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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거센 ‘외국인 장악’에 살아남은 잉글랜드 토종선수들
뉴스| 2018-02-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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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였던 앨런 시어러. [사진=프리미어리그]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복권빈 기자] 잉글랜드 대표팀은 항상 고민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는 다른 리그보다 유난히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리그의 경쟁력이 대표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지만, 자국 선수들의 자리가 없는 자국리그가 대표팀의 경쟁력에 기여할 리는 만무했다. 이러한 이유로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점점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포지션 중 공격수에서 이러한 경향이 가장 심했다.

어두운 과거

1999-2000시즌 당시 선덜랜드의 케빈 필립스가 득점왕에 오른 이후 2015-2016시즌 해리 케인이 득점왕에 등극할 때까지 무려 15시즌 동안 EPL 득점왕의 타이틀은 모두 외국인 선수가 가져갔다. 잉글랜드의 가장 유명한 공격수인 웨인 루니조차 한 번도 득점랭킹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지 못했다. 앨런 시어러만큼의 임팩트를 보여준 선수도 해리 케인 이전까지는 없었다.

반면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에는 걸출한 선수들이 많았다.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리오 퍼디난드 등 세계를 주름잡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돈이 최우선 가치가 되어버린 EPL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잉글랜드 토종 미드필더들와 수비수들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이번 시즌 역시 전망은 밝지 않았다. 해리 케인을 제외하면 지난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많지 않았다. 또한 시즌 전과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빅클럽에서 중위권 클럽으로 이적한 선수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예상됐던 이번 시즌이 잉글랜드 토종 선수들에게 오히려 반전의 시즌이 되고 있다. 특히 토종 공격수들과 수비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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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공격수로 떠오른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사진=프리미어리그]


장점은 살리고 욕심은 버린 토종 공격수들


잉글랜드 공격수하면 떠오르는 특징이 있다면 바로 ‘직선적인 움직임’과 ‘과감함’이다. 그동안 잉글랜드 선수들은 팀의 주류에서 밀리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이적 등을 통해 팀의 중심이 되면서 이러한 장점을 살릴 수 있게 됐다.

먼저 케인(토트넘)은 잉글랜드 공격수 특유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선수다. 활발한 움직임과 과감하고 강력한 슈팅 능력을 가졌다. 여기에 잉글랜드 선수에게 부족했던 세밀함과 높이까지 가졌다. 명성에 걸맞게 2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데 이어, 이번 시즌도 현재까지 22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앨런 시어러 이후 잉글랜드 선수로서 2번째 득점왕 3연패를 노린다.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는 지난 시즌 다소 부진했지만, 이번 시즌 15-16시즌의 활약을 재연하고 있다. 리그에서만 12골로 득점 5위에 올라 있다. 전체적으로 팀이 안정되면서 특유의 직선적인 움직임과 스피드를 살릴 수 있게 됐다.

라힘 스털링(맨체스터시티) 역시 무리한 드리블을 줄이고, 자신의 스피드를 이용한 직선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통해 많은 기회를 창출하면서 골까지 많이 넣고 있다. 그 결과 14골을 넣으며 득점 4위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자신의 현 위치를 인정하고, 욕심을 버린 채 빅클럽에서 중위권 클럽으로 이적한 선수들도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먼저 웨인 루니(에버튼)가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UTD에서의 활약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걱정이 많았지만, 에버튼 이적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다시 최전방에서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특유의 직선적인 드리블과 슈팅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번 시즌 벌써 10골로 4시즌 만에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물론 여전히 빅클럽을 장악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외국인 공격수들이다. 그럼에도 잉글랜드 토종 선수들이 자신들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았다는 점과 꾸준히 득점 순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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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비수로 성장하고 있는 레스터시티의 해리 맥과이어. [사진=프리미어리그]


젊은 수비수들의 성장

잉글랜드 수비진 역시 그동안 다소 발전이 정체된 느낌이 있었다. 어느새 서른 줄에 접어든 게리 케이힐(첼시), 필 자기엘카(에버튼), 크리스 스몰링, 필 존스(이상 맨체스터UTD) 등이 여전히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다. 이들의 명맥을 이을 재능 있는 선수들은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케이힐, 스몰링, 필 존스 등을 제외하면 빅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들어 몇몇 젊은 선수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그 중 존 스톤스(맨체스터시티)의 성장이 가장 반갑다. 이전부터 잉글랜드 최고 재능으로 꼽혔지만, 항상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맨체스터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 아래 이번 시즌 리그 최고 수비수로 성장했다. 기존의 빌드업 능력과 더불어 대인 방어 능력과 침착함까지 장착했다. 부상 이후 잠시 주춤하지만, 이미 실력은 검증됐기에 부진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1994년생의 알피 모슨(스완지시티) 역시 이번 잉글랜드 토종 수비수로서 주목받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 경기인 26경기에 출전해 스완지시티의 수비를 책임졌다. 그의 활약에 스완지시티도 강등권에서 벗어났다. 특히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시즌 중앙수비수로서 아주 많은 4골이나 터트렸으며, 이번 시즌도 벌써 2골을 넣었다. 특히 지난 24라운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수트라이커’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러한 활약에 웨스트햄과 에버튼 등이 관심을 드러내는 등 벌써 더 나은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해리 맥과이어 역시 훌륭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레스터시티는 최근 5경기에서 3번이나 클린시트 경기에 성공하는 등 단단한 수비를 바탕으로 반등에 성공했는데, 그 중심에는 리그 전 경기에 출전한 맥과이어가 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몰타, 슬로바키아와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도 발탁되었다. 심지어 리그 1위 맨체스터시티로의 이적설까지 뜨는 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1993년생의 아직 젊은 선수이기에 앞으로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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