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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름의 아마야구 人덱스] (38) ‘2년의 기다림’ 주보권, 선린의 별 될까
뉴스| 2017-11-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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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린인터넷고등학교 투수 주보권. [사진=정아름 기자]


‘초, 중학교 시절 4번 타자만 했죠. 고교 무대에서도 중심 타선에서 힘이 되어줄 선수입니다.’

인천 동산중-서울 양천중 출신의 주보권(17)은 촉망받는 내야 유망주였다. 주 포지션은 3루수.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고교 진학 후 올해까지 지난 2년간 그의 공식전 출전 기록은 없었다. 2년을 웅크려있었던 주보권은 지난 23일 막을 내린 서울시 추계리그 대회에서 오랜만에 전광판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3루수가 아닌 투수로 말이다.

#야구11년차 #초보투수 #리틀채병용

시작은 남들보다 빨랐다. 고교야구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야구공이 익숙했던 주보권은 인천 동막초등학교 1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장타력과 컨택 능력이 출중한 내야 자원이었던 그였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그의 꿈은 ‘투수’였다. 전학으로 인한 1년 출장 정지로 신입생 때 경기에 나서지 못한 주보권은 2학년으로 올라가던 올해 초 투수 도전을 선언했다.

전문적인 투수 수업을 받기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6개월 남짓. 초등학교 때 잠시 마운드에 올라갔던 것이 전부라 실전 등판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올해 서울시 추계리그 대회가 그의 첫 쇼케이스였다. 5경기 출장해 총 18이닝을 소화하며 9점을 내줬다. 서울고와의 결승전에서 1⅔이닝 3실점이 옥의 티로 남았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엔 손색없는 투구였다.

마운드 위에서의 존재감만큼은 남다르다. 주보권은 키 189cm, 체중 95kg의 건장한 체격조건을 갖췄다. 아버지의 키가 181cm, 어머니 역시 170cm로 타고난 유전자의 힘이 컸다. 주보권을 지도하고 있는 선린인터넷고 오현민 투수코치는 “체격조건 뿐만 아니라 볼의 구위가 상당히 묵직하고 제구력이 뛰어나다. 구속으로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프로 무대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투수를 찾자면 SK 와이번스의 채병용과다”라며 주보권이 부드러운 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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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추계리그 대회에서 힘차게 피칭하고 있는 주보권. [사진=정아름 기자]


현재 주보권이 구사할 수 있는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이다. 주보권은 제5의 구종으로 ‘너클’ 장착을 준비 중이다. 가장 참고로 하고 있는 것은 메이저리거 최고의 ‘너클볼러’인 R.A. 디키와 국내에서 유일하게 너클볼을 활용하고 있는 채병용의 투구 영상이다. 주보권은 “너클은 열심히 연습 중이다. 올해 동계 훈련에서는 일단 구속을 늘리고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체인지업을 좀 더 가다듬을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3년간 선린인터넷고 출신 투수들의 주가는 높았다. 2015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원투펀치 이영하와 김대현은 그해 나란히 1차 지명으로 각각 두산과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올해 LG가 1차 지명선수로 우완 김영준을 선택했다. 탄탄대로를 밟아 나가는 선배들을 보며 주보권 역시 그들처럼 프로 무대에 서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김)영준이형처럼 잘하고 싶죠. 형이 학교에서도 정말 많이 가르쳐주고, 조언도 많이 해줬어요. 그 중에서도 ‘마운드에선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하고 던지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데미안>의 유명한 구절이다. 주보권 역시 자신의 꿈이었던 마운드에 서기 위해 지난 2년간 잠자코 자신의 껍질을 부숴왔다. 어쩌면 다가오는 2018년은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온 투수 주보권을 보는 해가 될 지도 모르겠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아름 기자]

*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추앙 받고 있는데 반해 그 근간인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야구팬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마야구 선수들 및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아마야구 人덱스>가 전하고자 합니다. 독자들의 제보 역시 환영합니다. 아마야구 선수 및 지도자, 관계자들에 대한 소중한 제보를 이메일(sports@heraldcorp.com)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해 취재하겠습니다. 야구 팬 여러분의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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