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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신인왕 장은수와의 ‘짱블리’한 인터뷰
뉴스| 2017-11-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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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KLPGA 신인왕을 확정한 장은수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짱블리는 지난해 선수들끼리 연습하다가 나온 말이예요. 특별한 뜻은 없어요. 부르다보니 리듬이 있어요. 올해 백에 새겨 넣었지요.”

선수들의 골프백에는 이름이 아니라 선수의 캐릭터나 별명이 새겨진다. 박성현의 백에는 ‘남달라’, 김혜윤의 백에는 ‘스텝(스텝 스윙) 김’ 등이 새겨져 있듯 장은수에게는 짱블리가 새겨져 있다. ‘짱’이라는 단어와 ‘러블리(lovely)’에서처럼 접미사처럼 ‘블리’가 합쳐져서 ‘짱스러움’이 나오지 않았을까 짐작될 뿐이지만 젊은 세대의 조어법까지 분석의 틀을 갖다 대는 건 아재라는 방증일 터이니 해석은 딱 여기까지만.

장은수는 12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에서 5언더파 67타를 치면서 공동 5등(11언더파 205타)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라운드를 마치고나서 인터뷰할 때 표정이 밝았는데 그건 ‘이제 방학이라’는 홀가분한 느낌도 있었고 이날의 라운드가 마음에 들어서이기도 했다.

“사실은 대회 첫날(10일)이 아버지(장용진, 64)의 생신이셨어요. 첫날 잘 쳤는데 2라운드를 못쳐서 기분이 우울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다시 잘 쳐서 선물을 해드린 것 같아서 기뻐요.” 무남독녀 외동딸을 위해 골프를 배운 적도 치지도 않는 부친이 매번 대회장에 나서서 투어백을 메는 게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부친은 여느 골프대디 못지않게 딸의 데이터를 소상히 꿰고 있고, 그린을 읽고 선수를 샷을 돕는 베테랑 캐디다. 그 마음을 아는 딸은 대회 성적으로나마 부친의 노고를 던 것 같아서 기쁘다. 내년부터는 전문 캐디를 쓰기로 했다. “올해 기아한국여자오픈 이후로 꾸준히 아버지가 캐디를 보고 계신데 이후로 마음이 편했지만, 아버지가 힘들어 하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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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는 12일 ADT캡스 마지막날 5언더파로 공동 5위로 마쳤다. [사진=KLPGA]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
장은수는 올해 28개 대회에 모두 출전했다. 우승은 없지만 톱10에 7번이나 들면서 꾸준히 포인트를 쌓아 신인왕에 올랐다. 동갑내기 라이벌 박민지는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우승을 했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린 장은수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다.

돌아보면 우승할 뻔한 기회도 많았지만 그는 모든 게 자신에게 귀한 공부가 되었다고 여긴다. 가장 아쉬운 대회가 7월14일부터 사흘간 경남 사천 타니골프장에서 열린 카이도여자오픈에서다. 마지막날 선두로 달리던 장은수는 7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면서 선두를 잃고 4위로 마쳤다.

“서드샷에서 야디지북에 적힌 글자를 잘못 읽는 바람에 거리를 크게 보고 미스샷을 했어요. 그날 너무 더워서 정신이 나갔죠.” 더블보기를 하고 다음 홀에 갔을 때 눈가에 땀을 닦았는데 방송에는 우는 것처럼 나왔다. “그런 일로 울지 않는데 방송에서 그렇게 나갔나 봐요. 하지만 다음에 그런 실수는 없어야죠.” 야무진 그에게 고작 더블보기로 눈물이라니, 그건 짱블리의 사전에 없는 단어다.

루키로서 겪는 실수가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부터 11월까지 28개의 대회를 모두 소화하면서 귀중한 경험들을 쌓았다. 평생 잊지못할 사고를 치기도 했다.

8월24일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 첫날 오전 조로 출발한 장은수는 10번 홀부터 시작해 12개 홀까지 2언더파를 치며 공동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5번 홀(파5)에서 무려 11타 만에 홀아웃하며 섹스튜플(sextuple) 보기를 적어냈다. 티샷이 우측 러프로 빠졌고, 두 번째 샷이 좌측 나무를 맞고 러프 깊숙이 들어가면서 공이 사라졌다. 네 번째 샷은 다시 러프로 들어갔고, 다음 샷은 그린 앞 해저드에 빠졌다. 그린에 공이 올라왔을 때는 이미 9타를 치고 난 후였다. 11타 만에 간신히 홀아웃을 했다. 겨우 한 시간 만에 선두에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아마추어였다면 더블보기로 요령 있게 쳤을 거예요. 하지만 프로 첫해여서 무조건 전진이었던 것 같아요. 홀아웃하고 나서야 그 홀에서만 11타를 쳤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그때는 타수를 줄여야 한다는 한 가지 생각 뿐이었으니까요. 상황에 따라서는 돌아가는 경기 요령도 필요하다는 걸 많이 배운 경기죠.”

올 시즌에 멀리건을 받고 싶은 딱 한 라운드를 묻자 “둘 다 너무 아까운 라운드였는데 카이도여자오픈 마지막날, 하이원여자오픈 1라운드 두 개를 꼽으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귀여운 악동 모양의 왁(WAAC)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

지난해 KLPGA 2부리그인 드림투어를 통해 데뷔한 장은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좋은 성적을 냈다. “하반기에 강한 편이어서 신인왕 경쟁도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고 당차게 말한다. 지난 6월말에 열린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는 마지막날 67타를 치면서 2위로 마치는 등 올 시즌 28개 대회에서 톱10에 7번이나 들었다. 반면 컷오프는 5번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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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마친 장은수는 "내년에는 1승을 목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은 첫승을 목표로
올해 목표인 신인왕을 달성했으니 스무살이 되는 내년엔 첫 우승을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신인왕이던 이정은6(21) 역시 올해 첫승을 하면서 결국 전관왕을 싹쓸이했다. “정은이 언니처럼 되면 좋지만 그건 어렵고, 일단은 첫승이 목표예요.” 내년에 다시 도전한다면 우승에 도전해볼 코스로는 올해 한경레이디스에서 2위로 마친 제부도의 아일랜드골프장를 꼽았다.

전지훈련은 12월에 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올해 스윙에서는 많은 대회에 출전하다보니 드로우와 페이드가 오가는 적이 많았다. 전지훈련을 통해 내년에는 일관된 드로우 구질의 샷을 만들고 티샷 정확도를 높인다는 게 목표다.

“박정중, 박정훈 두 프로님께 스윙을 배우고 있는데 골프를 참 영리하게 풀어간다고 해요. 상황에 따라서 샷을 다양하게 조절한다는 말인데 그래서 항상 ‘너답게 치라’고 하시죠. 거리를 더 늘리는 욕심은 없어요. 하지만 일관되게 원하는 샷을 치고 싶어요.” 올 시즌 드라이버 비거리는 243.53야드로 58위, 페어웨이 적중률이 78.1%로 14위였다. 이만하면 만족할 만한 성적인데 본인의 기대치는 그보다 높은 것일까. 아재에게도 ‘너답게’라는 말이 ‘짱블리하게’라는 말이구나 어렴풋 이해되기 시작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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