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웨일즈]'독야청청' 그리즈만, 프랑스에게 남긴 명과 암
기사입력 2017-11-11 07:02 작게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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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을 터트린 후 특유의 세레머니를 선보이고 있는 앙투앙 그리즈만. [사진=프랑스 축구협회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소속팀에서의 최근 부진과 상관없이, 클래스는 영원했다. 이번 시즌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하 AT 마드리드)에게 걱정을 안기던 앙투앙 그리즈만이 조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11일 오전 5시(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데 프랑스 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와 웨일즈의 친선 경기에서 프랑스가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18분만에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린 그리즈만은 득점 뿐만 아니라 경기 전반에서 가장 우수한 활약을 펼쳤다. 후반 18분 나빌 페키르(올림피크 리옹)와 교체되어 나갈 때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여전히 소속팀과 조국 프랑스에서 단연 에이스의 위치에 있는 그리즈만이지만, 사실 이번 시즌 활약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여름 이적 시장을 뒤흔들었던 이적 소동 이후, 비록 잔류했으나 마음이 붕 떠있었다. 거기에 투톱 체제에서 파트너들이 더욱 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온통 그리즈만에게 쏠렸다. 차세대 발롱도르 후보자로 불리는 그리즈만이지만 한계는 존재했다. 결국 리그 2골에 그치며 AT 마드리드 부진의 원흉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웨일즈전에서 그리즈만은 지난 시즌의 뛰어났던 퍼포먼스를 상당 부분 재현해냈다. 그리즈만은 단순히 득점에만 치중하는 공격수가 아니라 슈팅력에 더해 플레이메이킹, 드리블 등 공격 작업 전반에서 두각을 보이는 팔방미인이다. 때문에 최전방을 든든한 파트너에게 맡겨두고, 1선과 2선을 자유롭게 오갈 때 위력이 배가 되는 선수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그 파트너를 소화하는 선수가 바로 올리비에 지루(아스날)다.

그리즈만처럼 다재다능하진 않지만 지루는 제공권을 바탕으로 연계에 두각을 보이는 선수다. 지루가 영리하게 수비수들을 붙잡아 두는 동안 그리즈만은 자유롭게 공격 지역을 활보했다. 핵심 미드필더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부상으로 빠진 중원의 창조성을 보완하기 위해 상당히 내려와 경기에 관여했다.

공격수보다는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그리즈만은 계속해서 수준급의 패스를 창출했다. 프랑스의 위협적인 패스는 그리즈만이 8할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 본인이 직접 위협적인 침투를 시도했고, 결국 전반 18분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득점 장면도 그리즈만의 또다른 장기가 드러난 모습이었다. 176cm라는, 공격수치고 작은 신장에도 탁월한 위치 선정과 결정력으로 공중볼을 득점으로 가져가는 것이 그리즈만의 특기다. 선제골 장면에서도 여지 없이 코렌틴 툴리소(바이에른 뮌헨)가 시도한 로빙 패스의 낙하 지점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웨일즈 수비수들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정확히 발을 갖다대며 골문을 뒤흔들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리즈만만이 공격 전반에서 빛을 발했다. 지루는 추가골을 터트리는 장면 외에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고, 유럽 최고의 신성으로 불리는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망)의 돌파는 분명 번뜩였으나 연계 면에서 아직 조급한 감이 있었다. '로벤-리베리 라인'의 후계자라던 킹슬리 코망(바이에른 뮌헨)은 빠르기만 할 뿐 번뜩임과 크로스 정확도에서 심각한 결점을 보였다.

미드필더들도 창의적인 볼 배급을 해주지 못했다. 툴리소는 선제골 도움 장면을 제외하고는 창의적인 패스를 거의 해내지 못했다. 중원 파트너 블레이즈 마투이디(유벤투스) 또한 무난했으나 투박했다. 비교적 한 수 아래인 웨일즈를 상대로 프랑스씩이나 되는 팀이 그리즈만 개인에게, 심지어 미드필더도 아닌 공격수에게 창조성을 일임하는 것은 패착에 가깝다. 그리즈만이 종종 내려와서 연계에 도움을 주어야지 아래에 자리잡고 연계에만 치중하는 것은 그를 반쪽만 사용하는 셈이다.

다행인 점은 포그바 뿐만 아니라 은골로 캉테(첼시)까지 곧 부상에서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두 핵심 미드필더가 모두 복귀한다면 그리즈만은 부담을 덜고 공격에 힘을 더 쏟을 수 있게 된다. 소속팀 AT 마드리드도 마찬가지로, 핵심 미드필더 코케와 카라스코가 부상에서 복귀하고, 내년 1월에 디에고 코스타가 합류한다면 그리즈만이 딱 그 사이 위치에서 활약할 토대가 마련된다.

아직 월드컵 본선까지는 반 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 동안 디디에 데샹 감독은 계속해서 최상의 조합을 실험할 것이고, 어떤 전술이든 그 중심엔 그리즈만이 있을 것이다. 다행히 프랑스는 축복 받은 자원을 보유했다. 그 자원들로 하여금 그리즈만의 앞과 뒤를 적절히 채워줄 수만 있다면, 지난 유로 2016 결승전에서 눈물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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