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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슈] 히딩크가 그리운 그대에게
뉴스| 2017-09-11 11:44

[헤럴드경제 스포츠=권지수 기자] 지난 6일 한국 대표팀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덕분에 조 2위 자리를 지켰다. 부족한 경기력과 복잡한 경우의 수로 긴장했던 많은 축구팬들은 ‘진출 당했다’며 대표팀을 향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헹가래 세리머니까지 공개되며 문제가 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 복귀를 희망한다’는 기사까지 나오며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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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에게 헹가래를 받고있다. [사진=OSEN]


히딩크는 정말 복귀를 원할까?

그런데 히딩크가 한국행을 원한다는 기사엔 히딩크의 발언이 보이지 않는다. “히딩크가 그랬다”는 발언도 3개월 전 이야기였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중국과 유럽 강팀들이 러브콜에도 한국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에 적잖이 감동받은 모양이다. 원칙을 고수한다는 협회와 신태용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히딩크의 진정성엔 의문이 남는다.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참으로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다시 시작해야하는 대표팀에 혼란만 가져왔다. 무거운 마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에게도 무례한 처사였다. 한국 국민을 위한 봉사가 진심이라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찾아 전전긍긍하던 그때 손을 내밀었어야했다.

히딩크의 마법, 효력을 다하다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2년 56살이었던 히딩크도 나이를 먹었다. 그의 능력도 예전 같지 않다. 2008년 러시아의 유로 4강 신화 이후론 실패의 길을 걸었다. 2012년 터키 대표팀 감독을 맡아 유로 2012 진출에 실패했다. 다시 맡은 네덜란드 대표팀에선 ‘네덜란드 현실과 동떨어진 축구를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물러났다. 최근 네덜란드가 겪는 부진도 히딩크에서 시작됐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한국 축구도 예전과 다르다.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은 주로 해외에서 뛰고 있다. 과거처럼 대표팀을 위해 K리그를 중단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히딩크 매직’은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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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필드 개장식에 자리한 거스 히딩크 감독 [사진=OSEN]


흔들리지 않는 기반을 만들자

물론 히딩크를 원하는 이유는 성적만이 아니다. 히딩크 이후에도 납득할 수 없는 선수 선발이 계속됐다. 아직도 협회가 학연, 지연으로 선수 청탁을 한다는 불신이 가득하다. 히딩크가 돌아오면 그런 협회를 견제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히딩크 없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의 바람대로 명성과 관계없이 실력 있는 선수가 뽑히기 위해선 신태용 감독을 향한 지지가 필요하다. 신태용 흔들기 말고 믿음이 필요하다.

좋은 감독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감독이 와야만 좋은 팀이 되는 공식은 깨져야한다. 이번 대표팀의 부진이 ‘히딩크 모셔오기’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축구에는 여전히 시스템과 시설의 문제가 있다. K리그도 수년 동안 그대로다. 이란 전 잔디를 기억하자. 한국 축구의 해답은 히딩크가 아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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