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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챔피언십 출전한 허석호의 인생 2막 플랜
뉴스| 2017-09-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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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 23년차 허석호가 제네시스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한국 남자골프의 빅 이벤트 제네시스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 허석호(45)가 출전자 명단에 올랐다.

21일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코리아에서 열리는 대회 1라운드에서 허석호는 12시30분에 20여년 나이 차이가 나는 김비오(26), 변진재(27)와 함께 1번홀에서 출발한다. 나이로 보면 신용진(53), 최경주(48), 양용은(46)에 이어 네 번째다. “오랜만에 고국 무대를 뛰는데 열심히 해야죠.” 흰 머리카락이 보일 듯한 얼굴에 목소리에도 중년의 무게가 실렸다.

최근 대회장에서 만난 허석호는 최유림, 이지현2를 비롯해 예닐곱 명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들의 레슨 코치를 하느라 코스를 돌고 있었다. 국내 KPGA 코리안투어 2승에 일본남자프로골프(JGTO) 8승을 거둔 허석호는 인생 2막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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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신한동해오픈 우승할 때의 허석호. [사진=KPGA]


1995년에 투어에 입문했으니 투어 생활이 벌써 23년에 이른다. 부친인 허재연 KPGA 티칭프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골프를 접해 주니어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1991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1993~95년까지 국가대표를 지내고 프로로 데뷔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1999년 프로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무릎 슬개골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명의 기로에 선 적도 있었다. 하반기에 4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3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피눈물 나는 연습과 부단한 재활의 노력의 결과 2001년 포카리오픈 우승으로 결실을 맺었다.

허석호는 국내 투어보다는 일본 투어에서 더 유명하다. 2001년 JGTO에 진출한 이래 8년 동안 8승을 거뒀다. 2002년에는 국내 대회중 유일하게 출전한 신한동해오픈에서 사이먼 예이츠와 연장 2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안았다. 그리고 그해 일본투어 주켄산교오픈에서 3타차 우승을 일구면서 상금 랭킹 17위에 올랐다.

2004년에는 일본의 메이저인 J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 2승을 거둬 상금랭킹 4위에 올랐다. 이듬해도 일본에서 2승을 추가하면서 연말 한국프로골프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그해 12월에 결혼식을 올려 겹경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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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디오픈에 출전한 허석호.


2006년 미즈노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그 자격으로 7월에 열린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 출전해 공동 1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선수가 디오픈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2008년에는 4월에 쓰루야오픈과 11월의 더챔피언십바이렉서스에서 2승을 거뒀다.

일본에서 15년 넘게 투어 활동하면서 골프계에 인지도를 쌓았다. 뛰어난 골프 실력 뿐만 아니라 차분하고 조근조근한 말솜씨와 친화력 덕에 2015년부터는 오사카의 간사이 지방방송 골프네트워크에서 ‘이지골프’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골프 채널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는 그와 후카모리 게이치로 2명 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카레이서나 스포츠인, 명사 등 게스트를 초청해서 골프를 하면서 레슨도 하고 인생 살이에 대해 얘기도 나누는 필드레슨입니다.” 한국인이 일본 방송 진행을 한다는 건 좀처럼 잘하지 않으면 어렵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그도 골프 인생의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JGTO 대회에 23번 출전해 6번 컷을 탈락하고 상금순위는 83위로 시드를 잃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세월이라는 핸디캡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그는 올해 한국에 오래 머물면서 후배 선수들의 골프 코치를 자처한다. 지난 5월에는 SK텔레콤오픈에도 출전했다. 국내외 투어에서 각각 3년 이상 활동한 선수가 시드를 잃었을 경우 1년간 시드를 주는 KPGA 규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일상은 투어 출전보다는 레슨에 비중이 실린다. 일본에서 녹화방송을 하는 것 외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SBS골프의 골프아카데미(수요일 방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금 3일은 코스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간판을 내걸지는 않았지만 이른바 ‘허석호 스쿨’에 모여든 선수는 최유림을 비롯해 소문을 듣고 모인 KLPGA 투어 프로들이다. 이지현2, 백규정, 정희원, 김아림, 김혜선2이 그에게 배우고 있으며 작년 큐스쿨을 본 현은지까지 7명이다. 필드에서 터득한 골프 노하우가 20년을 넘긴 그는 코스에 오래 남아 선수들이 시합 현장에서 대처하는 모습을 살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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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허석호는 SBS골프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KLPGA선수들이 그에게 몰리는 계기는 최유림을 코칭하면서부터다. “유림이는 저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군데서 하고 있었고, 태광CC에서 연습라운드도 종종 했죠. 잘 알던 사이라 지난해 12월부터 자연스럽게 스윙을 봐주기 시작했습니다. 코스에서 불필요한 실수를 하는 것을 지적했는데 그걸 교정하면서 점차 좋아졌죠. 지난 8월 제주도의 삼다수마스터스에서는 3라운드16번홀까지는 노보기 플레이를 했습니다. 하이원리조트오픈에서도 실수가 많이 줄면서 3위를 했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 겁니다. 제가 23년간 익혔던 노하우가 그런 거였죠.” 그의 레슨 철학은 기본기를 다지는 데 있다. “느리게 가더라도 기본적인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 합니다.” 허석호의 골프 인생 스타일이기도 했다.

허석호는 자신의 골프 인생 2막 플랜을 ‘투어와 교습의 병행’에 둔다고 했다. 5년 뒤에는 시니어투어를 생각하지만 동시에 골프의 보급화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골프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쉬운 골프. 골프가 일상에 가져다주는 좋은 점들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제 인생이 골프를 통해서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요. 골프의 매력은 끝이 없기 때문이죠.”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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