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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슈] ‘코리안 판타지스타’ 이승우 데뷔전, 늦어져도 걱정할 필요 없는 이유
뉴스| 2017-09-18 05:26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준호 기자] 판타지스타(Fantasista). 드리블, 슛, 패스 능력을 모두 갖춰 공을 잡는 것만으로도 팬들을 기대하게끔 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이탈리아 단어다. 로베르토 바죠,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등 이탈리아 축구의 한 세대를 대표했던 선수에게만 붙었던 별명이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세리에A 무대를 누볐던 안정환(41)이 ‘판타지스타’라는 별명에 근접했었다. 안정환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두 시즌 동안 세리에A 페루자에서 활약하며 ‘한국의 판타지스타’로 불린 바 있다.

안정환이 페루자를 떠난 후 15년 동안 세리에A에서 한국 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탈리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없었기에 ‘한국의 판타지스타’라는 별명 역시 한동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오랫동안 맥이 끊겼던 한국인 세리에A 리거의 계보를 이은 건 이승우(19, 헬라스베로나)다. 여름 내내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승우는 지난 8월 31일 헬라스베로나로의 이적을 발표하며 이탈리아 무대에 입성했다. 2011년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처음 입은 후 약 6년 반만의 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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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지난 8월 31일 이탈리아 세리에A 헬라스베로나로의 이적을 발표했다. [사진=헬라스베로나 페이스북]


이승우는 이적 후 첫 경기였던 피오렌티나 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우 대신 다른 공격 자원이 교체 출전 기회를 얻었다.

17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2017-2018 세리에A 4라운드 AS로마 전에서도 이승우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피오렌티나전과 마찬가지로 득점이 필요했던 상황이었지만 교체 카드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퇴장 선수가 발생했던 탓도 있었다. 여러 이유로 이승우의 세리에A 데뷔는 또다시 미뤄져야 했다.

두 경기째 데뷔가 지연되고 있지만, 이승우의 장래는 충분히 밝다. 헬라스베로나의 파비오 페키아 감독은 “새롭게 영입된 이승우는 이적시장 마지막에 영입했지만 좋은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를 (팬들에게) 소개할 최적의 시간을 고민 중이다”라며 이승우의 활용 계획에 대해 언급했던 바 있다. 두 경기 연속 벤치에 머물렀지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17일 AS로마와의 경기를 마친 헬라스베로나는 4일 뒤인 21일(한국시각) 삼프도리아와 세리에A 5라운드를 치른다. 이후 24일(한국시각)에는 6라운드 라치오 전을 앞두고 있다. 일주일 동안 3경기를 소화하는 빠듯한 일정 안에서 이승우의 데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경기에서 이승우 대신 출전했던 공격진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던 점은 이승우의 빠른 데뷔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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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안정환 이후 두 번째로 세리에A 무대를 누비는 한국 선수가 되었다. [사진=헬라스베로나 페이스북]


일부에서는 이승우의 왜소한 체격(170cm)이 이탈리아 무대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걱정하지만 이는 기우에 가깝다. 세리에A를 대표하는 공격수인 유벤투스의 파울로 디발라(177cm), 나폴리의 로렌조 인시녜(163cm)와 드리스 메르텐스(169cm) 등이 작은 체격으로도 세리에A 무대에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승우 역시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힘을 잘 발휘한다면 충분히 세리에A에서 활약할 수 있다.

이승우는 안정환 이후로 끊겼던 ‘코리안 판타지스타’ 계보를 이어갈 주인공이다. 그 잠재력은 2017 FIFA U-20 월드컵을 통해 이미 증명했다. 아르헨티나 전에서 나온 이승우의 득점 장면은 진정한 ‘판타지스타’의 모습이었다.

이승우가 특유의 자신감으로 이탈리아 무대에 잘 적응한다면, 가장 전술적이면서도 치열하다는 세리에A에서도 가치를 입증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새로운 ‘코리안 판타지스타’의 등장. 조만간 다가올 이승우의 세리에A 데뷔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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