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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36) '대표팀 붙박이' 조영욱의 남모를 속앓이
뉴스| 2017-12-0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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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이 강남의 한 카페에서 2017년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사진=정종훈]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저도 이제 제 스케줄을 장담할 수 없어요.”

요즘 조영욱(18 고려대)은 눈곱 뗄 새도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고려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 U-18 대표팀, U-22 대표팀까지. 그는 월드컵 이후 고려대 서동원 감독이 특별히 부여한 휴가 1주를 제외하면 마음 놓고 쉬어본 적이 없다.

지난 1년 사이에 조영욱의 입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축구선수로 동나이대 이룰 수 있는 명예는 모두 누리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적, 외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아직 19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제 인생에서 가장 좋은 면으로나 나쁜 면으로나 데미지가 제일 컸죠. 내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고, 이겨내야 할 부분, 강해져야 한다는 것도 느꼈어요. 누군가는 우러러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시기 질투를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전파와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니 대중들의 관심은 당연했다. 조영욱과 관련된 기사에는 많은 댓글이 달린다. 그만큼 조영욱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1년 전에 비해 매우 커졌다. 하지만 최근까지 선플보다는 악플이 더 많았다. 월드컵 때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이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댓글 다 보는 스타일은 또 아니고요. 처음에는 월드컵 때는 그러려니 했어요. 월드컵 끝나고는 더 욕을 하시더라고요(웃음). 아무래도 죄책감이 많이 들었어요. 골도 골이지만, 90분을 뛰는데 골을 들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건데... 댓글 쓰는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못했나?’라며 자책을 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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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은 지난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한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니 부담감도 가중됐다. 소속팀에 돌아온 뒤로는 슬럼프에 빠졌다. 여기에 대표팀 차출로 고려대에서 보여준 것이 없어 미안함도 따랐다. 그래도 고려대 서동원 감독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끝까지 조영욱을 믿었다(결국 조영욱은 U리그 왕중왕전 4강 멀티골과 결승전 결승골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남들이 볼 때는 올해가 저를 부러워할 수 있는 시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항상 잘해야 하는 경기들이 연달아 있었잖아요. 그래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고, 부담감으로 많이 다가왔어요. 소속팀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따랐고요. 이로 인해 몸도 무거워지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도 안 됐어요.”

시즌 말이지만, 조영욱은 여전히 바쁘다. 고려대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곧장 U-22 대표팀 소집 합류를 위해 창원으로 향했다. 조영욱은 빠른 1999년생으로 현재 U-18 대표팀, U-22 대표팀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또 한 번의 U-20 월드컵 출전을 꿈꾸는 동시에 2018 아시안게임을 노리고 있다.

“겉에서 볼 땐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아직 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U-22 대표팀에서 경쟁시키려고 뽑아주셨는데, 그게 안 돼버리면 저도 실망하고, 그분들도 실망하실 텐데 말이죠. 그게 좀 무서워요. 주변에서 ‘네가 무슨 고민이 있겠냐’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저는 아직 축구 인생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걸요. 갈 길이 멀었고, 고민이 많아요. 이런 걸 티 내는 성격도 아니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죠. 이런 것들을 또 저 혼자 이겨 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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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은 지난 U리그 왕중왕전 수원대와의 4강에서 멀티골을 뽑아내며 팀을 결승에 안착시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그의 이런 강인한 멘탈 뒤에는 든든한 서포터가 있다. 세 살 무렵 아버지가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어머니와 외삼촌은 아버지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여기에 구산중 때 만난 후원인의 도움까지 얻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조영욱이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아빠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어요. 엄마가 참 대단하시죠. 가끔 엄마가 진지하게 ‘정말 잘 커 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엄마가 저를 잘 키워주신거죠. 프로 갈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부탁드렸어요(웃음).”

이 때문에 조영욱에겐 가족이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휴가 때만 되면 동기들과 놀 법도 하지만 곧장 집으로 향한다. 하루라도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가족들의 영향에 제일 크죠. 누군가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고, 항상 행복하게 지냈어요. 축구도 재밌게 했고요. (아버지 부재에 대한)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됐어요. 다행히 성격이 워낙 밝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의지하게 되면 약해질 것 같아서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조영욱은 10대의 나이에 너무나 많은 것을 짊어졌다. 그리고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더한 역경도 기다리고 있다. 조영욱은 항상 잘못을 환경, 주위사람 등 남 탓을 돌리지 않고, 자기 책임으로 수긍했다. 인터뷰 말미에 1년 전 언남고에서 만났던 조영욱이 했던 말이 다시 머리에 맴돌았다. “아직 저는 많이 부족해요. 칭찬받을 정도의 실력은 아니에요.” 대표팀 효과로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을 법도 했지만, 1년 전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다르지 않았다. 조영욱의 말대로 아직 축구인생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 조영욱은 자신을 채찍질하며 쉼 없이 그라운드를 다시 누빌 채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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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욱(10번)이 지난 2017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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