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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30) 어느덧 지도자 10년 차, 용인대 이장관 감독
뉴스| 2017-09-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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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 감독이 이끄는 용인대가 3년 연속 U리그 권역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용인대가 지난 15일 용인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2017 U리그 4권역 서울대와의 최종전에서 5-0 승리를 거두며 4권역 우승을 차지했다. 3년 연속 U리그 권역 우승 기록의 순간이었다.

전국대회에 비해 다소 의미는 떨어지지만, 리그 우승이 쉬운 기록은 아니다. 지금이야 용인대 하면 축구 강호라고 인식되지만, 사실 용인대는 축구보다 무도로 명성을 떨쳤다. 용인대 축구부는 이장관 감독이 코칭스태프로 합류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은 지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든 이장관 감독.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9년의 세월을 어떻게 돌아봤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용인대는 축구 불모지였다. 우승은 물론이고, 프로 진출은 다소 거리가 멀었다. 이장관 감독은 2008년 중반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은퇴한 뒤 곧장 용인대 코치로 합류했다. 김태수 감독의 뒤를 이어 2011년에 용인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지도자로서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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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 감독은 부산에서만 무려 348경기를 뛰었다. [사진=부산아이파크]


“선수 시절에 너무나도 많은 지도자가 바뀌었다. 모든 감독의 스타일이 다른데, 그 스타일에 맞게 게임을 계속 뛰었다. 그런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됐다. 현역에 있다가 바로 왔기 때문에 현장감을 선수들에게 바로 입힐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런 부분이 도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악조건 상황에서부터 시작해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이장관 감독은 포기도 고려했지만, 그의 현역시절 플레이 스타일대로 더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노력 또 노력하며 먼 미래를 내다봤다.

“중간에 떠날까도 생각을 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떠난다는 것은 이 친구들을 무시하는 것이고, 지도자의 길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우승해야 한다는 사심이 컸다. 우승보다는 프로 1명도 보내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 선수, 한 선수를 프로로 보내는데에도 욕심이 있었다. 약팀이 강팀을 이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3, 4년 엄청 노력했다. 밤마다 비디오 미팅을 했고, 밤·새벽에 애들 끌고 나가서 훈련도 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힘들었던 과거다.”

고된 인내 끝에 조금씩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용인대가 2014년 제10회 전국 1, 2학년대학축구대회에서 성균관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 축구부 창단 이래로 처음으로 차지한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였다. 이후 2015년 U리그 왕중왕전 우승, 2016년 춘계연맹전 3위, 2016년 1, 2학년대회 준우승, 권역 우승 등 꾸준히 성적을 냈다. 용인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최근엔 U리그 및 전국대회에서 꾸준히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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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는 지난 2015년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지금은 우승이 아니면 성적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주위 분들의 기대가 크다. 용인대학교 축구는 더 좋아지고 있고, 이제는 선수들이 가고 싶은 대학으로 발전됐다. 내년, 후년이면 용인대는 상위클래스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승 레벨에 근접할 수 있는 최고의 대학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회 성적과 함께 선수들의 프로 진출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단순히 프로 계약이 아닌 최고 대우를 받으며 프로에 입문했다. 이현일(23 성남FC), 문준호(24 수원삼성), 장현수(24 수원삼성), 장준영(24 대전시티즌), 이현성(24 경남FC) 등이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다만 아직까진 뚜렷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진 못하고 있다.

“사실 용인대가 짧은 역사이지 않은가? (졸업한) 선수들이 챌린지에서도 골을 넣고 있고, 게임을 뛰고 있다. 스타플레이어처럼 (한순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서서히 나올 것이라고 본다. 어떤 팀이든 이 선수들이 성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성공했다고 본다. 프로에서의 인지도가 ‘용인대 애들 열심히 한다’는 말이 저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프로 진출도 진출이지만, ‘성장’이라는 개념에서 의미가 더 뜻깊다. 고교 시절에는 뚜렷한 인상을 주지 못한 선수들이 용인대로 와서 큰 성장 폭을 보이며 프로로 진출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선수단만 살펴봐도 고교 시절 크게 이름을 날린 선수들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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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대 이장관 감독은 선수단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사진=정종훈]


“한두 명 잘하는 것보다는 조금은 B급이더라도 전체가 열심히 한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지금 이러한 축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교의 브랜드를 높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공부해서 내신으로도 들어오려고도 한다. 앞으로 더욱더 놀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선수단은 자연스럽게 이장관 감독을 따랐다. ‘성과’는 선수들에게 더없이 좋은 동기부여로 다가왔다. 영남대 출신 선수들이 김병수 감독을 찬양하는 것만큼이나 선수단이 이장관 감독을 믿는다. 용인대를 키운 8할은 ‘신뢰’였다. 신뢰 속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꽃폈다.

“선수들 앞에서 시범을 보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제 몸 관리를 하고 있다. 선수들하고 같이 뛰지 못하면 지도자라고 할 수 없는 마음이 아직 있다. 밤, 새벽에 같이 운동에 나가고, 수시로 웨이트장도 찾는다. 때로는 선수들 여자친구 이야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평소에 (신뢰감으로) 쌓인 것 같다(웃음). 시대가 변화하면서 지도자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카리스마고, 그것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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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관 감독은 2017 타이페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대회에 참여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 감독은 매 시즌 K리그 구단들의 사령탑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만큼 프로 무대에서도 그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까진 프로 구단들이 검증되지 않은 대학 감독을 곧바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논외로 영남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뒤 서울 이랜드FC 감독으로 부임한 김병수 감독도 아직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지도자 선택 풀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기회는 언제든 이장관 감독에게 주어질 가능성은 있다.

"(감독 후보로) 거론된다는 것이 저한테는 감사한 일이다. 항상 (프로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P급 지도자 과정도 밟고 있다. 틈나는 대로 최대한 많이 가까운 곳으로 프로축구를 보려고 노력한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더 위에서, 더 좋은 선수들로 축구하고 싶은 꿈은 분명 있다."

이장관 감독은 쉼없이 제자들을 위해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 제자들과 함께 그의 작은 꿈이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주위에서 '용인대 안된다. 안된다'고 하는 것을 뒤로 하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우승도 하게 됐고, 프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것 같다. 상위클래스의 팀보다는 약팀에 가고 싶다. 국내 프로팀에 가서 후원 많이 해주는 팀들과 한 번 맞짱 한 번 뜨고 싶다(웃음). 그래야 저는 성취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장관 감독의 도전은 계속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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