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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잘못 사용하는 골프용어 ‘어프로치’
뉴스| 2017-10-18 05:59

얼마전 한글날이 지나갔다. 그래서 이번 타임리프는 역사 이야기 대신 골프용어 하나를 바로 잡는 데 쓰고 싶다.

우리나라의 골프 중계방송, 레슨 프로그램을 보거나 혹은 골프 기사를 읽다 보면 ‘어프로치’라는 단어가 쉴새 없이 나온다. 그린 주변에서 깃발을 향해 짧은 샷을 쳤을 때 “어프로치 샷이 좋았습니다”, “나이스 어프로치~~” 등 많은 캐스터나 해설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사용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중계방송이라면 “굿 샷”, “나이스 칩” 정도의 중계 코멘트가 나왔을 상황이다. 레슨 프로그램에서도 홀을 향해 치는 칩샷이나 짧은 피치샷을 가르치며 제목은 어프로치샷이다. 일반 골퍼나 캐디들도 라운드 도중 비슷한 상황에서 “어프로치”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예컨대 어느 골프선수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 그 선수는 연습공을 한 바구니 가져오면서 코치에게 어프로치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를 처음 만났던 그 코치는 선수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쇼트게임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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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KLPGA투어 '2017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박인비가 8번홀에서 칩샷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경우 국내 미디어는 '어프로치 샷'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사진=오센]


어느 스포츠나 전문용어가 있고, 용어의 정의가 있다. 골프에는 세 가지 종류의 샷이 있는데 그 정의를 살펴보자.

첫째, 티 샷. 티잉 그라운드에서 치는 샷을 말한다. 파 3의 아이언 샷을 포함한다.

둘째, 어프로치 샷. 그린을 향해 풀스윙으로 치는 샷이다. 보통 파4의 두 번째 샷 또는 파 5의 세 번째 샷을 의미한다. 거리로 봐서 통상 70미터 이상의 샷이다.

셋째, 쇼트게임 샷. 그린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짧은 샷들을 의미한다. 칩 샷, 피치 샷, 러브 샷, 플럽 샷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그린 주변의 샷들을 ‘어프로치’라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일본도 우리와 같은 뜻으로 어프로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의 잘못된 용어 사용은 일본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통상 한국사람이 일본사람보다 영어를 잘하는데 못된 것을 따라하면서 그걸 모르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골퍼가 외국골퍼와 플레이 하면서 그린 주변의 멋진 쇼트게임을 보고 부디 “나이스 어프로치”라고 외치지 않기를 바란다. 쿨하게 “굿샷” 또는 “굿칩”이라고 말하거나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제스처로 충분할 것이다. 미디어와 일반 골퍼들이 사용하는 ‘어프로치’라는 용어도 ‘쇼트게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 박노승 씨는 골프대디였고 미국 PGA 클래스A의 어프렌티스 과정을 거쳤다. 2015년 R&A가 주관한 룰 테스트 레벨 3에 합격한 국제 심판으로서 현재 대한골프협회(KGA)의 경기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건국대 대학원의 골프산업학과에서 골프역사와 룰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위대한 골퍼들의 스토리를 정리한 저서 “더멀리 더 가까이” (2013), “더 골퍼” (2016)를 발간한 골프역사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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