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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슈퍼매치, 1만 3,122명의 피해자들
스포츠|2018-04-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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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작을 앞두고 수원팬들이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노진규 기자] 지난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서울의 84번째 슈퍼매치가 열렸다. 최종 집계된 관중 수는 1만 3,122명. 이는 역대 슈퍼매치 최소 관중이다.

흐리고 쌀쌀했던 날씨를 감안해도 이는 충격적인 수치다. K리그가 흥행부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그나마 자위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슈퍼매치에서의 구름관중이었다. 국내프로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많은 관중이 찾는 경기라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를 계기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관중수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들 앞에서 보여준 양 팀의 경기력이다. 이들에겐 경기장을 찾아온 팬들에 대한 조금의 책임의식도 없는 듯 했다.

내다버린 전반전

경기가 시작되고 양 팀은 무의미하게 후방에서 공을 돌렸다. 골을 넣겠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간헐적으로 나온 공격시도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황선홍 감독은 “탐색전이 길어졌다”라고 표현했지만 탐색전이라고 포장하기에도 아까운 졸전이었다. 전반 경기를 보느니 사람들이 붐비던 매점에 미리 줄서서 간식하나 더 사먹는 게 훨씬 더 가치 있었을 것이다.

소극적인 경기운영

그래도 후반은 기대했다. 그간의 슈퍼매치를 살펴봐도 후반 들어 치열하고 극적인 승부가 나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헛된 희망이었다. 양 팀은 박주영(서울), 바그닝요(수원) 등을 투입하며 공격의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경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미 없이 차내는 롱볼은 관중들의 탄식만을 자아냈다. 줄이 길어 사먹지 못한 따뜻한 컵라면이 다시 생각났다.

프로의식 없는 선수들

선수들의 안이한 태도는 성난 관중의 마음에 기름을 부었다. 반칙이 나올 때마다 선수들은 일어날 생각을 안했다. 쓰러지고 일어나고 카드 받고 프리킥을 차기까지 매번 1분 이상씩 소요됐다. 우리가 욕하던 중동의 침대축구를 무려 ‘슈퍼매치’에서 볼 수 있었다. 가뜩이나 추운 날씨에 벌벌 떨고 있는 관중의 짜증은 치솟았다.

후반 23분 나온 서울 정현철의 핸드볼 파울도 코미디였다. 서울이 세트피스로 골을 만들어냈지만 비디오 판독 후 핸드볼 반칙이 선언됐다. 손에 닿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당사자 정현철이 뻔뻔하게 골을 주장하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반 26분에는 수원의 최성근이 정현철의 발목을 밟아 퇴장 당했다. 가뜩이나 소극적이던 경기는 더 위축됐다. 수적 우위에 있던 서울이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더 이해가 안됐다. 결국 경기는 0-0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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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황선홍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말뿐인 감독들의 출사표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서울팬들이 모여 있던 원정석에선 ‘황새(황선홍 감독의 별명) 아웃’ 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반대쪽의 수원팬들은 서울을 비하하는 안티송을 불렀다. 그리고 멍하니 90분간의 졸전을 관람한 일반석의 팬들은 허탈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슈퍼매치를 앞둔 감독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팬들을 위한 경기를 하겠다. 많이 찾아오시길 바란다.” 그 결과물이 어제와 같은 졸전이라면 팬들은 더 이상 슈퍼매치를 찾을 이유가 없다. 최근 성적과는 무관하게 펼치는 화끈한 경기, 뜨거운 응원전이 지금까지의 슈퍼매치가 만들어온 스토리이자 가치다.

수원과 서울은 전북과 함께 K리그를 선도하고 있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리딩 클럽’이다. 황선홍과 서정원 감독, 그리고 양 팀의 선수들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팬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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