르게 나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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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세인트포는 파5, 파3, 파4 배열이 큰 호수를 따라 이어지면서 다양한 클럽을 잡도록 유도하는 샷가치가 높은 코스다.


심미성 : 조경과 조형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되었나?
미적(美的)인 안목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미소나 일출, 일몰과 같은 자연이 주는 모든 것을 우리는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면 골프 코스에 서 이러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까?

코스는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며 숨 쉬고 존재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보다 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신이 만든 지구에 설계자는 셰이퍼와 함께 코스를 조각해낸다. 이렇게 탄생한 코스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골퍼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바로 심미성이다. 세 가지 정도의 기준을 가지면 좋겠다.

첫째로 코스가 주변의 경관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가? 골프 코스가 자연 속에 묻혀있듯 동화되어 있는 것이 최고의 코스다. 파인밸리나 오거스타내셔널, 키아와아일랜드 오션 코스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을 보는 모습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골퍼가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홀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보는 홀의 아름다움이 곧 코스의 아름다움이다.

둘째로 인간은 입체적인 3차원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평가한다. 신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여자’라 했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선(線)의 미학(美學)’이라 하고 싶다. 수평선, 곡선, 노을진 태백산맥의 능선과 해안선, 이러한 아름다운 선은 태양이 뜨거나 질 때 그 모습을 최고로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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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비치 7번 홀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심미성 높은 홀이다.


따라서 코스를 설계하고 설계된 도면으로 공사를 하는데 있어 심미적인 부분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것이 조형(Shaping)이다. 셰이핑은 홀의 선을 나타내주는 형태를 중장비를 이용해 만든다. 조형이 곧 코스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심미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조형미란 위에 언급한 아름다운 선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밖에 골프 코스에서의 선은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 그린의 형태, 벙커의 모양, 연못 가장자리 처리 등이며, 이런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살펴야 한다.

셋째 코스에서 식재한 수목이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가를 봐야 한다. 조경은 심미적인 부분 중 중요한 부분이다. 골프 코스는 자연에 묻혀 자연과 동화되어서 원래부터 거기에 골프 코스가 있었던 것처럼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원래 존재한 수목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보다 자연스러울 수 있다. 외부에서 구입해 온 수목이라면 높이, 형태, 모양 등이 자연수림의 종류와 비슷한 것이 좋다. 홀과 홀 사이의 보존림과 연결 식재는 스카이라인에 맞는지, 법면 부분은 기존 수림과 어울리는지, 수목과 초화류가 자연스럽게 혼재된 식재여서 인공미가 없는지, 사계절 감각 있는 식재가 잘 어울렸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 송호골프디자인 송호 대표는 국내에서는 송추, 프리스틴밸리, 부산아시아드, 남촌, 제주 엘리시안, 세인트포, 아름다운, 거제 드비치를 설계했으며 중국에서는 해란강, 징화, 칭다오 캐슬렉스, 베트남에서는 피닉스 골프&리조트, 송지아 골프&리조트 등을 설계했다. 최근 설계작인 라비에벨 듄스는 한국식 모던 링크스의 진수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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