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한국 골프에도 그랜드슬램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17-09-10 22:12 작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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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비 존스가 1930년 그랜드슬램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디 오픈, US 아마추어, 브리티시 아마추어, US 오픈 우승컵.

역사상 단 한 번의 그랜드 슬램

세계 골프 역사상 한 해에 메이저 대회 4개를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는 미국의 보비 존스뿐이다.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는 미디어에서 만들어 낸 것인데 1930년 한 해에 보비 존스가 US 오픈, US 아마추어,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를 모두 우승했을 때 기자들이 그의 업적을 그랜드슬램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위대한 업적을 이룬 보비 존스는 1930년 28세에 깜짝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에는 마스터스 대회가 창설되기 이전이었고, 아마추어 골퍼가 존경 받는 시절이었으므로 아마추어 대회를 포함한 4개 대회가 메이저로 인정됐다. 그러나 아마추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프로골퍼에게는 그랜드슬램의 기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프로가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새로운 메이저 대회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의 그랜드슬램 대회는 누가 정했나?

1960년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연속 제패한 아놀드 파머가 디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 영국으로 가면서 동행취재 중이던 밥 드럼 기자에게 그랜드슬램을 위한 새로운 메이저 대회의 개념을 제안했다. 본인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최초의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파머의 아이디어를 들은 밥 드럼 기자는 영국에 도착해서 다른 골프 기자들에게 파머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영국에 온 것이며 디 오픈 후 마지막 메이저 대회는 PGA 챔피언십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기자들이 이 내용을 기사화했고, 미국의 미디어들도 파머의 그랜드슬램 가능성을 보도하자 4대 메이저 대회가 결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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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파머는 평생 동안 '골프의 킹'으로 인정 받았다.


새로운 그랜드슬램의 대회 4개를 정하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더니 평생 동안 4개의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최초의 선수는 진 사라센이었고 벤 호건이 두 번째였다. 그 이후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까지 모두 5명의 선수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파머는 1960년 디 오픈에서 1타차로 2위에 그쳐 그랜드슬램의 꿈을 접어야 했고, PGA 챔피언십을 우승하지 못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꿈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새로운 그랜드슬램의 목표를 프로 선수들에게 제시한 공로가 있다.

현재 미국 골프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단체는 ‘PGA of America’에서 분리된 PGA Tour인데 이들은 매주 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고, 가장 많은 상금을 움직이면서도 정작 메이저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5의 메이저 대회를 신설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매년 5월 최고 상금이 걸린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는데 미디어와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상금이 메이저 대회의 기준이 될 수는 없으며, 제5의 메이저 대회를 신설하여 골프역사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그랜드슬램


세계에 그랜드슬램이 있다면 골프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메이저 대회 4개를 정하고, 한국 그랜드슬램의 정의를 명확히해 프로 선수들에게 명예를 걸고 경쟁할 수 있는 목표를 주어야 한다. 메이저대회를 결정할 권한은 주최 측에 있는 것이 아니고 팬, 선수, 미디어에게 공동으로 있다. 팬들이 가장 보고 싶은 대회, 선수가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 기자들에게 가장 풍성한 이야깃리를 남겨 주는 대회가 메이저 대회가 되어야 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회들이 있는데 갑자기 큰 상금을 스폰서 하는 새로운 대회를 메이저 대회로 정해서는 안 된다.

골프 미디어들이 대회의 역사, 전통, 영향력, 대회운영 시 갤러리에 대한 배려 등을 고려한 후 팬과 선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우리나라 메이저 대회를 정하고 공식적으로 4대 메이저 대회라는 호칭을 사용했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그랜드슬램의 정의가 확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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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기준으로 따지면 한국 유일의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인 최상호.


필자는 한국오픈(60회), KPGA 선수권대회(60회), 매경오픈(36회), 신한동해오픈(이번 주 33회)을 4대 메이저 대회로 정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에 팬들과 선수들이 의견을 표시하고 여러 미디어들이 합의하는 절차에 따라 결론이 나기를 희망한다.

만일 위의 4개 대회를 그랜드슬램으로 확정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사람은 KPGA 43승에 빛나는 최상호 한 명뿐이다. 한장상과 최경주가 매경오픈을 제외한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했고, 배상문은 KPGA 선수권에서 우승하지 못해 그랜드슬램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있다.

최상호를 한국 최초의 그랜드슬래머로 인정하고 그를 위한 박물관이나 자서전 출판 등의 역사적 작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두 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여 역사에 남을 선수는 누구인가? 후배 선수들 중에서 새로운 그랜드슬래머의 영광을 차지할 선수가 나타났으면 한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PGA클래스A의 어플랜티스 자격을 획득했다. 또 골프심판에 도전해 2015년 가장 어렵다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룰 레벨3 테스트까지 통과했다(국제심판). 현재는 대한골프협회(KGA) 경기위원을 맡고, 대학 등에서 골프역사 강의를 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원서를 독파하면서 <더 멀리, 더 가까이>(2013), <더 골퍼>(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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