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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탐욕의 괴인‘ 러셀 웨스트브룩의 딜레마
뉴스| 2018-03-2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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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리그 MVP를 수상한 러셀 웨스트브룩. [사진=NBA.com]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전택수 기자] 러셀 웨스트브룩은 현재 NBA 최고의 슈퍼스타 중 하나이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조금의 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화려한 덩크를 내리찍는 모습은 팬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매 경기 1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배달할 정도로 패스에도 일가견이 있다. 가드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빅맨들과 경합하여 리바운드를 따내는 몸싸움 능력까지 갖췄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지난 16-17시즌에는 평범한 선수가 커리어 내내 한 번 달성하기도 어렵다는 트리플더블을 단일 시즌 평균 기록(31.6득점 10.7리바운드 10.4어시스트)으로 만들어내며 MVP까지 수상했다

그의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18일(한국시간) 기준 42승 29패의 성적을 거두며 서부 컨퍼런스 4위에 올라 있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4위의 성적표는 분명 훌륭하지만, 오클라호마의 기대치를 고려한다면 여전히 아쉬움이 묻어난다. 오클라호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카멜로 앤서니와 폴 조지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우승을 향한 당찬 포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1경기를 남겨둔 현 시점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서부 컨퍼런스에서 ‘신계(神界)’를 구축하고 있는 휴스턴-골든스테이트와의 격차는 10경기 이상 뒤져 있다. 4위로 플레이오프 진출(8위까지)의 안정권인 듯하지만 8위팀과의 격차는 2경기 정도에 불과하다. 우승은커녕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는 못한 것이다.

오클라호마시티가 확실한 우승 후보로 올라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른바 ‘웨스트브룩 딜레마’가 존재한다. 바로 팀의 리더이자 에이스인 웨스트브룩이 이기적인 플레이를 고집하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다 경기를 내어주는 경우가 나오기 때문이다. 웨스트브룩은 이번 시즌에도 평균 25.3득점 9.6리바운드 10.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수치상으로는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기록의 이면에는 그의 이기적인 플레이스타일과 관련된 논란이 꾸준히 있어 왔다.

웨스트브룩은 기본적으로 볼 소유가 굉장히 많다. 팀 내 공격 점유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USG에서 지난 시즌 무려 40.8%를 기록하며 리그 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시즌 역시 공격 점유율 33.5%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올라 있다(1위 제임스 하든 36%, 2위 조엘 엠비드 34%). 오클라호마시티의 팀 구성을 살펴보면 이는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새로 팀에 합류한 조지와 앤서니는 모두 탁월한 1대1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둘 모두 패스를 건네주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어디에서든 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웨스트브룩이 여전히 많은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이들과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연히 조지와 앤서니 모두 지난 시즌과 비교하여 평균 득점이 하락했다(조지 23.7득점 → 21.8득점, 앤서니 22.4득점 → 16.7득점).

반면 이번 시즌 웨스트브룩의 그늘에서 벗어나 인디애나에 안착한 빅터 올라디포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16-17시즌 15.9득점 → 17-18시즌 23.4득점) 웨스트브룩이 볼을 독점하여 동료들이 제 실력을 펼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웨스트브룩 본인의 효율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웨스트브룩의 올 시즌 야투 성공률은 44.7%, 3점슛 성공률은 28.4%에 그치고 있다. 평균 21.1개로 리그 1위에 올라 있는 많은 슛시도로 많은 득점을 내고 있는 것이다. 슛 거리에 따른 분석을 보면 골대로부터 5피트(약 1.5m) 이내에서는 성공률이 58.6%에 달한 반면, 5피트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채 40%가 되지 않는다. 특유의 운동능력을 활용하여 가까운 거리에서 시도하는 덩크나 레이업을 제외하고는 슛 성공률이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시즌 웨스트브룩이 시도한 야투의 60%가 골대와 먼 지역에서의 슛 시도라는 점이다. 야성미 넘치는 그의 이미지와 달리 웨스트브룩은 대부분의 공격을 중장거리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으며, 성공률도 좋지 못하다. 웨스트브룩이 더 많은 슛을 시도할수록 오클라호마의 경기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실제로 웨스트브룩의 야투 시도 횟수와 팀 성적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단히 흥미로운 통계 자료가 있다. 오클라호마는 올 시즌 현재까지 71경기를 치렀는데, 웨스트브룩이 슛을 18개 이상 시도한 경기에서는 24승 26패로 승률이 채 50%가 되지 않았다. 반면 웨스트브룩의 야투 시도가 18개 미만인 경기에서는 18승 3패라는 호성적을 거두었으며 승률은 무려 85.7%에 달한다. 주먹구구식 비교이지만 이는 리그 전체 1위 휴스턴의 승률조차 넘어서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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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시티의 또 다른 별들. '팀 오클라호마'는 충분히 더 강해질 수 있다. [사진=NBA.com]


오클라호마의 객관적인 전력은 나쁘지 않다. 센터 스티븐 아담스는 뛰어난 보드 장악력을 바탕으로 리그 내 최고 빅맨 중 하나로 성장했다. 조지는 올스타 레벨의 만능 포워드로,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앤서니는 또 하나의 비효율적인 선수로 꼽히지만, 3옵션으로는 여전히 쏠쏠한 득점력을 기대할 수 있다. 포인트가드로서 팀을 지휘해야 할 웨스트브룩이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오클라호마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팀의 에이스는 많은 공격 부담을 지지만, 웨스트브룩은 반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승을 위해서는 본인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팀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웨스트브룩의 무리한 공격 시도가 줄어들면서 오클라호마는 5연승에 성공했다. 잔여 시즌 웨스트브룩이 이끄는 오클라호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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