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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연습라운드에 늦던 장이근, 어떻게 강자(强者) 됐을까?
뉴스| 2017-09-12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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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업 지스윙 메가오픈에서 우승을 합작한 장이근과 친구인 캐디 케빈.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장이근은 유복한 가정의 막내아들이다. 골프 애호가인 부친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절박하게 운동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회를 앞두고 코스 파악을 위해 실시하는 연습라운드에 종종 늦던 아이였으니 말이다. 골프보다는 쭉 빠진 몸매에 잘 생긴 얼굴로 기억에 남는 만화 주인공 같은 캐릭터였다.

그런데 장이근은 어떻게 일년 만에 코리안투어 강자가 됐을까? 지난 6월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이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였다. 한국오픈 60년사에 남을 연장전 명승부 끝에 챔피언이 된 장이근은 이후 자발적으로 연습량을 늘렸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이가 늘면서 책임감 또한 커졌기 때문이다. 내셔널타이틀을 제패한 선수가 그에 걸맞는 기량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된 결과였다. 부족한 것이 없어 어디에든 집착하지 않던 장이근 스스로를 놀라게 한 마음의 변화였다.

장이근은 또한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하면서 골프에 새로운 눈을 떴다. 한국오픈 우승으로 출전권을 얻었는데 그 곳에서 헨릭 스텐손, 애덤 스캇과 동반 라운드를 하며 한 차원 높은 골프를 접하게 됐다. 장이근은 “두 선수는 볼 컨트롤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었다. 그들과 경기하면서 핀 공략을 어떻게 하는 지 배웠다”고 말했다. 10일 끝난 티업 g스윙 메가오픈에서 코리안투어 72홀 최소타 신기록(28언더파)으로 우승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발전도 있었다. 올 초 스윙코치를 바꿨는데 큰 덕을 봤다고 한다. 데이나 더퀴스트라는 미국인 교습가를 만난 후 드라이브샷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었고 정확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아이언샷 역시 홀에 더 잘 붙이게 돼 버디 숫자가 많아졌다. LA 인근에 집이 있는 장이근은 미국에 갈 때 마다 이 코치를 만나 스윙을 점검받고 있다고 한다. 첫 출전한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에서 컷을 통과하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바뀐 스윙코치의 지도와 무관치 않다.

장이근이 잘나가는데는 친구의 도움도 있었다. 브리티시오픈부터 캐디를 해주고 있는 태국계 미국인 케빈을 말한다. 턱수염을 기르고 다니는 케빈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집도 차로 30분 거리인데다 작년과 올해 아시안투어에서 함께 뛰었다. 케빈이 올해 아시안투어 성적이 안좋아 투어를 잠시 접었고 임시로 장이근의 백을 메게 됐다. 둘은 신한동해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까지 호흡을 맞춘다.

장이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갔다. 주니어 시절 조던 스피스와 저스틴 토마스, 에밀리아노 그리요와 경쟁했다. 같은 무대에서 우승을 다퉜던 그들은 이미 PGA투어에서 톱랭커로 잘나가고 있다. 최대한 빨리 PGA투어에 진출하려는 이유가 이들 경쟁자들 때문이다. 브리티시오픈 때 보니 기량 면에서 그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PGA투어는 모든 프로골퍼들의 꿈의 무대다.

장이근은 다음 주 15억 원의 상금이 걸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우승자에겐 다음 달 제주도에서 열릴 PGA투어 정규 대회인 CJ컵@나인브릿지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PGA투어로 직행할 수 있다.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장이근이 한국오픈에서 우승할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마침 CJ컵@나인브릿지엔 저스틴 토마스와 애덤 스캇 등 개인적으로 인연 있는 선수들도 출전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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