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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의 빌드업] (37) ‘대표팀 첫 발탁’ 김정호, 음지에서 키워낸 자신감
뉴스| 2018-03-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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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가 대표팀 첫 발탁과 함께 주장으로 선임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정종훈 기자] 김학범 감독은 지난 12일 U-23 대표팀 3월 소집훈련 명단을 발표했다. 주말마다 K리그 구장으로 발품을 판 김 감독은 명단 전체를 K리거로 구성했다. 지난 1월 김봉길 감독이 이끌고 출전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 출전한 명단에서 단 9명만 생존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중이 숨어 있었다.

깜짝 발탁도 나왔다. 김정호(23 인천유나이티드)가 그 주인공. 생애 첫 연령별 대표팀 발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여기에 주장 완장까지 찼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아직 인천에서 데뷔도 하지 않은 올해 입단한 신인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본인도 얼떨떨했다.

“그저 대표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발탁될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었어요. (Q:언제, 어디서, 어떤 점을 보고 뽑은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웃음). 대학 시절 때 가끔 프로팀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그때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김정호는 인천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인천에 입단한 새내기다. 천호중-통진고를 거쳐 인천대까지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아왔다. 대표팀과 연은 없었지만 음지에서 땀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인천대에서 초등학교 이후 오랜만에 전국대회 우승도 맛봤다(제 98회 전국체육대회 인천대 우승).

대학 시절 김정호는 다재다능했다. 중앙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를 오가며 팀을 위기에서 건진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2학년 때는 최전방 공격수로 주로 피치를 밟으며 권역리그 득점 2위(12경기 8골)에 랭크되었고, 이후 고학년 때는 중앙 수비수로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그가 대학교 4년을 모두 채운 것이 이상하리만큼 진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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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는 인천대 2학년 시절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권역 리그 득점 2위에 올랐다. [사진=정종훈]


“사실 제가 고등학교 때 공격을 봤어요. 김시석 감독님의 제안으로 포지션을 (수비수로) 바꿨죠. (Q:대학에서 바꾼 것치곤 수비력이 좋은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저희 형도 축구를 했었는데 형이 전형적인 수비수였거든요. 형 수비하는 것을 자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배웠어요. 김시석 감독님께서도 많이 지시해주셔서 배우기가 수월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 1학년이다 보니까 어려서 걱정할 게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어요.”

공격수 때의 경험을 살려 수비수로 부쩍 성장했다. 각 포지션의 장점을 흡수했다. 두 포지션의 매력을 흠뻑 느꼈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비수 커리어가 짧은 것 치곤 제공권, 빌드업, 위치 선정, 리딩 능력 등 다양한 장점을 두루 갖췄다. 본인도 이러한 강점에 동의했다.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까 수비할 때 공격수가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선수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요. 공격수였기 때문에 볼 관리가 수월하고 볼을 쉽게 찰 수 있었어요.”

아픔도 있었다. 취업 준비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부상으로 잠시 그라운드와 떨어져 지냈다. FA컵 부천FC과의 경기에서 팔 탈골로 수술까지 이어진 것. 하지만 김정호는 오히려 부상을 반전의 포인트로 삼았다.

“처음에는 취업 걱정에 대해서 불확실하니까 힘들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쉬면서 몸도 더 잘 만들 수도 있게 됐고 힘들어도 여유를 가지게 됐어요. 감독님께서도 조급해하지 말고 몸을 더 만들라고 격려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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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가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커리어를 이어간다. [사진=인천UTD]


여전히 김정호에게 물음표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정태욱, 이상민 등에 비해 아직 미디어나 전파에 이름을 올린 빈도가 적기 때문이다. 아직은 김정호가 이름값에서 밀린다. 그럼에도 김정호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긴장도 되는데 저를 드디어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나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즐기는 성격입니다. 대표팀 동료들과 경쟁해서 이겨내기 위해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준비해야죠. 저만의 색깔이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시안 게임 최종 명단은 단 20명. 와일드카드 3장을 제외하면 문은 더 좁아진다. 여기에 이번 소집 훈련에서 제외된 해외파까지 더해지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시안 게임까지는 약 5달이 남았다. 김학범 감독의 말대로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U-23 대표팀 3월 소집 명단

GK(3명) : 강현무(포항스틸러스), 송범근(전북현대), 박대한(전남드래곤즈)

DF(11명) : 윤종규, 김한길(이상 FC서울), 이유현(전남드래곤즈), 김진야, 김정호(이상 인천유나이티드), 이상민(울산현대), 김우석(대구FC), 정태욱(제주유나이티드), 강지훈(강원FC), 조유민(수원FC), 김문환(부산아이파크)

MF(11명) : 황기욱(FC서울), 윤용호, 전세진(이상 수원삼성), 장윤호(전북현대), 이광혁(포항스틸러스), 김건웅, 한승규(이상 울산현대), 나상호, 김동현(광주FC), 황인범(아산무궁화), 김진규(부산아이파크)

FW(2명) : 이근호(포항스틸러스), 이은범(제주유나이티드)

※ 한찬희(전남드래곤즈)와 박인혁(대전시티즌)은 부상으로 합류 불발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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