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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23R] 리버풀의 '위대한 공격', '허수아비 수비'
뉴스| 2018-01-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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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호흡으로 리그 1위 맨시티에게 4골을 퍼부은 리버풀. [사진=리버풀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쿠티뉴 없이도 안필드에서의 리버풀은 위대했다.

15일 오전 1시(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 리버풀이 그들의 홈 안필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4-3 승리를 거뒀다. 22경기 무패 행진을 달리던 맨시티에게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다만 4-1 혹은 4-0으로도 이길 수 있던 경기를 질 낮은 수비진 탓에 3골이나 내준 점은 리버풀의 흠이었다.

#'뉴마누라' 대신 '마누라', 여전한 화력의 리버풀

1억 4천만 유로(한화 약 2,06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바르셀로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필리페 쿠티뉴의 공백은 없었다. 국내에서 이름 한 글자씩을 따 '쿠피마살' 혹은 '뉴마누라', 영국 현지에서 'Fab4'라고 불리던 리버풀의 공격 4인조 중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가 건재했다. 실제로 이번 경기에서도 각자 한 골씩, 각자 개성이 넘치는 골을 터트렸다.

쿠티뉴가 뛰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은 쿠티뉴처럼 화려하지도, 창의적이지도 않았지만 보다 투쟁적이고 저돌적이었다. 경기 시작 9분 만에 특유의 힘 있는 돌파로 벼락 같은 슈팅을 시도했고, 그대로 공은 골문을 뒤흔들었다. 쿠티뉴 이적 직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쿠티뉴가 떠났지만 더 이상 거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비즈니스였고, 우린 그저 나아가면 된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이가 바로 체임벌린이다.

쿠티뉴 없어도 리버풀의 최전방 스리톱은 완벽하게 돌아갔다. 언제나 핵심은 '펄스 나인(가짜 공격수)' 피르미누였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제외하면 '펄스 나인' 역할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최근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활약이었다. 직접적인 득점 욕심보다 연계와 압박에 힘쓰는 피르미누는 경기 내내 맨시티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거기에 후반 14분, 수비와의 경합을 이겨낸 직후, 골키퍼 에데르손이 뛰쳐나오자 에데르손의 손끝만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토킥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공격수의 본분인 득점까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쿠티뉴가 이적하기 전 올시즌 마네는 상대적으로 활약이 부족했다. 쿠티뉴가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하면 벤치에 앉아야만 했고, 마네가 출전하더라도 지난 시즌과 달리 공격의 방점을 찍는 역할은 살라가 맡고 있었다. 자연스레 경기 감각이 떨어졌고, 지난 시즌만큼의 영향력을 경기 전반에 끼치진 못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마무리짓는 본능은 살아 있었고, 팀의 세 번째 득점을 터트렸다.

살라는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 상에 이어 이번 시즌 최우수선수(MOM)까지 거머쥐었다. 여전히 압도적인 주력과 테크닉으로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마네의 득점을 돕더니, 후반 23분에는 에데르손이 안일하게 걷어낸 공을 그대로 가로채 다소 먼 거리임에도 골문으로 꽂아 넣었다.

비록 단 한 경기였지만 쿠티뉴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지지 않는 공격력이었다. 쿠티뉴가 빠지며 다소 부족했던 중원의 창조성은 부상 복귀 이후 천천히 폼을 되찾고 있는 아담 랄라나가 대신 불어넣을 수 있다. 문제는 쿠티뉴의 공백이 아니라 수비진들 머리 속의 공백이었다.

#4-0 경기를 4-3으로 만든 리버풀의 수비진

경기 시작 불과 몇 시간 전, 7880만 유로(한화 약 1,078억 원)로 역대 수비수 이적료 기록을 경신하며 안필드에 입성한 버질 반 다이크의 출전 불가 소식이 전해졌다. 훈련 과정에서 경미한 허벅지 부상이 발생했고,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부상 악화를 막기 위해 선발 명단에서 그를 제외했다. 단 한 경기였지만, 지난 에버튼과의 FA컵 경기에서 반 다이크는 데뷔전부터 리버풀의 수비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리버풀로선 가장 아쉬운 결장 선수였다.

스코어가 4-1이 되었을 때만 해도 반 다이크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39분, 맨시티의 베르나르드 실바에게 두 번째 실점을 당하는 즈음부터 리버풀의 수비 집중력은 땅을 치기 시작했다. 리버풀의 고질병이 도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후반 46분, 리버풀 수비진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휘젓는 사네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사네의 드리블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았고, 그 사이에 크로스를 건네 받은 일카이 귄도간이 빠르지 않은 속도로 트래핑 이후 슈팅을 시도하는 데도 그에게 달려든 선수가 없었다. 그렇게 스코어는 순식간에 4-3이 되었다.

후반 49분 경기 종료 직전, 맨시티가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케빈 데 브루잉이 세르히오 아게로를 향해 크로스했다. 리버풀은 직전에 라그나 클라반을 투입해 수비 숫자를 늘렸음에도 침투하는 아게로를 완전히 놓쳤다. 비록 오프사이드 상황이었지만, 아게로의 슈팅은 골대를 불과 10cm 가량 비껴갔고 부심 또한 오프사이드를 선언하지 않았다. 리버풀은 실력으로 4골을 뽑아냈지만 천운으로 3골만 실점하는 데 그쳤다.

시몬 미뇰레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로리스 카리우스 골키퍼는 수비진을 전혀 지휘하지 못했다. 슈팅에 대한 집중도가 현저하게 낮았고, 최후방 선수로서 앞서 위치한 선수들의 위치를 조율하는 모습도 없었다. 수비진도 조엘 마팁만이 분전했으나 조 고메즈는 여전히 미숙했고, 데얀 로브렌은 주장 완장을 찼음에도 수비진을 통솔하지 못했다.

다행히 반 다이크의 부상이 경미하고, 주전 라이트백 나다니엘 클라인도 2~3주 내에 복귀한다. 다만 미뇰레든 카리우스든 리버풀의 No.1 골키퍼의 자격이 없음이 매 경기 드러나고 있다. 리버풀은 쿠티뉴의 대체자에 거액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현재 강하게 접촉되고 있는 AS로마의 수문장 알리송 같은 최고 수준 골키퍼를 거액을 주고라도 데려와 수비 안정에 힘써야 한다. 수비 보강에만 이적자금을 쏟아붓더라도, 리버풀은 진지하게 다음 시즌 리그 우승을 노릴 만하다. 공격진의 화력이 오늘 그 자격을 증명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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